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고요한 밤'의 참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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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고요한 밤'의 참뜻

이성만 배재대 교수

  • 승인 2019-12-16 13:37
  • 신문게재 2019-12-17 22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이재만
이성만 배재대 교수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만 되면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캐럴을 부른다. 이 곡의 성공담은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역사이기도 하다. 최초의 공연이 지금과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원래의 제목도 그냥 '고요한 밤(Stille Nacht)'이었다.

이 노래는 세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매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란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서 불리고 들린다. 이 캐럴은 어느새 30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유엔 회원국이 193개국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작사한 사람은 로마 가톨릭 사제였던 요제프 모어(Joseph Mohr, 1792~1848)이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가 전사한 후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1815년 사제서품을 받은 뒤 알피네라는 작은 마을에서 사목하던 1816년 이 캐럴 가사를 썼다. 1년 후 그는 잘츠부르크 인근의 조그만 시골마을 오베른도르프의 성 니콜라우스 교회(성 니콜라우스는 선원들의 수호성인)에 보조사제로 부임하여 그곳 교사이자 오르간 연주자이던 프란츠 그루버(Franz Xaver Gruber, 1787~1863)를 만났다. 모어는 그에게 자신의 시에 어울리는 멜로디를 부탁했다. 그루버가 작곡한 원래의 악보는 오늘날의 4분의 4박자에서 느끼는 거룩한 분위기와는 달리 춤곡 같은 8분의 6박자로 되어 있다. 당시 나폴레옹 전쟁을 겪으며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던 마을 사람들에게 성탄 전야에 조그만 기쁨이라도 주고픈 마음에서였다고 한다. 1818년 성탄 전야에 교회 오르간이 고장 나는 바람에 두 사람은 악기 반주가 없는 상태에서 이 캐럴을 처음 불렀다. 마지막 두 구절인 '평안히 자고 있네, 평안히 자고 있네' 부분은 합창단도 함께 불렀다고 한다.

1827년부터 1837년까지 요제프 모어는 자신의 첫 교구였던 힌터제(Hintersee)라는 작은 마을의 주임신부였다. 당시 힌터제 마을의 주민들은 큰 빈곤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기에 모어는 이 불쌍하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고기라도 좀 먹일 요량으로 지역 밀렵꾼들한테 고기를 구하고자 교회의 헌금함에서 돈을 꺼내 쓰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모어는 이런 넓은 마음 때문에 감옥에 갈 번 하기도 했단다. 아무튼 1832년 그의 '고요한 밤'은 라이프치히에서 다시 공연된 이후 빠르게 이웃으로 퍼져나갔다. 어느새 이 노래는 크리스마스 가족파티와 예배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이 곡이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1859년 미국 성공회 플로리다교구의 영(John F. Young, 1820~1885) 주교가 영어로 번역하면서부터였다. 1873년에는 미국 전역으로, 1891년에는 영국, 스웨덴, 그리고 영국령 인도에까지 전파되었다. 기독교 선교사들은 이 크리스마스 캐럴을 동아프리카, 뉴질랜드, 남미에까지 가져갔다. 21세기에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여전히 히트 캐럴이다. 201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첫 공연 때에는 이 곡의 여섯 절을 다 들을 수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세 절만 불리고 있다. 요제프 모어는 이런 엄청난 성공을 겪어보지도 못하고 1848년에 죽었다.



현재의 오베른도르프 마을은 1899년 홍수로 파괴되어 사라지고 이후 강을 따라 대략 800m 위쪽에 새로 조성된 것이다. 12세기에 지어진 성 니콜라우스 교회의 일부가 헐리면서 비품들은 새 교회로 옮겨졌지만, 그루버가 설계한 오르간은 그러지 못했다. 1913년 낡은 교구교회는 철거되어 사라졌고, 현재는 잔해 위에 1924년부터 1936년 사이에 건립된 '고요한 밤 기념예배당'만 크리스마스 캐럴의 역사적 탄생지임을 떠올리게 한다. 매년 이 기념예배당과 옆에 있는 박물관은 전 세계의 수많은 방문객들의 순례지가 되었다. 매년 12월 24일 오후 5시에는 국제적인 기념행사도 열린다. 요제프 모어의 따뜻한 마음과 희생정신이 우리네 주변에도 스며들어 모두가 행복한 '고요하고도 거룩한 밤'을 합창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성만 배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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