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계룡산 산성에 주목할 이유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계룡산 산성에 주목할 이유

  • 승인 2020-08-05 09:49
  • 수정 2021-05-17 06:47
  • 신문게재 2020-08-06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임병안
계룡산이 국립공원으로 태어나기까지 10년 가까이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1961년 11월 24일 발행된 중도일보 신문을 보면 계룡산 정상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행사가 거행됐는데, 이때 '서해안 개발'과 '금강지류에 수력발전소 건설'을 염원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어 1989년 11월 중도일보의 보도에서 1961년 당시 제례를 언급하며 '계룡산의 세계적 국립공원화'를 외치며 천제를 지냈다는 내용이 나온다.

지리산이 1967년 우리나라의 국립공원 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6년 전에 이미 계룡산에서는 세계적 공원화를 향한 염원이 있었다는 의미다. 어쩌면 국립공원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기도 전에 대전과 충남도민들은 계룡산을 가꾸고 보존해야 한다는 의식이 싹텄던 것인지 모른다.



본보 1968년 12월 지면에는 대전과 충남도민들의 계룡산 국립공원 추진 과정이 소개돼 있다. 1966년 6월부터 고 이웅렬 회장을 중심으로 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그해 8월 충남도의 계획자료조사 후 보고서가 건설부에 제출됐다고 보도했다. 1967년 4월 계룡산국립공원지정계획서가 수립돼 충남도가 건설부에 지정건의서를 제출했다는 내용도 함께 게재된 것으로 보아 지역의 요구와 염원으로 국립공원 지정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계룡산사무소가 2008년 국립공원 지정 40주년을 기념해 발행한 학술자료에는 1966년 추진위원회 회원의 회고록을 담았다.



유성구 주민이 회고 성격의 인터뷰를 통해, "10~15명의 추진위 회원이 있었고 중앙정부에 최대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게 우리의 임무였다"고 소개했다.

계룡산국립공원추진위원회는 이 밖에도 해방 후 원조기관이었던 유솜(USOM-K)의 한국기술책임자 스미스를 찾아가 계룡산 개발에지원에 호소했고, 스미스 씨가 계룡산을 직접 답사하면서 국립공원 지정을 향한 세간의 관심을 높이기도 했다.

옛 본보 신문에 유솜의 스미스 씨와 건설부 관계자들이 계룡산 답사 후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 게재됐다.

지역사회에서 시작한 국립공원 지정 움직임은 국회 심의 단계에서 다시금 고통을 받는데, "크게 알려지지도 않았고 신흥종교집단이 많은 미신의 산"이라며 낮은 취급을 받은 것이다. 추진위는 이러한 인식에 굴복하지 않고 당시 계룡산의 국립공원 지정 여부를 심의하는 국회 회의장에 100여 장으로 된 슬라이드를 가져가 수동식 환등기에 넣어 의원들에게 보여주고 설득했다는 일화도 빠질 수 없다.

대전과 충남도민들이 땀과 노력으로 일군 국립공원 계룡산에 최근에는 고려시대 축조된 것으로 여겨지는 산성이 발견돼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계룡산 정상 해발 845m인 천황봉을 비롯해 쌀개봉, 관음봉, 문필봉, 연천봉과 그 남쪽의 계곡부에 걸쳐 총연장 5㎞에 달하는 규모다.

잔혹한 몽고군의 침략 때 주변의 백성들이 계룡산 깊은 곳으로 올라 난을 피하고 장기항쟁을 벌이는 곳으로 활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4년 계룡산사무소 조성렬 씨에 의해 처음 발견돼 학계에도 보고되고 근래에는 지표조사까지 진행됐으나 충남도 지정문화조차도 지정되지 않고 있다.

계룡산의 소중함을 일찍이 깨달아 국립공원추진위를 구성했던 대전시민과 충남도민들이 500년 전의 계룡산성의 보존에도 다시금 의지를 모을 때다.

임병안 경제사회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3.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4.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5.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1.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2.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3. 충남개발공사 '고객만족경영시스템' 국제표준 인증 획득
  4. [부고]김창세 세무사 빙모상
  5. 대청호 조류경보 발생 139일만에 전부 해제

헤드라인 뉴스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통합된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뽑을 수 있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 조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의원들과 가진 오찬에서 "수도권 과밀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시·도간) 통합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가 사실상 전폭 지원사격을 약속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