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30강 구맹주산(狗猛酒酸)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정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30강 구맹주산(狗猛酒酸)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8-0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30강 구맹주산(狗猛酒酸) :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

본 고사성어는 狗(개 구), 猛(사나울 맹), 酒(술 주), 酸(초 산)의 네 글자로 구성되어 있고 출처는 한비자의 외저설우상(韓非子 外儲說右上)에 있다.



이는 어느 한 나라에 간신배가 있으면 선량한 선비가 오지 않거나 떠남에 대한 비유와 어떤 한 사람의 난폭자가 있으면 어느 조직이나 가정, 혹은 한 나라까지 쇠약해짐을 비유 할 때도 곧 잘 쓰인다.

송(宋)나라 사람 중에 술을 파는 자가 있었다.



그는 되[升]가 아주 공정했고 손님에게 매우 공손하게 대했으며, 술을 만드는 재주가 뛰어나 술맛도 일품이었다. 그러고도 술도가(-都家)임을 알리는 깃발까지 아주 높이 걸어서 장사가 잘되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술이 팔리지 않고 모두 시어져 버렸다.

이를 이상히 여긴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마을에 양천(楊?)이라는 어른 되시는 분을 찾아가 물었다. 그러자 양천이 다시 주인에게 묻기를 "당신 집에서 기르는 개가 혹시 사나운 것 아닌가?" 라고 묻자 술도가 주인이 "예, 개가 좀 사납기는 합니다만, 개가 사나우면 어째서 술이 팔리지 않는 겁니까?" 양천이 대답하기를 "사람들이 개를 무서워하기 때문이라네." 하면서 이어 양촌이 말하기를

"어떤 사람이 자식을 시켜 돈을 품에 넣고 호리병을 손에 들고 술을 받아 오게 했는데, 개가 달려와서 그 아이를 물었다네. 그 후로는 자네집의 개에 대해 소문이 났고, 사람들은 구맹(狗猛)이 무서워 술을 사러 가지 않는 것일세, 이것이 술이 시어질 때까지 팔리지 않는 이유라네."

이어 한비자는 사나운 개를 비유하는 교훈을 주면서 덧 부쳐 이렇게 말한다.

'나라에도 개가 있는데, 만약 도(道)를 갖춘 훌륭한 선비가 법술(法術)을 품고 만승(萬乘)의 군주에게 밝히고자 해도 중간에서 대신(大臣)이 사나운 개가 되어 물어뜯는다면 이는 군주의 가림막이 되어 도를 갖춘 선비가 쓰임을 받지 못하는 까닭이 되는 것이다.(夫國亦有狗, 有道之士懷其術而欲以明萬乘之主, 大臣爲猛狗迎而?之, 此人主之所以蔽脅, 而有道之士所以不用也.)'

나 자신에게도 분명히 사나운 개가 있다. 그냥 지나치는 말,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또 남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는 사나운 개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아집과 자기주장이 더욱 강해지니 이 같은 사나운 개는 빨리 처리해야 한다.

이러한 류(類)의 사람을 이른바 간신(奸臣)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간신들을 살펴보자. 사육신의 변절자 김질(金?), 단종 폐위의 계유정난의 설계자 한명회(韓明澮), 조선간신의 대명사 임사홍(任士洪)과 그의 아들 임숭재(任崇載), 남이장군의 고변자 유자광(柳子光), 임경업장군을 모반으로 죽인 김자점(金自點), 매국노 이완용(李完用) 등이 있다. 이들을 잘 살펴보면 그 시대의 군주들을 볼 수 있다. 세조, 연산군, 광해군, 선조, 인조, 고종 등 난폭하거나 허약한 군주들이다. 따라서 간신들은 이러한 군주에게 아부하거나 이용하면서 나만 잘 살고 남들은 다 죽어도 되는 이기심을 발동하는 자들인 것이다. 이들은 통상 나라가 어쩌고 백성이 저쩌고 하면서 백성을 위하는 척 거들먹거린다. 그들은 백성과 군주의 중간에 있으면서 자신의 이익을 독식하고, 경쟁자를 해코지하는 역할을 즐기고 있다. 그 배경에는 반드시 불초한 군주가 있기에 간신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간신도 군주가 현명하고 올바르면 감히 허튼 생각이나 수작(酬酌)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상류기탁하류난청(上流旣濁下流難淸) 곧 윗물이 이미 흐리니 아랫물이 맑기 어렵다.

