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시공사에 집 뺏긴 주민들, "거리로 나앉을 판"

  • 사회/교육

재건축 시공사에 집 뺏긴 주민들, "거리로 나앉을 판"

시공사 계약서에 없던 추가 분담금 1500만 원 요구
수용불가 의사에 시공사 아파트 담보 수십억 대출
"빨리 이 악몽에서 깨어나길"...주민들의 눈물

  • 승인 2019-10-21 17:20
  • 신문게재 2019-10-22 3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KakaoTalk_20191021_161225142
"갑작스런 추가 분담금에 대출 빚까지… 거리로 나앉게 생겼어요."

대전 서구 용문동의 한 재건축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 A 씨는 최근 집 생각만 하면 잠을 잘 수 없다. 재건축을 맡은 시공사가 약속을 어기고 아파트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은 채, 아파트를 담보로 수십억을 대출받았기 때문이다.

분담금 5000만원이면 새로 지은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는 시공사의 말을 너무 믿었던 것일까. A 씨는 자책하고 또 자책한다.

A 씨는 "분명히 시공사가 분담금 5000만원을 내면 새아파트를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일이 이렇게 될지 몰랐다"라며 "시공사를 너무 믿었던 내가 싫어진다"라고 울먹였다.



다른 입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은 대부분 70~80대 노인들로, 재건축에 대한 내용을 알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신축 아파트'라는 달콤한 말에 시공사를 믿고 집을 내줬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생각지도 않은 추가 분담금과 대출 빚이었다.

80대 주민 B 씨는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는 걸 알았으면 재건축에 동의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소유권을 넘겨받아도 빚이 수천 만원에 달해 갚을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죽어야 하나 싶다"고 한탄했다.

주민들의 달콤한 꿈이 악몽으로 변한 건 지난 2017년 12월. 세대 수가 부족해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지 못해 재건축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던 주민들에게 '5000만원이면 새집에서 살 수 있다’는 시공사의 제안은 거절할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이었다.

주민들은 시공사의 말을 믿고 자신들의 집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해줬고, 준공만을 기다렸다.

준공의 기쁨도 잠시, 시공사는 약속하지도 않은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계약서에 없던 추가 분담금 1500만원을 더 내라는 요구였다.

주민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워 서로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가 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시공사가 이미 주민들 모르게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며 시공사에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졌다. 하지만 시공사는 공사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답변을 내놨다. 다시 말해, 소유권을 이전받으면 시공사가 받은 대출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주민 C 씨는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너무 속이 터진다"라며 "만약 시공사가 폐업하고 도주한다면 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어 너무 불안하다. 빨리 이 악몽에서 깨어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larczar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SMR 특별법' 공방 지속… 원자력계 "탄소중립 열쇠" vs 환경단체 "에너지 전환 부정"
  2. 천안시, PM 견인 강화로 질서 확립 '고삐'
  3. 李정부 첫 조각 마무리…충청 고작 2명 홀대 심각
  4. 조국혁신당 대전시당, '검찰개혁 끝까지 간다'… 시민토크콘서트 성황
  5. [오늘과내일] 더 좋은 삶이란?
  1. 더불어민주당 전대주자들, '충청당심' 공략 박차
  2. [월요논단] 지역주택조합의 분담금 반환과 신의성실의 원칙
  3. 대전미술대전 무산 위기 넘기고 올 가을 정상 개최 가시화
  4. 대전문화재단,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사회공헌활동 펼쳐
  5. 가까스로 살린 대전미술대전…문화행정은 이제부터 숙제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완성… 외국인 관광객 유치 특례 추가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완성… 외국인 관광객 유치 특례 추가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을 위한 시대적 과제 중 하나인 대전·충남 행정통합 을 위한 특별법안이 완성됐다. 12·3 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등 정치적 격변기 속 잠시 주춤했던 이 사안이 조기 대선 이후 다시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14일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이하 민관협)는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제5차 회의를 열고,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가칭)' 최종안을 확정했다. 민관협은 이날 완성된 법안을 이장우 대전시장과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홍..

전재수 "해수부, 세종보다 부산이 더 효과" 발언에  충청권 `발끈`
전재수 "해수부, 세종보다 부산이 더 효과" 발언에 충청권 '발끈'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해양수산부가 세종보다 부산에 있어야 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 충청 보수 야권이 발끈하고 나섰다. 전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해수부가 세종에 있을 때 그 효과를 100이라고 한다면, 부산으로 오는 것이 1000, 1만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며 "해수부 부산 이전을 차질 없이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전 후보자가 내세운 해수부 부산 이전 근거는 북극항로였다. 그는 "북극항로를 둘러싸고 세계 각국이 경쟁하고 있다"며 "해수부를 거점으로 삼아 부산에서..

국내 증시 활황…대전 상장기업 시총도 사상 최대
국내 증시 활황…대전 상장기업 시총도 사상 최대

국내 증시가 연일 활황을 이어가면서 대전 상장기업의 시가총액도 매달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26포인트(0.83%) 상승한 3202.03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3200선을 넘긴 건 2021년 9월 6일(종가 3203.33)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1.10포인트(0.14%) 하락한 799.37로 거래를 마쳐 희비가 엇갈렸다. 주목할 건 대전지역 상장기업의 성장세다. 대전테크노파크에 따르면 6월 기준 대전지역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완성…충청 새 미래 열린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완성…충청 새 미래 열린다

  • 요란한 장맛비 요란한 장맛비

  • ‘민생회복지원금 21일부터 사용 가능합니다’ ‘민생회복지원금 21일부터 사용 가능합니다’

  • 폐업 늘자 쏟아지는 중고용품들 폐업 늘자 쏟아지는 중고용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