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무 교수의 행복찾기 30]치매검사

  • 문화

[노승무 교수의 행복찾기 30]치매검사

스포츠 센터 검색대에서 깜박하는 일상에서 웃음만 나올 뿐
"옷장 열쇠 반납 대신 깜박하고 자동차 열쇠를 반납 상자에 넣어"

  • 승인 2018-08-25 00:19
  • 오주영 기자오주영 기자
노승무 증명
외과 전문의인 노승무 교수
아내와 나는 세종시에서 운영하는 스포츠센터에 다닌다.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서면서 그 보상으로 만든 주민 편의시설인데, 훌륭한 목욕탕과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입구에는 검색대가 설치되어 있다. 무슨 보안이 필요한 기관도 아닌데, 왜 이런 것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지날 때마다 들었다.

오늘도 언제나 그렇듯 나는 샤워를 끝낸 후 옷장열쇠를 안내창구에 있는 반납상자에 넣고, 로비에서 책을 읽으며 아내를 기다렸다. 얼마 후 수영을 마친 아내가 열쇠를 반납하고, 현관문을 통과하려는 순간 '삐리리-, 삐리리-' 경고음이 로비가 떠나가게 울린다. 웬일일까? 영문을 모르는 아내는 당황스러워했고, 나도 어안이 벙벙했다. 곧바로 직원이 웃으며 나온다. "고마워요, 자동차를 다 기증해주시고…." 옷장열쇠를 반납한다는 걸 깜빡하고 자동차열쇠를 반납상자에 넣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모양도, 색깔도, 크기도….

치매다! 나이도 그렇고, 요즈음 내가 관찰한 바로는 틀림없는 치매다. 왜 이런 검색대가 필요한지도 이제야 알겠다. 아무래도 나이든 사람이 많은 농촌인지라 옷장열쇠를 반납하지 않고 그냥 가지고 가는 일이 자주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검색대는 훌륭한 '자동치매검사기' 역할도 하는 셈이다. 아주 효과적으로 치매환자를 골라낸 것이다. 보건소에서 치매검사를 한다고 하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확인받고 싶어 하지 않는 심리가 있을 테니.



전에는 하지 않던 실수를 하면, 서로 치매검사나 받아보라고 하면서 지낸지가 제법 되는데, 나보다 먼저 아내가 딱 걸린 것이다. 그건 그렇고, 참 이상하다. 미우나 고우나 30여 년을 같이 살았는데, 치매 확인을 하고 이렇게 기쁘다니.

내가 막 검색대를 지나는데, 청소를 하던 직원이 큰 소리로 부른다. "저기 수건 가져가셔야지요!"라고 하면서 의자에 걸쳐놓았던 목욕 수건을 가리킨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아내의 웃음소리가 크게 로비를 울린다. 치매에 걸리면 웃음소리도 커지는지….

드디어 주위에 젊잖게 있던 여러 사람들이 참았던 웃음을 터트린다. 스포츠센터가 날아갈 뻔 했다.
충남대 명예교수·전 충남대 의대 학장
열쇠
깜박하고 반납을 바꾼 자동차 키와 옷장 열쇠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위기 징후 있었는데…" 대전 서구 모자 사망에 복지단체 실태 점검, 대책 촉구
  2. 구자홍 비노클래식 대표, 목원대 문화예술원장 취임
  3. 대전교육청 급식 준법투쟁 언제까지… 조리원 직종 교섭 오리무중
  4. ‘스포츠 꿈돌이’ 캐릭터 첫 공개
  5. 충남대 ‘대전형 공유대학 설명회’… 13개 대학 협력 시동
  1. 대전대 HRD사업단, 성심당 재직자 직무능력 향상교육
  2. 제22회 이동훈미술상 특별상 수상 작가전
  3. [사설] 여가부 세종 이전이 더 급하다
  4. 이재명 새 정부 '국가균형성장' 정책… 혁신 비전과 실행력 선보일까
  5. 대전시 '스포츠 꿈돌이' 첫 공개

헤드라인 뉴스


청양·부여 주민 100명 중 63명 지천댐 건설 `찬성`

청양·부여 주민 100명 중 63명 지천댐 건설 '찬성'

중도일보, 대전일보, 충청투데이가 함께 진행한 '지천댐 건설 찬반 여론조사' 결과, 청양·부여 주민 100명 중 63명이 지천댐 건설에 찬성했다. 앞서 지천댐 지역협의체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찬성표가 소폭 줄긴 했으나, 이는 조사범위 확대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 결과에 따라 다수의 주민이 지천댐 건설을 희망하는 것으로 드러나 댐 건설 명분이 보다 명확해졌다. 중도일보-대전일보-충청투데이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지천댐 건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수행했으며 조사 대상지는 청양..

이진숙 장관 후보 논문표절 적극 해명… 자녀 유학 공식 사과
이진숙 장관 후보 논문표절 적극 해명… 자녀 유학 공식 사과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가 제기된 여러 논란을 적극 해명하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의혹에 대해선 고개를 숙이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정면 돌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카더라식 의혹’보다 능력과 정책 검증을 강조하며 이 후보를 엄호한 반면, 국민의힘은 시종일관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맞섰다. 이 후보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진선미 의원과 국힘 김대식·김민전·서지영 의원 등이 여러 의원이 질의한 논문 표절 논란과 관련, "이공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며 의혹을 적극 해명했다. 이 후보는 "2..

세종시 소재 `해수부 산하기관` 이전도 급물살...지역 반발 확산
세종시 소재 '해수부 산하기관' 이전도 급물살...지역 반발 확산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나비효과가 서울시와 세종시 등으로 산재된 산하 기관의 후속 이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16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 연말로 확정되고, 입지도 부산시 동구 IM빌딩(본관)과 협성타워(별관)로 정해졌다. 이 같은 흐름이 강행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자연스레 서울과 부산 등으로 분산된 해양수산 관련 산하기관 이전안으로 옮겨가고 있다. 해수부는 이날 내부 고위 관계자 회의를 통해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형상 해수부와 산하 기관이 한데 모여 있어야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다는 판단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우 예보에 출입통제 폭우 예보에 출입통제

  • 초복 앞두고 삼계탕집 북적 초복 앞두고 삼계탕집 북적

  • 제22회 이동훈미술상 특별상 수상 작가전 제22회 이동훈미술상 특별상 수상 작가전

  • ‘스포츠 꿈돌이’ 캐릭터 첫 공개 ‘스포츠 꿈돌이’ 캐릭터 첫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