[맛있는 여행] 80-예산 맛집 ‘신토불이묵집’의 도토리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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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80-예산 맛집 ‘신토불이묵집’의 도토리묵

김영복 식생활연구가

  • 승인 2025-07-14 16:57
  • 신문게재 2025-07-15 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예산 참나무 숲
예산 참나무 숲. (사진= 김영복 연구가)
예산 맛집 '신토불이묵집'의 도토리묵[橡實泡]도토리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청설모나 다람쥐 먹이로나 어울린다. 이런 도토리를 이용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었다. 바로 도토리묵이다. 산짐승이나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독특한 조리법을 개발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도토리묵을 개발한 것이다.

도토리를 상수리라고도 하는데, 조선시대에 선조가 임진왜란이 터지는 바람에 북쪽으로 피난을 갔는데, 당시 그 지역에서는 상수리나무를 토리나무라고 불렀던 모양이다. 난리 중에 먹을거리가 있을 리 없고, 임금 일행을 대접하기는 해야 했기에 마을 사람들은 황송한 마음에 급한 대로 도토리로 묵을 쑤어 수라상에 올렸다. 그런데 배고플 때 먹으니 그 맛이 환상적일 수밖에. 나중에 궁궐로 돌아온 뒤에도 선조는 옛날 고생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로 토리묵을 상에 올리라고 했다. 토리묵이 수라상에 자주 오르는 귀한 음식이 된 것이다. 그 뒤로 수라상에 올린다고 해서 도토리를 상수리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그러나 도토리와 상수리는 차이가 있다. 상수리는 다른 도토리에 비해 크기가 큰 편이며 주로 원형에 가까운 형태를 가지고 있다.일반 도토리는 종류에 따라 크기가 다양하며 타원형부터 원형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상수리는 도토리에 비해 비교적 큰 편에 속하며 이는 참나무 열매가 일반적인 떡갈나무나 신갈나무, 졸참나무 열매보다 크게 자라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자사전『강희자전』에서 찾아보면 『옥편(玉篇)』을 인용하여 '허실야'(상수리나무의 열매이다)라고 풀이하였다. 『한어대사전(漢語大詞典)』에서도 '樹的果實(역수적과실)참나무의 열매'라고 하여 '도토리'의 뜻으로만 나와 있다. 즉, 이 글자의 원래 뜻은 참나무의 열매인 '도토리'였다.

그렇다면 허라는 글자가 무슨 나무를 가리키는가 하는 문제가 나오는데, 우리말 훈은 '상수리나무'라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졸참나무나 상수리나무, 혹은 굴참나무라고도 본다.



여기서 약간 헷갈리는 대목이다.

『훈몽자회(訓蒙字會)』(1527)에도 橡은 '도토리 샹', '가랍나모(떡갈나무) 우'라고 기록되었고, 『왜어유해(倭語類解)』(1720)에도 橡이 '도토리 샹'으로만 적혔다.그러나 『자류주석(字類註釋)』(1856)에는 橡이 '도토리 샹', '덥갈나무(떡갈나무) 상수리나무 후'로 기록되었고, 『한불자전(韓佛字典)』(1880)에 橡을 '샹수리'라고 하였으므로, 이전엔 떡갈나무, 도토리란 훈이 있던 허와 상(橡)에 대략 19세기 중엽부터 상수리나무 상수리란 훈이 병용되기 시작한 모양이다.

20세기 초에도 『자전석요(字典釋要)』(1909)에 橡이 '상쉬(상수리) 상', '가랑나무(떡갈나무) 허'로 기록되어 이때도 혼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신자전(新字典)』(1915)에도 橡이 '상수리, 도토리 샹', '상수리, 도토리 허'라고 서술되었다.즉, 구체적으로 어떤 나무인지를 두고 한국에서는 참나무 중에서도 떡갈나무와 상수리나무, 두 가지로 혼용되었다. 또한 원래는 도토리란 훈이었지만, 상수리라는 훈도 나중에 붙었다.

신토불이 묵집
신토불이 묵집. (사진= 김영복 연구가)
각종 열매를 갈아서 굳힌 음식을 예전에는 한자로 포(泡)라고 했다. 그 중에 대표적인 식품이 두부(豆腐)다. 묵 역시 포(泡)에 속한다. 도토리는 한자로 상실(橡實)이다. 때문에 도토리묵은 상실을 갈아서 만든 두부라는 뜻에서 상실포(橡實泡)라고 했다.

