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우리말 사랑단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우리말 사랑단

  • 승인 2019-10-10 08:31
  • 신문게재 2019-10-10 22면
  • 김유진 기자김유진 기자
김유진
김유진 교육문화부 기자
# "너한테 문자 보내려면 맞춤법 먼저 확인하게 돼."

어린 시절부터 맞춤법에 집착했던 내게 친구들이 늘 하던 말이었다. 안과 않, 되와 돼를 구분하지 못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면 내용에 대한 답장보다 맞춤법에 대한 지적이 앞섰다.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이런 집착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오타를 보면 눈에 거슬린다. 나부터도 헷갈리는 단어는 타자를 치기 전에 꼭 검색해서 확인하고 보내는 편이다. 외국어를 못 하는 건 부끄럽지 않지만, 우리말 맞춤법을 틀리면 창피하기 때문이다.



# 고등학생 시절 국사선생님께서는 늘 국어, 국사, 한국지리 '3대 국학'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우리 민족의 뿌리가 되는 과목이라면서 영어, 수학만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하지만 늘 국·영·수에 우선순위가 밀려 사회탐구 과목인 국사, 한국지리에는 상대적으로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는 못했다. 선생님 말씀대로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그 의도에는 충분히 공감이 됐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던 친구는 대학을 다니는 동안 자신의 학과가 없어질 수 있다는 걱정과 졸업 후 취업이 어려울 것 같다는 근심을 달고 살았다. 그러면서도 친구는 우리말을 공부한다는 이유로 본인이 전공으로 하는 분야에 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매년 가을이면 힘들다고 하면서도 학술제를 준비하는 모습에서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취업률에 밀리고 대학 평가에 밀려 '국어국문학과'가 축소되고 있다. 한남대, 대전대의 국어국문학과는 문예창작학과와 통합돼 '국어국문창작학과'로 탈바꿈 했으며, 배재대 한국어문학과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와 국어국문학과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기도 했다. 국어국문학과가 축소되는 것은 대전권 대학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건양대는 10년도 더 지난 2005년에 이미 국문과 폐지가 결정됐고, 동국대도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과가 통합됐다.

이렇게 국문과가 대학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원인으로는 '낮은 취업률'이 자주 거론된다. 취업률이 낮으니 대학 평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없어 학과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문과의 유지 여부를 취업률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한 대학 교수는 "입학생이 줄어들면서 학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칼날이 늘 어문계열 학과들에 먼저 겨누어지는 점이 안타깝다"며 "지성의 요람인 대학에 우리말을 연구하는 국어국문학과를 없애거나 축소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타당한 이야기다. 취업률이 높지 않다고 해서 없앨 것이 아니라 취업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더는 수치에 밀려 줄어드는 국어국문학과가 없길 바란다.
김유진 교육문화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1동 입체주차장 운영 중단
  2. 파주시, ‘마장호수 휴 캠핑장’ 운영 재개
  3. 천안 삼은1번가 골목형상점가, '길거리 오픈축제' 개최
  4. 2025 K-축제의 세계화 원년...날아오른 국내 축제는
  5. 충남도의회 "학교급식 종사자 체계적 검진 지원"
  1. [기획] ㈜아라 성공적인 글로벌화 "충남경제진흥원 글로벌강소기업1000+ 덕분"
  2. 대전 특성화고 지원자 100% 넘었다… 협약형 특성화고 효과 톡톡
  3. [사설] 특성화고 '인기', 교육 내실화 이어지나
  4.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5. "대전하천 홍수량 5~8% 늘어"vs"3년 만에 과도한 상향 아닌가" 갈등

헤드라인 뉴스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대전시가 이재명 정부의 2026년도 예산안에서 트램 등 핵심 사업에 필요한 국비를 대거 확보하면서 주요 현안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트램을 비롯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웹툰클러스터 예산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마지막 날인 이날 4조 3000억원을 감액하고, 감액 범위 내에서 증액해 정부안인 728조 원 규모로 전격 합의한 것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주요 현안 예산 반영 여부를 여의도..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 대전에서 수출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원·달러 환율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환율이 10~20원만 변동해도 회사의 수익 구조가 즉각적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A대표는 "원자재 대금 결제에 적용되는 환율이 중요하다 보니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환율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이면서 지역 수출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를 사들여 수출하는 구조를 가..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곳곳에 숨겨진 내란의 어둠을 온전히 밝혀내서 진정으로 정의로운 국민 통합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52차 국무회의에서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지난해 12월 3일 우리 국민들이 피로써 쟁취해 왔던 민주주의, 그리고 헌법 질서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며 “그렇지만 국민의 집단 지성이 빚어낸 빛의 혁명이 내란의 밤 어둠을 몰아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환하게 빛나는 새벽을 열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위대한 빛의 혁명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