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톡] 떠나보내는 것은 그 무엇이든 아프다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심리 톡] 떠나보내는 것은 그 무엇이든 아프다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

  • 승인 2018-10-1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엄마의 죽음에 너무 힘이 든 중2학년 남학생입니다. 2년 전 엄마의 죽음이 지금도 너무 힘이 듭니다. 미치도록 밉고, 미치도록 두렵습니다. 엄마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병이 악화되어 늘 고통스러워 했고, 아픔과 싸워야 했습니다. 아빠는 일 때문에 바빴고, 가정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아빠의 대한 분노와 엄마에 대한 원망이 없어지질 않고 친구들에게 폭언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뒤 무척이나 괴로워함을 아는 데도 불구하고 부정적 행동은 멈춰지지 않습니다. 듣고 있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엄마의 아픔이 아이에게는 '서서히 엄마가 내 곁을 떠나가는 거, 서서히 엄마가 나를 버리는 거, 서서히 엄마가 나를 떠나 보내는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 엄마의 상실이 곧 친구의 상실처럼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동일시' 와 같은 것입니다. 동일시는 부모 등 중요한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 닮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친구 또한 중요한 사람으로 자리 잡고 있기에 부모와 친구를 동일시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부모의 좋은 점도 닮아 갈 수 있지만, 닮지 않아야 될 바람직하지 못한 특성들 즉, 깡패와 범죄자 등 과 같은 부모의 특성을 방어하기 위해 오히려 잔인함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 속에서는 정신분석가 프로이트식으로 말을 하면, 아픔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엄마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엄마에게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는 자신을 무의식에서 발견하면서 죄책감은 시작됩니다. 죽음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친구와의 관계, 가족하고의 관계, 타인관의 관계가 틀어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친구와의 관계가 힘든 이유가 엄마와의 상실과 어떤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한 가지의 생각에서 오만가지의 생각들이 품어 나옵니다.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강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관계가 틀어짐으로써 오히려 관계에 있어서 한편으로 편할 수 있습니다. '내가 엄마한테 잘못한 것에 대해 벌을 받고 있는 거야'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엄마의 대한 배신으로 '나 같은 사람은 벌 받아도 당연해 '라는 비합리적인 신념이 있을 가능성도 엿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틀어진 관계 속에서 '그게 편하다' 라고 그 생활 속에서 안주하면서 도피하는 삶을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떠나보내는 것은 그 무엇이든 아픈 것입니다. 생명의 잃음, 물건의 잃음, 고향을 떠나는 일, 국적을 떠나는 일,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절친과의 이별, 애완동물의 죽음 등 떠나보내는 일은 다양하지만, 그 어느 하나 아프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여기서 떠나보낸다는 것은, 떠나보냄을 경험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의 존재방식과 관계방식을 바꾸게 합니다. 자신의 삶의 패턴이 지진처럼 또 하나의 지층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아프셨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할 때가 없었을 겁니다. 모든 감정을 혼자서 간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자신을 돌봐 줄,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가장 두렵고 무서웠던 일은 엄마의 죽음이었습니다. 결국 그 두려움이 혼자 남는 것으로 자리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친구와의 관계가 똑같다고 이해하시면 더 좋을 듯 합니다.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두려움 때문에 먼저 폭언을 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고 원만한 관계를 하지 않음으로써 안정을 찾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학생에게 가장 필요 하는 것은 '나는 너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확신을 심어줄 대상 즉 담아주는 대상입니다.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대표와 심리상담가 김종진 씨가 격주로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심리'의 창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해양사고 선박의 30%, 기존 행위 반복… 예방책 없나
  2. 해수부, 중국과 해운 회담으로 현안 합의
  3.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당선자 현충원 참배! 허태정 방명록에 남긴 말은?
  4. 대전농협-보라미봉사단, 농촌 일손돕기 볼사활동 진행
  5. 장기수 천안시장 당선인, "시민과 함께 정책을 만들고 시민과 함께 미래 열 것"
  1. 소비자원-정수기 사업자정례협의체, 학교 정수기 안전 사용 캠페인 진행
  2. [한화에어로 참사] "더는 일터에서 목숨 잃지 않길"…합동분향소 조문 잇달아
  3. 세종시 '탄소중립' 이벤트, 13일까지 지속… 어디로 가볼까?
  4. 오석진 당선인 첫 공식 행보는 '애도'
  5. 농식품부, 범정부 협력으로 농어촌 삶의 질 높인다

헤드라인 뉴스


간호사 출신 보건소 공무원이 투표소서 쓰러진 60대 남성 구해

간호사 출신 보건소 공무원이 투표소서 쓰러진 60대 남성 구해

6월 3일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쓰러진 시민을 응급처치로 구해낸 보건소 공무원이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투표관리관이었던 천안시서북구보건소 신미숙 의약팀장은 선거 당일 오전 7시 54분께 백석동 제6투표소(천안백석1차아이파트 1층 주민회의실)에 설치된 기표소에서 60대 남성이 누워있는 상황을 목격했다. 단국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일한 경험이 있던 신 팀장은 쓰러진 남성이 의식이 없고, 맥박이 뛰지 않는다고 판단해 곧바로 심폐소생술에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남성의 호흡은 조금씩 되찾았고, 1..

`늑구를 찾아봐` 재개장 대전오월드 관람객들에 새로운 재미
'늑구를 찾아봐' 재개장 대전오월드 관람객들에 새로운 재미

늑구 탈출 사고로 운영을 중단했던 대전 오월드가 약 두 달간의 시설 보완을 마치고 6월 5일 재개장했다. 오월드 측은 동물 보호 차원에서 사육 중인 14마리의 늑대 가운데 어느 개체가 탈출했던 '늑구'인지 식별할 수 있는 별도 표식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늑대 사파리 앞에 늑구의 사진과 함께 다른 늑대와 구별할 수 있는 외형적 특징이 소개된 '늑구를 찾아봐'라는 안내판을 설치했다. 안내판에 따르면 늑구는 다른 개체보다 체격이 크고 미간에 두 줄의 선이 있으며 꼬리에 검은 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재개장 이후 SNS에도 늑대 사..

공캠 `청춘 야장`의 밤거리… 세종시민 갈증 해소
공캠 '청춘 야장'의 밤거리… 세종시민 갈증 해소

2024년 9월 개교한 세종시 집현동 '공동캠퍼스'와 그 일대가 홍대 거리 못잖은 번화가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1000명 안팎의 재학생 규모와 주변 환경으로 본 현재는 상상하기 힘든 그림이다. 외곽순환도로(차량 1분)와 비알티(BRT) 정류장(도보 3분), KTX 오송역(버스 18분) 접근성이 좋을 뿐, 대학생들이 머물만한 공간은 전무하다. 당장 '외딴 섬', '유령 캠퍼스'란 오명을 씻어내고, 지역 주민과 한데 어우러지는 장부터 만들어내는 게 숙제로 남아 있다. 캠퍼스 도서관(학술문화지원센터)을 개방하고 책을 대여해주는 시도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

  • 분주한 개표소 분주한 개표소

  •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당선 ‘확실’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당선 ‘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