신라의 대문장가인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857~908)이 쓴 『고운집(孤雲集)』진감화상비명(眞監和尙碑銘)에 보면 진감국사(眞監國師)는 신라의 승려 혜소(慧昭 774년 ~ 850년)를 말하는데, 비문에 보면 '선사는 입는 것은 허름한 옷도 따뜻하게 여겼고, 먹는 것은 거친 음식도 맛있게 여겼으며, 도토리와 콩이 뒤섞인 밥에 나물 반찬도 두 가지가 없었다. 현귀한 자들이 때때로 찾아와도 대접하는 음식이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라고 나온다. 이 비문에 최초로 콩을 섞은 도토리밥이 나온다.

조선 후기의 학자인 오주(五洲) 이규경(李圭景 1788~1856)이 지은『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도토리묵[橡實泡]'기록되어 있는데, '八九月取橡實(8,9월취상실)8,9월에 도토리를 수확하여 去殼爛搗(거각난도)껍데기를 벗겨 짓찧어 和水篩下(화수사하)물을 붓고 불린 다음 체로 걸러 取汁煮如稀(취즙자여희호) 즙을 내어 끓여 엉기면 取凝成泡後(취응성포후)거품이 일어 난 후 切片沈盆水中(절편침분수중)네모지게 썰어 물에 담가 經十餘日(경십여일)십여일이 지나면 其色紅退(기색홍퇴)그 색이 붉게 변한다.'라고 나온다.

묵비빔밥
묵 비빔밥. (사진= 김영복 연구가)
도토리묵은 단순히 배를 채우고 굶주림을 면하려는 구황 식품이 아니라 훌륭한 반찬으로, 다양한 요리로 발전시킨 것이다.실학자 이규경은 여러 종류의 도토리 음식을 소개했는데, 지금 우리가 먹는 도토리 요리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도토리두부를 가늘게 썰어서 초장에 찍어 먹으면 산중의 진솔한 반찬이 된다고 했으니 역시 지금 도토리묵 먹는 법과 다를 것이 없다. 또 국수나 율무와 함께 섞어 먹으면 맛이 묘하다고 했고, 간장을 치거나 초장이나 김칫국과 먹으면 맛이 좋다고 했으니 요즘 먹는 묵밥에 다름 아니다.도토리묵 이외에도 도토리를 따다가 껍질을 벗겨 물에 담가두면 떫은맛이 사라지니 곡식 가루와 섞으면 죽으로 쑤어 먹을 수 있고, 밥으로도 먹을 수 있으며, 가루로 빻아 누룩과 섞으면 술도 담글 수 있다면서 다양한 도토리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그러니 조선시대에 도토리는 반드시 창고에 저장해놓아야 하는 곡식이었다. 태종 11년인 1411년에 한양을 가로지르는 개천을 정비하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됐다.

지금의 청계천을 재정비하는 사업이었는데 공사가 10월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태종이 10월은 백성들이 도토리 열매를 주워야 할 때이니 이듬해 2월까지 공사를 연기하라고 지시했다. 백성들이 양식을 마련하는 데 지장을 줄 수 있어 공사를 늦춘 것이다.추수를 끝낸 후 계절이 늦가을로 접어들 때면 산으로 가서 도토리를 줍는 것이 빼놓을 수 없는 계절 행사였던 모양이다.

묵 보쌈
묵 보쌈. (사진= 김영복 연구가)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성종실록(成宗實錄) 성종 25년(1494) 3월 4일자를 보면'충청도 관찰사(忠淸道觀察使) 조위(曹偉)가 아뢰기를,"여러 고을의 군자창(軍資倉)에 비치하여 둔 상실(橡實)이 쌓아 둔 지 오래 되어 벌레가 생겨서 손실(損失)이 됩니다. 청컨대 민간(民間)에 흩어 주었다가 거두어 들이게 하소서."하니, 명하여 정원(政院)에 물어 보도록 하였다. 정원(政院)에서 아뢰기를,"그 처음에 인리(人吏)로 하여금 상실을 구해다 바치도록 한 것은 장차 흉년에 대비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후 그대로 해마다 바치게 하였으므로 인리로서 스스로 주울 수 없는 자는 곡식으로써 바꾸어 바쳤으니, 이 또한 폐단이 있었습니다. 지금 만약 흩어 주었다가 거둬들이게 되면 반드시 민간에 큰 해가 될 것입니다. 또 이 상실을 여러 해 동안 쌓아 두게 되면 반드시 벌레의 손실이 생기게 되니, 만약 흉년을 만나면 가을에 주워서 바치게 했다가 봄에 백성에게 진휼(賑恤)하되 환납(還納)하지 말게 하는 것이 가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백성도 폐단을 받지 않고 구황(救荒)하는 정책도 거행(擧行)될 것입니다."하니, 전교하기를,"이는 내가 즉위(卽位)한 뒤의 일이니, 상세히 그 원인을 상고하여 아뢰라."하였다.'충청도 여러 고을 군자창(軍資倉)에 오래 쌓아 둔 도토리가 벌레를 먹으니 보릿고개인 봄에 백성에게 나눠 주되 어차피 가을에 거둬들이니 되돌려 받지는 말자는 충청도 관찰사(忠淸道觀察使) 조위(曹偉)의 상소인 것이다.

