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고3 제자들과 함께 하는 'LAST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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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고3 제자들과 함께 하는 'LAST DANCE'

고강문 종촌고 교사

  • 승인 2020-08-14 10:16
  • 수정 2021-06-24 13:51
  • 신문게재 2020-08-14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증명사진(종촌고 고강문)
고강문 종촌고 교사.
매년 새 학년도를 시작하면서 나 자신의 콘셉트를 정하는데 2020~2021시즌은 'LAST DANCE'로 정했다. 고3을 담당할 때는 이별의 시점을 정하고 출발하기 때문이다.

담임 선생님들에게는 '내년에 또 3학년 담임하고 싶다.'라는 마음을 갖게 하고, 제자들에게는 '올해 3학년 선생님들에게 감사했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을 첫 고3 부장으로서 목표로 삼았다.

담임 선생님들께서 제안해주신 점심시간을 이용한 수시 모집 요강 분석 자체 연수는 3학년부 전체의 역량을 한 단계 상승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한 달 동안 점심시간을 반납하며 진행된 연수에서 반 학생 한명 한명을 떠올리며 수시 지원 전략을 고민하는 모습에서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 방학 중 진로진학 컨설팅과 자소서 캠프를 제안하고 추진해주신 담임 선생님들께는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2주간 짧은 방학 동안 학생을 지도하며 생활기록부까지 마무리한다는 것은 방학을 반납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고3 담임을 할 때 보다 더 많은 자료를 분석하여 제작된 연수 자료를 학생, 학부모, 교사들과 공유하는 과정은 나 자신에게 큰 성장을 가져다주었다. 올해 만든 강의 자료는 8개로, 매달 약 2개의 강의 자료를 만들고 나누어왔다. 만든 강의 자료 중 가장 애정을 갖는 것은 '모두를 위한 입시 전략'이다. 시중에 많은 입시 정보들은 1~3등급의 상위권 학생들에게 편중되어 있다. 상위권에 해당하는 학생은 23%에 불과하고, 4~9등급의 중하위권 학생들은 77%의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강의 자료를 만들면서 중하위권 학생들을 위한 입시 전략 분석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였다. 학부모 아카데미에서 '모두를 위한 입시 전략'을 주제로 강의를 끝냈을 때 한 학부모님께서 조용히 다가오셔서 "공부 못하는 우리 아이를 위한 강의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많은 시간을 강의 자료 제작에 투자했던 것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연수 강의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많은 졸업생과 인터뷰했고, 교사(부모)가 제자(자녀)를 위해 꼭 해줘야 할 일 3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첫째, 학생이 스스로의 주인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사(부모)는 '판'만 깔아주면 충분하다. 둘째, 방향성을 공유하고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추천해주어야 한다. 교사(부모)가 제자(자녀)와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생각을 공유해준 경험은 평생토록 기억될 추억이 될 것이다. 셋째, 긍정적 자세를 유지하게 하고 정서적으로 지지해 주어야 한다. 감정은 주변으로 전염되기 때문에 교사(부모)가 먼저 긍정적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3을 지도한다는 것은 불같이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을 겪는 것과 같다. 처음 만나 설레고, 뜨겁게 사랑하고, 고마움과 서운함을 주고받는다. 이별의 순간에는 '조금 더 잘해줄 걸', '힘들어도 따뜻하게 말해줄 걸' 같은 미안한 감정이 든다. 지금 고3 교무실은 수시 상담을 하면서 고마움과 서운함을 주고받으며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이다. 그럼에도 아이들과 이별할 때 '더 잘해줄 걸, 따듯하게 말해줄 걸'이란 생각이 들 것을 알기에 'LAST DNACE'가 더욱 더 소중해진다.

/고강문 종촌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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