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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두 개로 만든 쌍륜교 .고양이도 즐겨 건넌다. |
한강에는 다리가 몇 개나 있을까?
서울특별시민은 정답을 알려나? 하여튼 촌사람은 어림잡기가 쉽지 않다. 외관에 치우치다 붕괴한 성수대교 참사도 옛일이 되었고, 6.25 전쟁 때 폭파한 한강다리가 어느 것인지조차 아물거린다.
긴 가뭄 끝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져 바깥 일이 줄어드니 좀이 쑤신다.
얼마 전에 동쪽 밭과 연결한 '삼륜교(三輪橋)'는 수로 아래쪽으로 치우쳐 있어, 다리를 건너기 위해서는 경사진 길을 15m쯤 내려가야 한다. 지난 겨울 눈이 왔을 때도 그랬지만, 폭우로 인해 빗물이 도로 위로 흘러내리는 오늘도 음식물 쓰레기를 묻으러 밭에 가다가 미끄러질 뻔 했다. 아무래도 길을 가로질러 곧바로 가는 통로를 하나 더 마련해야겠다. 삼륜교를 건설하고 남은 폐타이어 한 짝을 U자관 수로에 직각으로 세우니 훌륭한 다리가 된다. 억지로 들어가는 크기였기에 성수대교 같이 무너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윗집에서 보고 있더니, 보관하고 있던 타이어 한 개를 가져와 옆으로 나란히 붙여서 넣었다.
순식간에 교량 폭이 두 배로 늘어났다. 개통식을 둘이서 했다. 타이어를 밟고 넘어가는 감촉이 부드럽다. 발바닥에 전해오는 그 알맞은 탄력은 글로는 표현이 안 되고 건너봐야만 느낄 수 있다. '밟는 순간 약간 들어갔다가, 발을 뗄 때 살짝 밀어주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명명식도 거행했다. 아래 쪽 다리 이름은 타이어 세 개로 만들었기에 '삼륜교'라 했으니, 타이어 두 개로 만든 다리는 당연히 이륜교(二輪橋)이다. '이륜교'? 좀 뭔가 2% 부족한 느낌이기에 쌍륜교(雙輪橋)로 바꿨다.
밭일 갈 때는 삼륜교를 통해서 간다. 음식물 쓰레기는 쌍륜교를 건너가서 묻고. 이 짧은 수로에 다리가 두 개가 되고 보니 괜한 걱정이 든다. 남의 땅이기에 적당한 때 사붙이고 싶었는데….
땅값이 뛸 것 같다. 강남이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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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전문의인 노승무 충남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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