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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후방을 포위하고자 좁은 협곡 길을 숨어드는데 알을 품고 있는 오리 한마리가 길을 막고 있었다.
빈농출신인 주원장은 일찍 부모형제를 여의고 동승(童僧)으로 절에 의탁한 적이 있었다.
새끼를 품은 짐승을 해치면 그 원혼으로부터 받는 업보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었던 주원장인지라 진군을 포기하고 오리가 새끼를 까서 제 발로 비켜줄 때 까지 수십일 동안 작전을 유예하고 있었다.
한데 웬일인지 적진에서 부장들이 병졸을 대거 동반하고 투항을 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는 죽고 사는 그 큰 전쟁을 한낱 오리새끼의 생명 때문에 미루는 인자한 장수라면 그 휘하에 들어가는 편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화살 한번 쏘질 않고 전쟁을 이기고 평화를 가져다준 한 마리의 오리였다.
오늘날 지구촌 전체가 코로나19바이러스 때문에 크나큰 고통 속에 휘말리고 있는데 코로나19바이러스로 생명을 잃은 사람만도 전 세계에 백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번 코로나19바이러스는 그동안의 어떤 바이러스보다 강력한 번식력과 살상력을 지니고 있다.
봄 날씨의 산불처럼 꺼질 듯 말 듯 다시 살아나는 끈질긴 악성 바이러스의 근절을 위한 온 국민의 협동과 인내력이 필요한 때이다.
트럼프 미국대통령 내외까지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는 소식은 지구촌 전체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확산세가 강하면 통제를 하다가 좀 덜하면 통제를 풀어주는 정부의 시책도 문제이지만 이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국민들의 마음가짐 자체가 바이러스의 퇴치를 더디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주원장의 오리 한 마리의 생명을 존중해 전쟁까지 중지하는 생명 중시의 정신을 잠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바이러스가 아무리 극성을 부려도 성급하게 굴어 서는 안 된다.
급하면 돌아갈 줄도 기다릴 줄도 알아야한다.
이번 추석명절을 기하여 추캉스의 후유증이 염려되기는 하지만 가고 싶은 고향 그리운 부모님 찾아뵙기를 잠시 미루고 코로나바이러스를 확산 시키지 않기 위해 온 국민이 노력하여 성과를 거뒀듯이 마스크 쓰기를 일상화하고, 2m이상 거리두기로 비대면의 일상화, (거리는 멀게 마음은 가깝게),
각자의 안전수칙을 잘 지켜서 코로나라는 오리 한 마리를 성급하게 쫒으려 말고 끈기 있게 지켜보면서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할 성숙된 국민정신이 필요한 때이다.
강충구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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