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으로 본 조선왕실의 새해 맞이 '회례연(會禮宴)'

  • 사회/교육
  • 이슈&화제

실록으로 본 조선왕실의 새해 맞이 '회례연(會禮宴)'

새해 첫 날 임금과 신하들 모여 연회 배풀어
을미개혁으로 정월 초하루 풍습 사라져

  • 승인 2023-01-22 08:29
  • 수정 2023-01-22 09:57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GettyImages-jv11178889
조선왕실에서는 새해 첫날 왕이 문안을 온 신하들에게 회례연(會禮宴)을 배풀어 덕담을 나눴다.(게티이미지)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 불리는 정월 초하루 '설날' 나라를 이끌어가는 왕실에서는 어떤 설날을 보냈을까? 조선왕실의 하루 일과를 담은 '조선왕조실록'에는 설날에 대한 다양한 기록들이 남겨져 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운영하는 인터넷 조선왕조실록 기록에는 '설날'이 139회가 등장한다. 실록에는 설날을 정월 초하루를 의미하는 '원일(元日)'로 기록하고 있다. 설날 외에도 한식(寒食), 단오(端午), 추석(秋夕), 동지(冬至)가 왕실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명절이었고 왕실의 상황에 따라 크고 작은 행사가 열렸다.

새해가 시작되는 설날에는 신하들이 궁을 찾아 왕에게 인사를 올렸고 왕은 이들에게 연회를 베풀었는데 이를 '회례연(會禮宴)'이라 불렀다. 설날 전후 왕실의 상황에 따라 문무백관들에게 음식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상황에 따라 왕실 경비를 담당하는 입직군사나 성균관 유생들에게도 음식을 내렸다.

세조실록 7년 1월 11일 임자 2번째 기사에는 "정조(正朝·차례) 회례연(會禮宴)의 찬물(饌物·국이나 탕)을 이미 갖추었는데 정지하였으니, 청컨대 이를 성균관 유생(成均館儒生)에게 내려 주소서"라는 기록이 있다.

왕실에 변고가 생기거나 아픈 환자가 생기면 연회를 중단하는 때도 있었다. 성종실록 9년 1월 1일 갑자 3번째 기사에는 "중궁(中宮)이 편찮으니 회례연(會禮宴)을 정지하라"는 기록이 있다. 중전의 건강 여부가 설날 풍습을 중단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나라에 변고가 생기거나 흉년으로 국가 살림이 어려우면 회례연을 중단하기도 했다. 성종 25년 12월 10일 을축 2번째 기사에는 임금 성종이 "명년에는 마땅히 회례연(會禮宴)을 행하겠지만, 올해는 흉년이 들어서 백성들이 많이 굶주리니, 연수(宴需)가 부족할 것이므로 잔치를 정지하려고 하는데, 어떠하겠는가"라며 신하들에게 묻는 기록이 나온다.

정조 14년 설날에는 궁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 창경궁 내 통명전에 화재가 발생해 1백여 칸이 넘는 방이 모두 소실됐다. 갑작스러운 화재 사고에 놀란 정조는 신하들에게 불조심을 강조하며 "불길은 인력(人力)으로 잡을 수가 없었던데다 설날 아침에 불이 났다는 것은 참으로 경계심을 가질 만한 일"이라며 개탄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소실된 통명전은 조선 후기인 순조 34년 창경궁을 고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조선왕실에서의 음력설은 1896년 을미개혁으로 태양력이 시작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당시 친일 개화파가 국가의 실권을 장악하면서 신정이 공식적인 새해 첫날로 지정됐다. 자연스레 설날에 진행됐던 궁중 행사도 간소화됐고 급기야 순종 1년 회례연이 폐지되기에 이른다. 순종 1년 양력 1번째 기사에 순종 임금은 "1월 1일에 덕수궁(德壽宮)에서 세알(歲謁)할 때 치사(致詞)를 올리고 예를 행하는 절차와 조하(朝賀)할 때 종친과 문무백관(文武百官)들이 치사와 표리(表裏)를 예를 행하는 절차를 모두 정지(停止)하라"고 명을 내렸다.

