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소멸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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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소멸시효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 승인 2022-09-18 10:11
  • 신문게재 2022-09-19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변호사김이지사진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필자는 대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업무상으로나 사적으로나 법적인 문제들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중 일반인들이 일상적인 경제생활에서 꼭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문제들이 몇 가지 있는바, 오늘은 그 중 '소멸시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혹시 돈을 빌려주었는데 갚으라고 채근해도 차일피일하다가 잊어버리고 어느새 10년이 훌쩍 지나 가버리고 말았는가? 그렇다면 큰일이다. 대여금 같은 일반 채권은 10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있어서, 10년 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해버린다. 이 경우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 독촉해도 채무자가 '도대체 언제 적 얘길 지금 하느냐' 이렇게 나오더라도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게 된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10년간 채권자가 권리 행사를 하지 않았으니 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채무자가 주장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0년이 지나가기 전에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는 소송을 제기하거나, 채무자의 재산에 가압류를 해놓거나, 변제독촉을 하고 6개월 안에 소송을 하거나, 채무자로부터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표시를 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행위로써 10년의 시효는 중단이 되고, 다시 10년의 시간을 벌 수 있다.

아니, 소멸시효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건대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을 해야만 내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일까?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권리행사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기간 권리 불행사가 계속된 경우에 그 권리를 소멸케 하는 제도이다. 왜 이런 것을 인정하고 있는지에 대하여는, 오랫동안 지속한 상태를 유효한 것으로 승인함으로써 사회 질서의 안정을 도모하고, 과거 사실의 증명 곤란으로부터 당사자들을 구제하며, 오랫동안 자기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태만한 사람에 대한 제재의 목적을 흔히 이야기하곤 한다.

우리 민법에 들어 있는 소멸시효는 놀랍게도, 세계 여러 나라의 법 제도에 공통적인 것인데 실은 고대 로마법으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라틴어 격언이 있다. 바로 소멸시효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권리가 있는데 법이 왜 보호하지 않는단 말인가 의아할지도 모르지만, 필자는 소멸시효가 고대인들의 철학적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간의 유한함을 인지하고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생각의 결과물이 아닐는지.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무한히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 인간의 기억과 기록의 정확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겸손함.

아무튼 그렇게 소멸시효 제도는 각국에 비슷한 입법례로 존재하는데, 그중 우리 민법은 소유권을 제외한 재산권에 폭넓게 소멸시효를 인정한다. 심지어 국가의 국세부과권, 징수권도 소멸시효에 걸리는데 그 기간은 5년이다. 세금에 대하여 5년간 부과되지 않았던 경우, 그 이후에는 국가에서 징수해갈 수 없다는 것은 많은 분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일반 민사 채권의 경우 10년이다. 대여금 채권, 등기이전청구권 등이 이러한 예이니 각별히 신경을 쓸 일이다. 그 밖에 훨씬 짧은 소멸시효 기간을 가진 것들이 있는데 이자, 부양료, 급료, 사용료 등의 채권이나 의사, 약사 등의 치료나 조제 등에 관한 채권, 도급받은 공사채권, 변호사에 대한 직무상 보관한 서류의 반환청구권 등은 3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 생산자와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도 3년이다. 쉽게 말하면,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고 그 대금을 외상으로 한 경우, 판매자는 3년 이내에 청구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받을 돈을 10년 또는 3년씩이나 안 받고 그대로 내버려 두는 사람이 어디에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법률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은 의외로 비일비재함을 알게 된다. 그러니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지어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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