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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미 작가 작품 |
당진 아미미술관 안에 오래된 한옥이 있다고?
미술관 한 켠에는 2011년 아미미술관이 개관하기 한참 전 유동초등학교 시절부터 있었던 한옥 한 채가 자리잡고 있다.
요즘에는 낯선 풍경이지만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이 밥을 해 먹고 잠을 청하며 학교를 지켜왔던 사택이 원형 그대로 잘 남아있는 것.
레지던시가 운영됐던 2016년까지는 예술가들의 생활 공간으로 활용되거나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했지만 올해 아미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전시의 장으로 거듭났다.
그 첫 프로젝트를 위해 문래동 얼굴 문패가 시그니쳐인 김순미 작가가 전시 2년 만에 한옥을 밝혀줄 휴대폰과 아기자기함을 더해줄 고양이들과 함께 아미미술관으로 돌아왔다.
휴대폰의 빛을 소재로 한 <이번엔 네 차례야>에서는 한사람, 한사람에 초점을 맞춰 왔던 기존 작업에 '우리'라는 인식이 더해졌다.
여기서 우리는 '너희'와 편을 가르는 우리가 아니다. 심지어 길에서 마주치는 불특정 다수도 될 수 있을 만큼, 종종 느슨하지만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우리'이다.
얼핏 작품을 하나씩 놓고 보면 마치 자신의 모습을 담거나 피사체를 촬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아놓으면 어두운 곳에서 타인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핸드폰 조명을 밝혀주는 모습이라는 점이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다.
이는 작가노트에서 밝히고 있듯이 몇 년 전 작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을 풀어낸 것이며 지극히 개인적이고 '쿨'한 휴대폰이라는 차가운 소재에 따스함이 더해진다.
또한 남을 위해 내 작은 빛을 내어줄 여유만 있다면 함께 빛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도 전해진다.
한옥 부엌에 설치된 고양이들의 이야기 <여기서 좀 비빌께요>에서는 문래동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쌓아왔던 기억의 조각들을 나무에 담아냈고 이는 작가의 작품 세계가 개개인에서 인간-인간의 관계, 또 인간-동물의 관계로, 더 나아가 생명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미술관 관계자는 "독립적인 성향의 사람이든 동물이든 간에 홀로 살아가기에는 꽤나 버거운 세상이며 비록 타인들과 느슨하게 연결돼 있을지라도 나는 '우리' 안에 살고 있다"며 "언제나 주변에는 다른 생명들과 함께 살고 있었음을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당진=박승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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