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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택 교수 |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국정 운영의 정당성과 신뢰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사회는 극심한 좌우 갈등에 휩싸였고, 민심은 둘로 쪼개져 서로를 향해 불신과 적의를 드러내고 있다. 한때 '함께'였던 공동체는 이제 상처 입은 서로를 외면하며 거친 대립의 강을 사이에 두고 있다.
경제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삼중고에 더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정책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 불안정성까지 겹치면서, 국민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투자와 수출은 동시에 위축되었고, 청년들은 일자리 문 앞에서 좌절하고 있다.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초저출산은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근본부터 위협하고 있다.
삶의 질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사회적 불평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절망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새롭게 설계하는 국가적 대전환이다.
이러한 국가적 전환점을 맞아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선거는, 단순히 국정 운영의 방향을 새롭게 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쇠퇴의 길로 접어들 것인가, 아니면 분열과 무기력을 넘어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역사적 분기점이다. 우리의 한 표는 그저 한 사람, 한 정당을 뽑는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절망을 넘어 희망으로 가는, 스스로의 미래를 여는 결단이다.
투표는 권리인 동시에 책임이다. 선진국일수록 유권자들은 정치에 대한 불만이 클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선다. 무관심과 냉소는 변화를 이끌 수 없다. 정치에 실망했다면, 그래서 더욱 투표해야 한다. 투표하지 않는 자는 이 나라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 변화를 바라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변화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누군가가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청년은 공정한 기회를, 부모는 아이들의 밝은 내일을, 고령자는 존엄한 노후를 바라고 있다. 그 모든 꿈과 기대는 투표를 통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투표는 나의 미래를 선택하는 일이다.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가 희망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첫걸음이다.
희망의 대한민국은 결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일은 오직 깨어 있는 유권자의 책임 있는 선택에서 출발한다. 5월 10일 유권자의 날을 맞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투표는 나의 권리이자 의무이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향한 약속이라는 것을.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분열과 절망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투표로 희망을 되살릴 것인가. 미래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미래는 우리가 투표하는 그 순간, 비로소 시작된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의정연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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