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매사에 감사, 조영석 그림 <목기깎기>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매사에 감사, 조영석 그림 <목기깎기>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3-04-28 10:03
  • 수정 2023-04-28 10:0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전통행사에 참여하다 보면 다양한 제기(祭器)와 만나게 된다. 공공제례(公共祭禮)에는 주로 놋쇠 제기가 사용된다. 공공제례는 왕가와 종묘, 관가와 대성전(大成殿) 및 향교, 유림(儒林)과 서원 등에서 이루어진다. 민간제사에는 특정 모양의 나무, 사기, 놋쇠 그릇이 사용되었다. 평상시에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고, 빌려 사용하지도 말라 하였다. 팔지도 못하며, 폐기 시에는 땅에 파묻었다. 물론, 살아생전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써도 무방하다 하였다. 신분이나 가세에 따라 재질이 다른 제기가 사용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달리하기도 하였는데, 묘제(墓祭)에는 목기를 많이 사용하였다. 가벼워 운반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목기 사용에 대하여 송시열(宋時烈)선생은 검소하고 값도 싸, 집에서 사용해도 무방하다 하였다. 현대로 올수록 경계가 사라진다. 당연히 제사 때만 사용하는 기물도 있다. 지방틀, 향합, 향로, 촛대 등이다. 요즈음엔 그런 것 제외하고,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그릇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의식에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공들인 탓일까? 제기 모양은 아름답다. 삼십여 년 전까지 제사에 목기를 사용하였는데 퍽 인상적이었다. 모양도 모양이지만, 그대로 드러난 나무 나이테의 우아한 무늬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세상에 쉬운 일이 있으랴만, 목기도 쉽게 탄생되지 않는다. 우선 재질이 단단하고 고운 무늬가 있는 나무여야 한다. 오리나무나 물푸레나무가 선택된다. 성장이 멈춘 늦가을이나 겨울에 채취한 나무가 좋다. 기왕이면 고산지대에서 자라야 한다. 일정 건조기간이 지나면 목기 만들기에 적합한 크기로 자르고 수피를 제거한다. 갈이틀(선반)로 초벌 깎기를 한다. 옻나무나 가시나무 수액에 담가 고루 배이게 한 다음 건져내어 음지에서 말린다. 이 때 갈라진 것은 폐기하여 화목 등으로 사용한다. 재갈이 한 다음, 옻칠을 한다. 얇고 고르게 여러 번 바르는 것이 관건이다. 대여섯 번 칠한다. 예전엔 붓으로 칠 했으나 이제 분부기를 사용한다. 옻은 방수와 방열, 방충효과가 뛰어난 명품도료이다.

무거운 탓에 나무 옮기기도 쉽지 않다. 첨단 공작기계가 많이 나와 있지만, 자동톱과 선반 정도만 사용한다. 매순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목수 손은 손가락이 다 붙어있는 경우가 드물다. 다 붙어있어도 틀어지거나 마디가 굵어져 보기 흉하다. 톱밥과 나무먼지도 만만치 않다. 먼지가 온몸에 뒤덮이고 콧구멍에 가득하다. 목에도 걸려있다. 나무라서 그런지 폐에 영향을 주진 않는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옻은 어떠한가? 잘 못 만지면 간지럼에 시달리고 상처로 남는다. 하나하나가 극한 작업이다.



rmfla
옛날에는 어땠을까? 윤두서(恭齋 尹斗緖, 1668 ~ 1715)와 조영석(觀我齋 趙榮?, 1686 ~ 1761)의 그림 <목기깎기>가 그를 보여준다. 조영석이 18살 아래다. 그림으로 보아 둘 사이에 별 관계는 없어 보인다. 윤두서 그림은 회전축이 발에 의해 돌아가고, 조영석 그림은 손으로 돌린다. 깎는 모습이 신기했던지 두 사람 모두 작동원리가 잘 보이도록 구도를 잡았다. 조영석의 <목기깎기(23.0 × 20.7㎝, 개인소장)>를 감상해보자.

조영석은 화가 정선(鄭敾), 시인 이병연(李秉淵)과 이웃해 살며 교유하고 시화를 논하였다. 인물화에 두각을 나타냈다. 덕분에 1735년 세조 어진 모사 명을 받았다. 기술로 임금 섬기는 것은 선비의 도리가 아니란 생각 때문에 사양하였다. 때문에 수개월 옥고를 치르고 절필하였다. 1748년 숙종 어진 도사(肅宗御眞圖寫)의 감동관(監董官, 감독관)으로 참여하라는 명에 따라 결국 감동이 되었다. 윤두서와 더불어 조선 후기 풍속화를 이끌었으며 관찰과 사생을 중히 여겼다.

