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남부권의 고질적인 물 부족 문제를 생각하면 자치단체 간 갈등도 애초에 불필요했다. 지하수마저 점점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댐 건설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 다시 원칙론으로 돌아가야 한다. 극심한 가뭄으로 수도꼭지마저 제대로 틀 수 없는 강릉 사태의 본질이 그것을 입증한 셈이다. 지천댐 건설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때 정부에까지 갈등 전선을 넓힐 이유 또한 없다.
기존 댐 활용은 포화상태다. 생활·공업용수의 대청댐·보령댐 등 외부 의존도를 줄이려면 신규 수원 확보가 절실하다. 지천댐 당위성은 서남부권 물 부족 위기 극복과 200년 빈도의 강우에도 견디는 재해 예방으로 충분하다. 많은 물과 에너지를 첨단산업이 필요로 한다는 점도 중요한 명분이다. 청양과 부여는 강릉처럼 해수 담수화 아이디어조차 통하지 않는다. "물은 원래 흘러야 하고, 댐은 필요한 곳에 있어야 한다"는 선문답 같은 논리나 증폭시킬 여유는 없다. 홍수와 댐의 연관성을 부정한 듯한 주무장관 발언이 지천댐 논란의 뿌리를 더 키우지 않았으면 한다.
주민 반대를 등에 업고 댐 건설 문제를 정치적으로 변질시켜서도 안 된다. 강릉이 가뭄에 타들어 가는 사이, 속초에서 물 축제가 가능했던 건 4년 전 약 63만t의 물을 담을 지하댐을 완공한 덕이다. 낡은 진영 논리나 4대강 재자연화 등 이슈에 휩쓸리지 않고 실용적으로 살피면 된다. 지천댐은 이전 정부에서 이미 면밀하게 검토를 마친 사안이다. 예고 없는 기후재난 앞에서 심각하게 마주한 강릉의 재난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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