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이순(耳順)과 이명(耳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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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이순(耳順)과 이명(耳鳴)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5-1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공자는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열다섯의 나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이 되어 자립하였다. 마흔이 되어서 미혹되지 않았으며, 오십이 되어서는 하늘의 명을 알았다. 그리고 예순이 되어서는 귀에 거슬리는 말이 없었고, 일흔이 되어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라고 자신의 삶을 이야기 했습니다.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내가 처음 공자를 알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입니다. 당시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몇 권의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읽었던 책들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어령 교수님의 수필집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라는 책과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 조나단』, 그리고 공자의 『논어』가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중에 읽었던 책들입니다. 이 책들은 당시 중학생이 되고 나서 처음 맞는 여름방학을 조금은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책을 읽기로 하고 우연하게도 택한 책들입니다.

당시 중학생의 어린 나이에 이들 책들에 숨어 있는 깊은 의미를 다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어령 교수님의 수필집을 읽으면서, 일상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우리가 잊고 있던 의미와 동시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서 우리의 정서를 표현할 수 있는, 그리고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이가 들면 꼭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지만, 이것들이 삶에 있어서 어떤 의미이며 또한 중요한 것들은 무엇인가를 『어린왕자』의 눈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갈매기 조나단』을 통해 꿈과 희망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꿈을 가져야 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하는지도 어렴풋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자를 읽으면서 내가 공자와 같은 성인이 되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자와 같이 열다섯 나이에 학문을 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나는 열네 살 중학교 1학년 학생이었지만, 만약 내가 학문을 한다면 정치학을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그 때 생각했던 정치학을 지금까지 해 오고 있으니 감히 공자의 뜻을 따르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을 진학해서 정치학을 공부하면서 유학을 떠날 수 있었고, 어찌되었던 서른 살 이전에 가족으로부터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독립을 했으니 이 또한 공자의 말을 실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흔이 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세상의 온갖 것에 관심을 갖고 세상의 일에 참여도 하고 간섭하기도 했으니, 공자와 같이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일에 온통 흔들렸습니다. 그 결과 공자와 같이 하늘의 뜻을 깨달을 나이인 오십이 되어서도 세상을 원망하기도 하고 하늘의 뜻을 너무나도 자의적으로 해석하기도 하면서 오히려 하늘의 뜻을 어기는 삶을 살아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결국 공자가 말하는 군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만 같습니다.

더구나 이제 오십의 중반을 훌쩍 지나 곧 공자가 말한 '누가 무어라 해도 흥분하거나 분노하지 않는 이순(耳順)'의 나이인 예순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이순은 상상도 할 수 없고 오히려 귀에서 쇳소리가 들리는 이명(耳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귀에서 쇳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수년 전부터입니다. 그러나 그 당시 이명 현상은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어서 며칠 쉬고 나면 사라지곤 했는데, 얼마 전부터 지속적으로 이명이 들리고 조금은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공자의 말을 억지로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아마도 이명 현상이 심각해서 세상의 어떤 말도 잘 들리지 않고 일관된 쇳소리로 들리니 그 소리를 듣고 흥분할 수도 분노할 수도 없기 때문에 결국은 공자의 말처럼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농담으로 말하듯이 '세상에서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을 실천하는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면서 듣고 싶은 말만을 듣게 된다면 독선과 오만에 빠질 수도 있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산다면 환상과 현실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산다면 독재와 자만에 빠진 삶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때로는 정말 듣기 싫은 쓴 소리도 들어야 하고, 보고 싶지 않은 것도 일부러 보아야 하고, 비록 정말로 하고 싶지 않은 싫은 일이라도 기꺼이 해야만 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쓴 소리와 보고 싶지 않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도 해야 할 때, 그것들을 통해 나의 삶이 더 다양해지고 더 나아가서 행복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억지인 것 같지만 얼마 전부터 들리는 쇳소리는 그 동안 잘못 살아온 삶을 반성하라는 경고인 것만 같습니다. 이 경고는 귀에서 들리는 쇳소리에만 집중하지 말고, 그 동안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고 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평소 들으려고 하지 않았고 듣지 못했던 쓴 소리를 더 많이 들으라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런 쓴 소리를 듣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귀에서 들리는 쇳소리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과학적이나 의학적으로 전혀 근거 없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공자의 말에 비유해서 이미 사십의 나이부터 깨어지기 시작한 일생의 과정에서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으라는 의미의 경고가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아무튼 지난주부터 귀에서 들리는 이명 현상 때문에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나눠준 '이명 주위사항'이라는 인쇄물을 보니, 이명소리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것과 너무 조용하거나, 너무 시끄러운 곳을 피하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일상의 생활에서 적당한 소음이 있는 곳이 이명 현상을 극복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적당한 소음'이 있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삶의 현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좋은 소리도 들리고, 때로는 싫은 소리도 들리고, 또 때로는 듣고 싶지 않은 소리도 들리는 곳, 바로 이곳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말입니다.

이제 이런 모든 소리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소리가 공자가 말하는 이순일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귀에서 들리는 이명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말 세상의 소리를 좀 더 들으려고 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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