정약용(丁若鏞)의 목민심서(牧民心書)에 이르는 말이다.

군주가 허약하거나 흐트러지면 그 틈을 이용하여 자기 존재를 과시하려는 무리는 반드시 기생한다. 그리고 그들은 욕심을 채우고, 남을 해치는 일을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지금 시대의 혼란한 정치행태와 어지러운 사회질서도 중간의 사나운 개(狗猛)들의 농간이 국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데 혹(惑) 국민들이 더 힘들어하는 것은 그 구맹(狗猛)들 위에는 정치와 사회 혼란을 외면하고, 어지럽게 하는 자들을 도와주는 어리석은 군주가 있고, 그 군주를 믿고 미쳐 날 뛰는 구맹(狗猛)의 횡포 때문은 아닌지…….

장상현/ 인문학 교수

5-장상현-박사
※술도가(-都家) : 술을 빚어 만들어 도매하는 집

※법술(法術) : 방법과 기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

※만승(萬乘) : 봉건제도시대에 군대 백만 명을 가질 수 있는 큰 나라의 군주

(통상 天子를 일컫는 단어/ 乘은 전차 4대로 구성된 전투집단으로 전 차 4대와 전사, 보병, 치중 등을 합해 약 100명으로 편성된 군대집단)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2. 대전시와 5개구, '시민체감.소상공인 활성화' 위해 머리 맞대
  3. 세종시 '학교급식' 잔반 처리 한계...대안 없나
  4. [한성일이 만난 사람]여현덕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인공지능(AI) 경영자과정 주임교수. KAIST-NYU 석좌교수
  5.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1. 세종시 도담동 '구청 부지' 미래는 어디로?
  2. 세종시 재정 역차별 악순환...보통교부세 개선 촉구
  3.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4. 세종시 '공동캠퍼스' 미래 불투명...행정수도와 원거리
  5.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헤드라인 뉴스


집현동 세종테크밸리 유치 전략 주효...8개 기업 유치

집현동 세종테크밸리 유치 전략 주효...8개 기업 유치

집현동 세종테크밸리 내 기업의 이탈 방지와 투자 유치에 공을 들여온 세종시. 올 하반기 전격 도입한 '첨단기업 유치 임차료 지원사업'이 모두 8개 기업 유치로 결실을 맺고 있다. 지원안은 타 지역에서 본사 이전 또는 공장, 연구소를 테크밸리로 신설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핵심은 2년간 임차료 4000만 원, 사무실 공사비 500만 원 지원에 있다. 또 지원 기업은 시 지원과 별개로 임대기업으로부터 2년 계약 기준 총 6개월의 임대료 무상혜택(렌트프리)을 추가 제공받을 수 있다. 시는 이를 토대로 지난 8월 첫 번째 사업 참여 모..

충주 옛 조선식산은행, `관아골 아트뱅크`로 내년 새출발
충주 옛 조선식산은행, '관아골 아트뱅크'로 내년 새출발

충주 옛 조선식산은행 건축물이 '관아골 아트뱅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2026년 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서 새롭게 문을 연다. 17일 충주시에 따르면 성내동에 자리한 옛 조선식산은행 건축물은 1933년 목구조와 서양식 석조 방식이 혼합돼 지어진 독특한 근대식 건축물로, 철거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으나 2017년 5월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하며 보존 가치가 공식 인정됐다. 새 명칭인 '관아골 아트뱅크'는 성내동의 옛 별칭인 관아골과 예술가·청년 창작 활동의 기반을 의미하는 아트뱅크를 결합해 지어졌다. 시는 이 공간을 '역사와 문..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2026년 세종시 행복도시 신도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거치며, 내년 청사진을 그려냈다. 이에 본지는 시리즈 기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변화를 각 생활권별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행정수도 진원지 'S생활권', 2026년 지각변동 오나 2. 신도시 건설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변화 요소는 3. 정부세종청사 품은 '1~2생활권', 내년 무엇이 달라지나 4. 자족성장의 거점 '3~4생활권', 2026년 던져진 숙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