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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한밭대 석좌교수 |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과 어려운 분들이 많이 사시는 동네여서 비탈길을 한참 올라가야 연탄을 받을 집이 있고 주거환경은 매우 열악했지요.
그런데 어느 집 앞 1평도 안 되는 빈터에 아름다운 꽃들이 빼곡히 심어져 있어 신기하면서도 보기 좋았습니다. 어느 어르신이 사신다고 했는데, 아마 그 어르신은 그 꽃을 가꾸는 재미로 사는 보람과 행복을 느낄 것입니다.
집 주인을 직접 만나진 못했지만 그 당시 상상으론 얼굴에 주름살은 깊이 파여 있지만 잔잔한 웃음으로 상대를 편안하게 해 주시는 그런 분 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앞에 서서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며 소설가인 프랑수아 를로르의 말을 떠올렸습니다. 를로르는 '행복은 집 앞에 채소밭을 갖는 것'이라는 아주 평범한 말을 했지요.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한 곳, 나이 들고 가난하여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그 가운데서 삶의 철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올 해를 시작하는 일월 초삼일, 이 세상에는 눈으로는 초라해 보이는 낮은 곳에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교훈을 전하고 싶습니다.
염홍철 한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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