그림은 풍속화, 영모화, 초충도 15점을 묶은 《사제첩(麝臍帖)》에 실려 있다. 사제는 사향노루의 배꼽이다. 화첩 그림은 완성도가 제각각이다. 때문에 그리다 만 것으로 보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수작도 있다. 습작을 모아 놓은 것인지 표지 한편에 이렇게 써놓았다, "남에게 보이지 말라, 어기는 자는 내 자손이 아니다.(勿示人, 犯者非吾子孫.)"

각설하고 그림을 보자. 나무 아래, 윗옷을 벗어젖힌 두 사람이 작업에 열중이다. 벗은 옷은 나뭇가지에 걸어 두었다. 살랑살랑 바람에 나부낀다. 한 사람은 나무틀에 지탱한 갈대로 나무를 깎고 있다. 다른 한 사람은 회전축에 피대를 걸어 돌린다. 두 사람 모두 깎이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한쪽엔 날이 다른 갈대, 끌, 자귀 등이, 맨 앞쪽엔 탕개톱이, 그 사이에 깎아 놓은 것으로 보이는 제기가 서너 개 보인다.

그림에는 힘든 내용과 과정이 없다.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난관이 있는지 모두에 언급한 내용으로 그려보자. 제사는 앞사람의 뜻을 기리고 받들며 은덕에 감사하는 일이다. 감사 대상이 어디 선조뿐이랴? 우리는 누군가의 수고로움으로 아름다움과 안식을 즐긴다. 매사에 감사해야 할 이유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상보기]가슴 수술 후 수술 부위 통증이 지속된다면
  2. 2026명이 벗고 달린 새해 첫 날! 2026선양 맨몸마라톤
  3. 대전 동구, 겨울철 가족 나들이 명소 '어린이 눈썰매장' 개장
  4. 코레일, 동해선 KTX-이음 개통 첫 날 이용객 2000명 넘어
  5. 이장우 대전시장 "불퇴전진으로 대한민국 신 중심도시 충청 완성하겠다"
  1. 충청 출신 與野대표 지방선거 운명의 맞대결
  2. 2026 병오년, 제9회 지방선거의 해… 금강벨트 대격전
  3. 대전 중구보건소, 정화조 청소 후 즉시 유충구제 시행
  4. 대전 서구, 행안부 지방 물가 안정 관리 4년 연속 최우수
  5. 유성구 새해 추진전략 4대 혁신·4대 실행축 제시

헤드라인 뉴스


아동인구 감소 현실의 벽… 세종 국공립 어린이집 취소 `파장`

아동인구 감소 현실의 벽… 세종 국공립 어린이집 취소 '파장'

아동 인구 감소로 보육시설 운영난 가중과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세종시 국공립 어린이집 개원이 취소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정원 수용률이 지역 최하위 수준인 산울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내 2027년 개원 예정이었으나, 시가 지난 6월 주민 의견 수렴 과정 없이 개원 최소 결정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종시는 "인근 지역 보육수요까지 감안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산울동 주민들은 "현실을 외면한 행정"이라며 원안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는 이달 보육정책위원회에 안건을 재상정..

[현장] 응급실 시계에 새해는 없다네…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뿐
[현장] 응급실 시계에 새해는 없다네…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뿐

"응급실 시계에 새해가 어디 있겠습니까.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 뿐이죠." 묵은해를 넘기고 새해맞이의 경계에선 2025년 12월 31일 오후 11시 대전권역 응급의료센터가 운영되는 충남대병원 응급실. 8살 아이의 기도에 호흡 유지를 위한 삽관 처치가 분주하게 이뤄졌다. 몸을 바르르 떠는 경련이 멈추지 않아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호흡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처치에 분주히 움직이는 류현식 응급의학 전문의가 커튼 너머 보이고 소아전담 전문의가 아이의 상태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여러 간호사가 협력해 필요한..

"할아버지는 무죄에요" 대전 골령골에 울린 외침…학암 이관술 고유제 열려
"할아버지는 무죄에요" 대전 골령골에 울린 외침…학암 이관술 고유제 열려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가 6·25전쟁 발발 직후 불법적인 처형으로 목숨을 잃은 학암 이관술(1902-1950) 선생이 1946년 선고받은 무기징역형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그의 외손녀 손옥희(65)씨와 학암이관술기념사업회는 2025년 12월 31일 골령골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터에서 고유제를 열고 선고문을 읊은 뒤 고인의 혼과 넋을 달랬다. 이날 고유제에서 외손녀 손옥희 씨는 "과거의 역사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역사를 근간으로 하는 단체와 개개인의 노력 덕분에 사건 발생 79년 만에 '이관술은 무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 이색 도전…선양 맨몸마라톤 이색 참가자 병오년 이색 도전…선양 맨몸마라톤 이색 참가자

  • 맨몸으로 2026년 첫 날을 힘차게 ‘출발’ 맨몸으로 2026년 첫 날을 힘차게 ‘출발’

  • ‘붉은 말의 기운 받아 2026년도 힘차게 나아갑시다’ ‘붉은 말의 기운 받아 2026년도 힘차게 나아갑시다’

  •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