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 "넝마주이 아이들 위해 시작한 공설운동장, 지금까지 혜택 누려 "

[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 "넝마주이 아이들 위해 시작한 공설운동장, 지금까지 혜택 누려 "

송기선 대전시체육인회 사무처장
충남도·대전시체육회 근무 산증인
넝마주이 아이들 재능 살리고자 모금
"한밭운동장 대안시설 착공부터" 바람

  • 승인 2021-04-28 16:20
  • 수정 2021-08-08 10:52
  • 신문게재 2021-04-29 10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송기선 옹
송기선 대전시체육회 사무처장. 충남도와 대전시체육회에서 오랫동안 몸담으며 공설운동장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내 아들딸들이 즐길 곳이 하나쯤 있어야지 않겠냐고 그렇게 모금 운동이 시작됐어요, 예산이 부족하니 업자에게 공사비 대신 땅을 떼어주곤 했죠"

충남도체육회에서 시작해 대전시체육회에서 사무차장으로 2000년 7월 퇴직한 송기선 씨는 공설운동장을 만들자며 학교에서 모금 운동을 벌였던 때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충청도민들의 자녀들이 마음껏 뛰고 갑갑한 마음을 풀 수 있는 운동장 하나쯤 있어야지 않겠냐며 지역 유지들이 앞장섰고, 대전시민과 충남도민들은 호응했다. 시내에서 구걸하거나 헌 종이나 비닐, 빈 깡통처럼 폐품을 주어 파는 넝마주이아이들이 많을 때였고, 체육에 관한 관심도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송기선 씨는 "먹고살기 힘들었지만, 우리 아이들이 마음에 응어리를 풀고 재능이라고 찾아볼 수 있게 해주자는 뜻이었고, 부산도 전국체전을 개최하는데 우리도 유치해보자는 결의도 있었다"라며 "산을 깎아서 만들 순 없으니 보문산 아래 일부 시유지 있는 주변에 논과 밭부터 매입했고 도민들의 성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었지"라고 기억했다.

공설운동장이 추진되는 중구 부사동은 대전의 외곽이었고, 최초 공설운동장 용지로 확보된 면적은 보문오거리와 보운초등학교가 있는 부사오거리까지 지금의 규모보다 훨씬 컸다. 모금운동으로는 종합운동장을 완성하는데 부족했고, 공사를 맡을 건설사에 땅으로 보상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북쪽으로는 영진로얄아파트가 있는 일대 부지와 남쪽의 보운초 부지 등이 최초 공설운동장 부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송기선 씨는 "60여 년 전에 추진위원들이 부지를 확보하고 개별 경기장에 밑그림을 그려 착공하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편리함은 누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모금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공사비 일부를 땅을 떼어줘 지금의 규모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1982년 5월 대전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11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때 전두환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성화대 기술자가 출입이 제한돼 운동장 전체가 성화대 검은 연기에 덥힌 일화가 있다. 김보성 전 대전시장의 회고록에 의하면 해당 성화대는 1979년 제60회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한밭종합운동장을 재건축하는 공사 중에 무너졌는데 이때 지금의 위치에 다시 세운 덕에 연기가 운동장으로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송기선 씨는 한밭종합운동장을 철거한다는 대전시 구상에 걱정이 앞선다.

송 씨는 "공설운동장에서 경기가 있을 때는 흙으로 쌓은 언덕에 앉아 경기를 보는 이들이 많았고, 시민들 공동체성을 갖는데 이바지했다"라며 "역사 깊은 체육의 요람을 헐고 다른 곳에 다시 짓겠다는데 공청회나 설명회처럼 의견을 듣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대체 시설에 착공부터 하는 게 순서"라고 전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2021년04월29일자 10면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경쟁 입찰 조회수 부풀리기 의혹 제기도
  2. [대전다문화] 열대과일의 나라 태국에서 보내는 여름휴가 ? 두리안을 즐기기 전 알아야 할 주의사항
  3.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4. 약국 찾아가 고성과 욕설 난동 '여전'…"가중처벌 약사폭력방지법 시행 덜 알려져"
  5. [인터뷰] 송호석 금강환경청장 "대청호 지속가능 관리방안 찾고, 지역협력으로 수해 예방"
  1. [대전다문화] 7월 17일 '제헌절', 대한민국 헌법이 태어난 날입니다
  2. [대전다문화] 세계 일회용 비닐봉투 없는 날
  3. 설동호 대전교육감 새 특수학교 신설 추진할까 "적극 검토"
  4. 충남대 동문 교수들 "이진숙 실천형 리더십… 교육개혁 적임자"
  5. 제6회 인천국제해양포럼, 7월 3일 송도서 개막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대통령, 4일 취임 후 첫 대전 방문 ‘타운홀미팅’

이재명 대통령, 4일 취임 후 첫 대전 방문 ‘타운홀미팅’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대전을 방문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전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국민소통 행보 2탄, 충청의 마음을 듣다’를 주제로 타운홀 미팅 시간을 갖는다. 국민의 현장 목소리를 듣고 자유롭게 토론과 질문을 하는 자리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비롯해 과학기술인 등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미팅은 사전에 참석자를 선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전날인 3일 오후 2시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 일정을 공개하고 행사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300여 명을 참석시킨..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요즘 대전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초등생이 있다. 청아하고 구성진 트로트 메들리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대전의 트로트 신동 김태웅(10·대전 석교초 4) 군이다. 김 군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2년 전 'KBS 전국노래자랑 대전 동구 편'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군은 '님이어'라는 노래로 인기상을 받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중파 TV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 군은 이후 케이블 예능 프로 '신동 가요제'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김 군은 이 무대에서 '엄마꽃'이라는 노래를 애절하게 불러 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 도심 열기 식히는 살수차 도심 열기 식히는 살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