예산에는 금오산, 봉수산, 덕숭산(德崇山:495m), 가야산(伽倻山:678m) 등 비록 높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산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특히 예산의 덕숭산은 호서의 금강산이라 할 만큼 아름답고 가야산과 함께 예산을 대표하는 명산이다.

산자락에 수덕사(修德寺)가 자리해 있고, 멀리 용봉산(龍鳳山)이 한 눈에 보이기도 한다.

비록 해발495m의 낮은 산이지만 '참나무 6형제'라고 하는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가 이곳저곳에 푸르름을 자랑한다.

묵전과 묵 무침
묵전과 묵무침. (사진= 김영복 연구가)
신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는 모두 꽃이 핀 그 해 가을에 도토리가 익어서 떨어진다. 그리고 상수리와 굴참나무는 그 해 꽃이 피고 나서 그 이듬해에 도토리가 달리고 떨어진다. 가을이면 산자락 여기저기에 도토리와 상수리가 떨어져 있다.

이런 자연적인 환경에 맛있는 묵집이 없을리 없다.

특히 예산 현지인들 치고 이 집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면 과장된 표현일까?

그렇지 않다. 예산 묵집의 명가 신토불이묵집은 예산을 여행하는 식도락가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할만한 맛집이다.

이 집은 굳이 간판을 확인할 필요는 없다. 파란지붕만 찾으면 된다.

다양한 묵요리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는 집이 바로 이 묵집이다.

묵밥, 묵탕, 묵전 묵무침, 묵비빔밥, 그리고 특선요리로 넘어가 묵볶음, 건조묵무침, 묵모듬, 묵보쌈, 묵쌈 묵으로 할 수 있는 요리는 모두 이 집에서 맛 볼 수 있다.

부드러운 식감에 담백한 맛이 나는 묵전과 묵무침은 막걸리 한주전자 정도는 거뜬히 비울만한 최적의 안주다. 그리고 도토리묵비빔밥은 이게 되나 할 정도로 기상천외한 음식이다. 고추장을 조금 넣고 비빈 도토리묵비빔밥과 배추김치와 감칠맛이 살아 있는 동치미와 함께 먹으니 의외로 맛이 있다.

오리훈제를 묵으로 싼다. '묵 보쌈'기발한 아이디어를 넘어 묵 요리에 대해 뭐 좀 안다는 대단한 고수다. 하루 이틀 가지고는 이 집 묵 음식을 모두 섭렵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탄닌을 우린 도토리 가루의 성분은 단백질 2.5%, 지방 4.9%, 탄수화물 81%, 섬유질 3.2%, 무기질 0.9% 정도이며 도토리를 재료로 한 도토리묵의 성분은 단백질 0.2%, 지방 0.1%, 탄수화물 10.9%, 섬유질 0.5%, 무기질 0.2%, 정도이다.

이처럼 도토리에는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고, 특히 식이섬유가 많아 소화에 도움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도토리묵으로 만든 요리는 다이어트 식단에도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도토리 속의 탄닌 성분은 항산화 효과를 지니고 있어 노화 방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에 더해, 도토리묵은 글루텐이 없기 때문에 글루텐에 민감한 분들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다만 주의할 것은 감과 도토리묵에는 같은 영양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두 음식에는 탄닌 성분이 공통적으로 함유되어 있는데, 이 성분은 장을 수축해 변비를 유발하고 함께 섭취하면 빈혈을 일으킨다.또한 감에는 비타민 A, 비타민 C, 식이섬유 등 다양한 영양소가 있고, 도토리묵에는 식물성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각각의 음식에 함유된 서로 다른 영양소가 상호작용하여 영양소 흡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두 음식을 함께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김영복 식생활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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