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리뷰] 파이로프로세싱, 결자해지를 위한 노력

  • 오피니언
  • 사이언스리뷰

[사이언스리뷰] 파이로프로세싱, 결자해지를 위한 노력

  • 승인 2016-03-17 14:21
  • 신문게재 2016-03-18 23면
  • 송기찬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연료주기기술개발본부장송기찬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연료주기기술개발본부장
▲ 송기찬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연료주기기술개발본부장
▲ 송기찬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연료주기기술개발본부장
1978년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상업용 발전을 시작한 이래 원자력발전이 풍부한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산업과 사회 발전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자력발전은 화석에너지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매우 적고 경제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해야만 우리와 후손의 에너지 지속성을 위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가 상당 기간 동안 '불가피하게' 원자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면 후손들에게 사용후핵연료가 무거운 짐이 되지 않도록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준비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 사용후핵연료의 관리 기술 중 우리의 환경과 현실에 가장 적합한 기술이라고 선택해 2008년부터 연구개발 하고 있는 것이 파이로프로세싱이다. 이 기술은 화학공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전기화학적 방법을 사용해 사용후핵연료로부터 재활용 가능한 핵물질을 분리하는 기술로, 사용후핵연료 내에 있는 소중한 에너지원인 우라늄과 초우라늄 원소들을 분리해서 재활용하면서, 고준위 폐기물 양을 감축해 고준위폐기물 처분 면적을 1/100 수준으로 대폭 줄일 수 있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현재 개발 중인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핵무기 전용가능성이 고순도 플루토늄 회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확산저항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폐기물 발생량이 적어 환경친화적이며, 습식 처리에 비해 공정이 단순해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높은 기술이다.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 동안 외국의 습식 재처리시설에서 발생했던 사고를 들어 위험성을 주장하거나, 파이로프로세싱 시설이 전 세계적으로 운영된 사례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안전과 관련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파이로프로세싱은 1960년대 미국이 아르곤국립연구소의 고속로와 연계해 거의 동일한 기술을 실증한 경험이 있으며, 우리 연구원도 파이로의 전처리 기술은 물론 모의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해 공학 규모 파이로 전체 공정 기술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한미 공동연구를 통해 경수로 사용후핵연료를 대상으로 2020년까지 파이로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경제성과 핵비확산 수용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습식 재처리와는 달리 엄격한 격납을 유지한 불활성 환경의 핫셀시설(방사선을 완전 차단하고 원격으로 작업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시설)에서 공정장치를 운영하기 때문에 폭발에 의해 핵물질이 누출되는 사고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시설의 안전관리는 물론 주변지역의 환경영향 평가 정보 등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결과를 공유하는 체제를 구축해 지역사회 및 국민의 신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 실험 또한 모든 것을 주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며, 각종 실험시설에 대해서도 원자력 안전을 위해 독립적으로 설립된 국내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통제기술원은 물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인류에게 환경친화적이면서도 지속성이 있는 에너지를 풍부하게 제공해 줄 수 있는 에너지원이 금세기 안에는 반드시 개발될 것이다. 그러나 그 때까지 '불가피하게' 이용할 수밖에 없는 원자력의 마지막 숙제,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면서 국토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마음으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기술을 실용 규모의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술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실증 기술개발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국가 연구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만 하는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위한 노력이기에, 국민과 지역사회가 안심할 수 있는 투명한 환경 속에서 우리의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송기찬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연료주기기술개발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환자 목부위 침 시술 한의사, 환자 척수손상 금고형 선고
  2. 대전서 교통사고로 올해 54명 사망…전년대비 2배 증가 대책 추진
  3. 인문정신 속의 정치와 리더십
  4. 위기 미혼한부모 가정에 3000만 원 후원금 전달
  5. 인천 연수구, ‘집회 현수막’ 단속 시행
  1. 대학 라이즈 사업 초광역 개편 가능성에 지역대학 기대·우려 공존
  2. 대전교육청 교육위 행감서도 전국 유일 교권보호전담변호사 부재 지적
  3.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
  4. "행정수도 세종 완성, 당에서 도와달라"
  5. [썰] 박범계, 검찰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득 or 실?"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보령에 2조원 투입해 도내 3번째 AI 데이터센터 건립

충남도, 보령에 2조원 투입해 도내 3번째 AI 데이터센터 건립

충남 보령에 도내 3번째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 도는 2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해당 센터를 통해 전력 절감, 일자리 창출 등의 기대효과가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김태흠 지사는 18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김동일 보령시장, 김용호 웅천에이아이캠퍼스 대표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웅천에이아이캠퍼스(이하 캠퍼스)는 보령 웅천산업단지 내 10만 3109㎡의 부지에 AI 특화 최첨단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캠퍼스 측은 민관 협력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구성하고, 내년부터 2029년까지 2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데이터..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 성황리 마무리… `풋살 기량 뽐냈다`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 성황리 마무리… '풋살 기량 뽐냈다'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1월 15~16일 이틀간 충남 청양공설운동장에는 선수들을 향한 환호와 응원으로 떠들썩했고, 전국에서 모인 풋살 동호인들은 신선한 가을 하늘 아래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맘껏 뽐냈다. 중도일보와 청양군체육회가 공동으로 주최·주관하고, 청양군과 청양군의회가 후원한 이번 대회엔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를 비롯해 서울, 경기, 대구, 경북, 전북 등 전국 각지에서 선수들과 가족, 지인, 연인 등 2500여 명이 참여해 대회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날..

김태흠 충남지사 "천안아산에 5만석 규모 돔구장 1조원 들여 추진"
김태흠 충남지사 "천안아산에 5만석 규모 돔구장 1조원 들여 추진"

충남도가 천안아산 지역에 5만석 규모 다목적 돔구장 건설을 추진한다. 도는 돔구장에서 프로야구경기, K-POP공연, 전시 등을 개최해 글로벌 문화 거점지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태흠 지사는 18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천안아산 야구+K팝 돔구장' 건립 추진과 관련해 "해당 사업을 통해 천안아산을 인구 150만의 문화도시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도는 12월부터 돔구장 건립을 위한 부지 선정과 타당성 조사용역을 추진한 후 2027년 예비타당성조사 및 설계를 거쳐 2028년 착공, 2031년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천안아산 돔구장..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계절의 색 뽐내는 도심 계절의 색 뽐내는 도심

  •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