이듬해 순종은 설날 행사를 모두 권정례(權停禮)로 전환하라는 명을 내린다. 권정례란 국가 의례에서 왕이나 왕비, 세자나 세자빈 등 의례의 주인공이 참석하지 않은 채 거행하는 예식을 말하는 것으로 임시방편의 형식에 불가했다. 실록에서의 설날 기록은 이날 기록이 마지막이다.
금상진 기자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에서 신화 읽기] 제15장-별봉, 세상의 중심을 꿈꾸다
  2. 통합 앞둔 충남대 중복학과 이견, 교수회 "약속 파기" vs 본부 "학과 자율 특성화"
  3. 안전공업 참사 73일 만에 또… 충청권 산업현장 안전 경고음
  4. 또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망사고… 2018·2019년에도 8명 숨졌다
  5. [기고] 법화경 리더십과 한국 핵무장의 시대정신
  1. 김기웅 서천군수 후보 배우자, 검찰 고발
  2. 초록우산 대전세종지역본부, 이수진요가로부터 후원금 전달 받아
  3. 박수현 "집권여당 핫라인 통해 현안 해결" vs 김태흠 "도민, 민주당 독주 허락하지 않을 것"
  4. 중국대학생 대상 한국어말하기대회 성황리에 개최
  5. 대전YWCA, 여성친화도시 조성 위한 시민참여단 2차 역량강화교육

헤드라인 뉴스


6·3지선에 달린 충청 백년대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정한다

6·3지선에 달린 충청 백년대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정한다

'552명.'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선출하는 충청의 지역 일꾼 숫자다. 지방행정 전반을 책임지는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이를 견제·감시하는 광역·기초의원, 교육행정을 총괄하는 교육감까지, 새로운 '충청시대'를 열어갈 우리 동네의 참된 일꾼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뽑는다. 그동안 지방자치는 발전해 왔지만, 이론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거대한 중앙 정부의 틀 속에서 충청권 4개 시·도 광역정부와 지역별 기초지자체의 자율성과 권한은 제자리에 머물렀고, 지역민들의 실질적인 참여 또한 제한적이었다. 지방자치 산실..

통합 앞둔 충남대 중복학과 이견, 교수회 "약속 파기" vs 본부 "학과 자율 특성화"
통합 앞둔 충남대 중복학과 이견, 교수회 "약속 파기" vs 본부 "학과 자율 특성화"

충남대와 공주대의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충남대 내부에서 중복학과 유지 여부를 두고 이견이 나오고 있다. 교수회는 통합 논의 과정에서 제시됐던 '중복학과 현행 유지'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대학본부는 학과 자율에 따라 통합 또는 특성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충남대 교수회는 1일 입장문을 내고 "대학 발전을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대학 통합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며 "통합 추진 과정에서 구성원들에게 설명한 내용을 대학본부가 책임 있게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수회는 충남대와 공주대가..

또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망사고… 2018·2019년에도 8명 숨졌다
또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망사고… 2018·2019년에도 8명 숨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과 화재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과거 반복됐던 한화 방산사업장 폭발 사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해당 사업장은 과거에도 로켓 추진체 관련 공정에서 대형 인명피해가 난 곳이다. 한화 대전사업장에서는 2018년 5월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51동 충전공실에서 로켓 추진 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던 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꼭 투표하세요’ ‘꼭 투표하세요’

  •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 폭발사고…5명 사망·2명 부상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 폭발사고…5명 사망·2명 부상

  • 지방선거 전 마지막 주말…대전시장 후보들 ‘뜨거운 호소’ 지방선거 전 마지막 주말…대전시장 후보들 ‘뜨거운 호소’

  •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이상무’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이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