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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신탁회사의 아파트 분양계약서 절반 이상은 계약 해지를 어렵게 하는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2022년 국내 12개 부동산신탁사가 사업 주체로 전국에 공급한 아파트 분양계약서 136개를 아파트 표준계약서와 비교 조사한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부동산신탁사의 97개(71.3%) 분양계약서에는 세대 내부 구조와 마감재 등 경미한 사항의 설계·시공 관련 변경 통지 의무를 명시하지 않았고, 48개 계약서는 소비자의 이의제기조차 금지했다. 표준계약서에는 경미한 사항 변경은 6개월 이하의 기간마다 그 내용을 모아 통보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이번에 조사한 분양계약서 가운데 71개(52.2%)는 '사업자가 계약 이행에 착수한 이후'에는 계약 해제 또는 해지를 어렵게 하고, 사업자 귀책으로 인한 계약 해제·해지 관련 조항을 넣지 않았다. 표준계약서는 중도금을 1회 납부하기 전까지는 소비자 사정으로 인한 계약 해제·해지가 가능하며, 사업자 귀책으로 인한 계약 해제·해지 사유도 다양하게 규정한다.
아울러, 조사 대상인 136개 계약서 모두 신탁사에 과도한 면책 조항을 담고 있다. 이들 계약서는 별도 조항 및 특약을 통해 '신탁계약 종료·해제 시 부동산신탁사의 소비자에 대한 모든 권리·의무를 시행위탁자에게 면책적으로 포괄 승계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표준계약서에는 없는 조항으로, 신탁사가 불법행위나 중대 과실을 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신탁사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부동산 소유권 이전 시 인지세법에 따라 공동 부담하는 15만∼35만원의 인지세를 소비자에게 전액 떠넘기는 조항도 신탁사가 작성한 계약서 중 102개(75.0%)나 됐다.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신탁사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103건이다. 이 중 주요 사항에 대한 설명·고지가 미흡하거나 계약 당시 설명과 실제 계약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불완전 계약'이 54건(52.4%)으로 가장 많고, '사실과 다른 표시·광고' 15건(14.6%), 입주 지연 등 '계약이행 지연' 14건(13.6%), '청약 철회 거부·지연' 13건(12.6%) 순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주택 분양계약 체결 시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이 사업자의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불공정한 계약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표준계약서 사용을 장려한다"며 "소비자도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을 꼼꼼히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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