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만 한국화학연구원 정밀·바이오화학연구본부장 |
화학 소재는 우리 생활 곳곳에 밀접하게 포함돼 있다. 생활필수품의 기초 소재부터 4차 산업혁명의 미래가치까지 화학 소재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이렇듯 화학 소재와 화학산업은 지금보다 더 넓게 다양한 산업과 연결되고, 밸류체인(value chain)의 연관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다. 최근에는 원유 고갈과 온실가스 등 환경오염이 이슈화되면서 친환경적이고 인체에 해가 없으며,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또한, 스스로 복구하는 자가치유 소재, 미래 자동차에 적용되는 첨단 신소재 등 스마트 화학소재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플라스틱은 대표적인 화학 소재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다양한 생활 제품에 사용된다. 그러나 요즘에는 지구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손가락질받고 있다.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63억 t 이상 폐기돼 땅속에 남아있는 탓이다. 특히 일회용 제품인 비닐봉지는 대표적인 폐플라스틱 환경오염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연생태계에서 스스로 썩는 바이오 플라스틱 화학 소재 연구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한국화학연구원 정밀·바이오화학연구본부 연구진이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6개월 이내에 땅속에서 100% 썩는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화학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게다가 생분해성 비닐봉지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쉽게 찢어지는 문제도 해결했다. 현재 다양한 분야로의 실증과 확산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공공성과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19로 언택트(untact) 경제가 화제다. 외출을 삼가는 분위기 속에서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받는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된 것이다. 특히 신선식품들을 아침 일찍 현관 앞에서 받아보는 콜드체인(cold chain) 배송이 인기다. 다만 식료품의 신선도를 보증받지 못하는 게 문제다. 냉장·냉동식품은 상온에 노출되면 상하기 시작하는데, 맨눈으로는 변질 여부를 알기 어려운 탓이다. 이러한 불안감을 불식시켜줄 수 있는 스티커가 개발됐다. 이 스티커 역시 화학 소재다.
이른바 콜드체인 안심 스티커로 불리는데, 한국화학연구원 정밀·바이오화학연구본부 연구진이 개발해 유통업체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이전을 진행 중이다. 이 스티커에서는 나노섬유 필름이 핵심이다. 두 겹으로 이뤄진 스티커의 앞면은 나노섬유고, 뒷면은 일반 필름이다. 나노섬유 필름이 상온에 일정 시간 동안 노출되면 투명해지면서, 뒷면의 일반 필름의 이미지가 나타난다. 이를 통해 식료품이 상했는지 알 수 있다. 또 식료품의 변질 여부뿐 아니라 부패시간까지 확인이 가능한, 일종의 타이머 기능까지 있다. 이 덕분에 식료품 분야 이외에도 의약품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화학 소재의 응용 분야와 미래 적용은 현재와 미래의 우리의 삶과 산업발전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환경문제 등을 둘러싼 혼란 속에서 미래 화학 소재 기술은 다양한 응용을 통해 더욱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정밀·바이오화학연구본부의 연구 경쟁력은 폐플라스틱 문제를 포함해 기후변화, 4차 산업혁명 대응 정밀화학소재 등 미래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한 이슈와 사회문제를 해결해 위기에서 빛나는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노승만 한국화학연구원 정밀·바이오화학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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