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AI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AI

정바름 사회과학부 기자

  • 승인 2025-09-02 18:01
  • 수정 2025-09-02 18:06
  • 신문게재 2025-09-03 1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50902151730
정바름 기자
"AI가 좋은 점은 내가 계속 물어봐도 화를 내지 않는다는 거야."

환갑을 앞둔 아버지는 묻는 말마다 툴툴거리는 딸한테 내심 서운하셨나보다. 앱으로 택시조차 부르지 못할 정도의 '디지털 문맹'이었던 아버지는 퇴직하고 나서 첨단 IT 시대(?)에 살고 있음을 몸소 체감하셨다. 도와주던 후배들도 옆에 없으니 요즘 컴퓨터를 붙들고 한참을 씨름 하신다. 종이와 펜이 익숙한 세대는 PC과 모바일을 다루는 것도 참 버겁다. 이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나마 잘 아는 딸에게 컴퓨터, 스마트폰 조작법을 물어보면 "이것도 할 줄 모르냐"며 화만 낸다. 거듭 물어보기 눈치 보이는 걸 AI는 끊임없이 질문해도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해주니 좋다는 것이다. 외동딸 하나 있는 아버지에게 자녀를 대체할 수 있는 존재는 반려견뿐이었는데, 또 하나가 생겼다.

친구는 고민거리가 있을 때마다 ChatGPT한테 상담을 받는다고 했다. 위로와 공감에 해결방안까지 적절하게 제시해줘서 좋단다. 주변에 털어놓으면 괜한 참견에, 훈계를 들을만한 고민도 ChatGPT는 '이런 걸 고민하는 것 자체가 네가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라며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정신과 상담을 받기에 비용이나 시선이 부담스러운 이들도 상담과 조언을 구할 때 ChatGPT를 이용한다고 했다. 사회에서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AI가 보듬어준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AI는 자아가 없다. 희로애락을 느끼지 못하니 남의 일에 공감하지도 못한다. 그저 입력된 값대로 인간처럼 감정을 느낀다는 듯 꾸며서 답할 뿐이다. 이용자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근데, 왜 AI에게 상담을 받고, 주변인들에게 꺼내지도 못할 속사정을 이야기하는 걸까.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싸늘한 사회에서 들을 수 없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고 싶어서가 아닐까.



AI 시대가 가장 무서운 점은 인간이 인간을 찾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다. 속앓이하다가 따가운 시선을 감당하지 못하고, 주변과 대화를 단절한 채 살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상처를 감수하면서까지 타인과 상호작용하기 싫은 거다. AI는 나에게 화를 내지도 않고, 입맛에 맞는 말만 해주니 너무 고마운 존재다. 그렇다고 타인과 소통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만이 최선일까. '미움받기 싫으면 기자 일하면 안 돼' 입사 초, 누군가에게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린 신입 기자에게 선배는 이렇게 당부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을 상대하며 내린 결론은 사회생활 하면서 어느 정도의 상처를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내성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단 것이다. 그러면서도 타인에게 냉정한 태도보단 따뜻함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가족한테는 따스한 말하는 게 어렵다. 왜일까.

/정바름 사회과학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2.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 유성선병원 변승원 전문의, 산부인과내시경학회 학술대회 우수상
  4. 밀양시 아리랑대축제, 시민 빠진 무대 '공감 부재' 지적
  5. 대전시의사회, 성분명 처방 의무화 반대 성명…"의약분업의 기본 원칙 침해"
  1. 자치경찰제 논의의 시작은..."분권에 의한 민주적 통제 강화"
  2. 아산시 소재 고등학교에 나흘 사이에 2번 폭발물 설치 허위 신고
  3. 세종 장애인승마 이종하 선수, 국가대표 선발
  4. 세종TV, 창립 15주년 기념식 열어 새 비전 제시
  5. 골프존 GDR아카데미, 신규고객 첫 구매혜택 프로모션

헤드라인 뉴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간선급행버스체계인 BRT '바로타' 이용자 수가 지난해 1200만 명을 돌파, 하루 평균 이용객 3만 명에 달하며 대중교통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복청은 '더 나은 바로타'를 위한 5대 개선 과제를 추진해 행정수도 세종을 넘어 충청권 메가시티의 대동맥으로, 더 나아가 세계적 BRT 롤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청장 강주엽·이하 행복청)은 행복도시의 대중교통 핵심축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BRT '바로타'를 세계적 수준의 BRT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17일 밝혔다. 행복청에 따르면..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육군 제32보병사단은 10월 16일 세종시 위치한 예비군훈련장을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한 훈련시설로 재개장했다. 제32보병사단(사단장 김지면 소장)은 이날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 과학화예비군훈련장 개장식을 갖고 시설을 점검했다.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은 국방개혁 4.0의 추진과제 중 하나인 군 구조개편과 연계해, 그동안 예비군 훈련 간 제기되었던 긴 대기시간과 노후시설 및 장비에 대한 불편함, 비효율적인 단순 반복형 훈련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추진됐다. 제32보병사단은 지난 2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조선시대 순성놀이 콘셉트로 대국민 개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3.6km)'.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주·야간 개방 확대로 올라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의 주·야간 개방 확대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간 개방은 '국가 1급 보안 시설 vs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 가치 충돌을 거쳐 2019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개방의 한계는 분명하다. 평일과 주말 기준 6동~2동까지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오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

  •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