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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한빛유치원 아이들이 17일 원수산에서 옹기종기 모여 담임교사와 함께 숲체험을 하고 있다. |
지난 17일 세종시 원수산을 찾은 한빛유치원 아이들이 숲에서 느끼고 체험한 자연은 셀 수 없이 많아 보였다.
원수산 기쁨뜰 근린공원에서 한빛유 아이들은 스쿨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스스로 자연학습을 시작했다.
촉촉한 흙길을 밟으며 들려오는 사각사각 낙엽소리에 귀가 간지러운지 꺄르르 웃음을 터트렸고 경사진 등산로에서 누구라 가릴 것 없이 친구의 손을 잡고 서로를 지켰다.
5살의 해솔3반 한 아이는 숲을 걸으며 신발에 걸린 알밤을 보고 "가시"를 외쳤고, 또다른 아이는 가시에 찔린 듯 놀란 표정을 짓더니 아이들은 곧 "알밤을 구워 먹자"에서 "불을 지피자"며 생각을 순식간에 발전시켰다.
6살 해솔2반 아이들은 숲길을 걸으며 눈에 띄는 곤충을 채집하는데 몰두했다.
귀뚜라미가 폴짝 뛰면 덩달아 아이들도 껑충 뛰면서 뒤쫓아갔고, 여치가 풀숲을 날아가면 아이들은 덩달아 우르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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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체험에서 채집한 곤충을 보이고 있다. |
7살 아이들은 숲에서 주운 낙엽을 모아 불을 피우겠다며 원시인처럼 손바닥에 나뭇가지를 비볐고 친구들은 불꽃이 정말로 일어나는지 관심 있게 지켜봤다.
같은 나뭇가지가 다른 아이들에게는 아지트 공간을 만드는 건축자재가 되기도 했다.
해솔 3반 아이들은 몇 주 전 숲 체험에서 여러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엮어 고깔 모양의 움집을 세웠고, 이날은 꽃을 꺾어다 움집을 꾸미는 놀이를 즐겼다.
고깔 모양의 움집에 꽃으로 꾸밀 때 그 안에서는 또 다른 아이들이 도토리를 묻으며 "다람쥐야 여기서 쉬었다가렴"이라며 흙을 토닥였다.
해솔2반 김은숙 담임은 "아이들이 숲에 나오기 전에 숲에서 무엇을 할 지 함께 생각해보고 자신이 생각한 체험에 필요한 도구를 유치원에서 스스로 가져온다"며 "숲체험 후에도 유치원에 돌아가 숲에서 보고 느낀 것을 수업에서 공유하고 공부하며 숲과 교실을 연계한 학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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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유치원 한 아이가 자신이 발견한 곤충을 도감에서 찾아보고 있다. |
해솔3반 안년경 담임은 "숲을 체험할 때 아이들이 관심을 확장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왕성하고, 놀이를 고민에 그에 필요한 재료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며 "동화를 만들 때도 숲이 배경이 되고, 이곳에서 관찰할 자연이 주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한빛유치원의 숲체험 활동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상품화된 놀잇감 사용은 되도록 피하고 숲에서 정형화된 수업을 하지 않으며 숲 전문강사의 일방적 강연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안전이 확보된 상황에서 아이들이 자연 놀잇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숲 체험을 교실수업에 연계하며, 학부모의 참여를 유도한다.
아이들과 교사가 매주 화요일마다 숲체험을 진행하며 원수산의 사계절 변화를 느낄 때 학부모도동아리에서도 격주에 한 차례씩 동행하며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은 아이다움 교육과정의 완성된 숲유치원 격인 (가칭) 새빛숲유치원 개원을 앞두고 오는 20일 북부지원센터에서 설명회를 갖고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김정자 한빛유치원장은 "숲체험이 아니더라도 매주 2회씩 강변 산책을 통해 자유로운 탐구를 이어간다"며 "학부모가 정기적으로 숲체험에 도우미로 참여함으로써 함께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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