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과학수도, 대전’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과학수도, 대전’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 승인 2024-09-02 12:44
  • 신문게재 2024-09-03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양성광 원장
양성광 원장
올해 8월 21부터 24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024 한미과학자대회(UKC)'가 개최됐다. UKC는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가 매년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개최하는 한인 과학기술인들의 최대 교류·협력 컨퍼런스다. 올해는 특히 UKC가 시작된 지 50년이 되었고, 국내에서는 대덕특구가 지난해 50주년을 맞았으니 1970년대 초는 나라 안팎으로 대한민국 과학기술사에서 기념비적 시기라 하겠다.

이 어려운 시기에 정부가 과학기술에 우선 투자한 결과, 우리나라는 당시 1인당 GDP가 300달러에 불과하던 최빈국에서 50여 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자동차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메모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의 1, 2위를, 파운드리 분야도 삼성전자가 대만의 TSMC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대부분의 첨단 산업분야에서 세계 최고이지만, 반도체 제조 역량은 뒤떨어져 있어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한국과 대만 반도체기업의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유도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전 세계 반도체 메모리 시장의 80%를 차지했으나, 이제 반도체는 물론 대부분의 전자산업이 한국에 추월당해 1인당 GDP뿐만 아니라 수출 총액에서도 한국에 뒤처지게 됐다.

이번 UKC는 한국의 이같이 달라진 위상에 걸맞게 미국물리학회 現 회장인 시카고대 김영기교수,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토머스 쥐트프 스탠퍼드대 교수 등 세계적인 석학들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스타트업 Noom의 창업자 정세주대표 등 기업가들도 대거 참여했다. UKC 2024는 AI 시대의 글로벌 현안과 과학기술적 이슈에 대한 발표 및 토론, 현재와 미래 리더들의 의미 있는 멘토링과 네트워킹을 하며, 과학기술과 대중이 소통하는 장이 됐다.

한편, 대전시는 최근 시의 정체성으로 과학수도를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과학수도의 의미와 역할은 무엇일까?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대덕특구에는 26개 출연(연)과 7개 대학, 2400여 개의 기업, 1만 7000여 명의 박사급 인재들이 모여 있다. 이처럼 과학 역량이 집결된 대덕특구가 위치한 대전은 2022년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발표한 과학기술 집중지역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한 과학도시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과학도시를 넘어 과학수도가 되려면 그 역할이 명확히 정의되고, 무엇보다도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들도 서로 다른 이름의 수도를 표방하고 나설 게 뻔한 상황에서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법적 근거를 갖추기보다는 과학수도를 통해 지향하고자 하는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그렇다면 과학수도, 대전이 추구하는 비전은 무엇인가. 지금 당장 섣부르게 정하기보다는 대전지방정부, 대덕특구, 시민 등 대전시 구성원과 혁신 주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과학수도의 비전과 목표를 차분히 정해나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점은 미래에는 전 세계 과학기술 인력과 첨단기술 및 공급망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수도는 단순히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중심이 아니라, 글로벌 과학기술 및 첨단산업의 중심이 돼야 한다. 과학수도는 대덕특구의 과학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과학자와 첨단산업 분야 최고 전문가가 함께 모여 세계적인 난제를 논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교류하여 융합과 혁신을 촉발하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 도시를 옮겨 다녀 축척이 어려운 UKC와 대비되는 매년 새로운 지식을 쌓아 축적해 나가는 도시형 과학기술협력 플랫폼이 과학수도, 대전의 비전이 될 수 있다. 대전지방정부는 대덕특구 과학자들과 함께 매년 시의성 있는 주제(theme)와 아젠다를 정해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출연연과 대학 등은 기관별 또는 학문·산업 분야별로 준비 중인 다양한 컨퍼런스, 세미나, 워크숍 등을 하나의 캘린더에 list-up하여 연계한다면 대전시가 글로벌 과학기술 이슈를 선점하고, 선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안전사고 일어날라… '사전투표소 대관' 고민 깊은 학교
  2. [썰] 대전시의회 박종선, 예고된 국민의힘 탈당?
  3. 대전교육청 급식 갈등 봉합 장기화되나… 조리원 직종 교섭 일정도 못 정해
  4. 한국자유총연맹 대전시지부, 이달의 자랑스러운 회원 시상
  5. [인터뷰] "장마철 비 피해 막는 호우 긴급재난문자 큰 도움 되길"
  1. 나노종합기술원 반도체 소부장 테스트베드 역할 톡톡… 21개 품목 국산화 달성
  2.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맞춤형 학습지원 시스템… 기초학력 공고히
  3. ‘6월3일, 꼭 투표하세요’
  4. [홍석환의 3분 경영] 기억나는 사람
  5. 대전·충남 등 11개교육청 '거점형 돌봄기관'… 시 2곳·도 3곳 등 52곳

헤드라인 뉴스


첫 투표권 행사 앞둔 Z세대… 정당 아닌 “내 삶 바꿀 한표”

첫 투표권 행사 앞둔 Z세대… 정당 아닌 “내 삶 바꿀 한표”

6월 3일 조기대선을 앞두고 생애 첫 대선 투표권을 얻은 Z세대의 정치 참여 열기가 뜨겁다. 이들은 약관임에도 12·3 계엄사태와 대통령 탄핵 등 굴곡진 헌정사를 직접 목도하며 민주주의 가치에 대해 일찍 눈을 떴다. 이 때문에 Z세대는 자기주장 표출에 주저하는 기성세대와는 다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활발히 소통하며 '민주주의 주인'으로서 정체성을 스스로 각인하는 데 인색하지 않다. 생애 첫 공직투표를 앞뒀다는 차 모 씨(19·유성구)는 요즘 저녁마다 대선 후보들의 정책 요약 영상과 뉴스 클립을 챙겨 본다. 그는 "정치..

美 연준 금리 동결…한은 금리 인하 카드 꺼낼까
美 연준 금리 동결…한은 금리 인하 카드 꺼낼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세 번째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5월 29일 예정된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지 주목된다. 연준은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과 3월에 이어 세 번 연속 동결이다. 이에 따라 한국(2.75%)과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로 유지됐다. 연준은..

"엄마 아빠 사랑해요" 아주 특별한 어버이날 편지
"엄마 아빠 사랑해요" 아주 특별한 어버이날 편지

대전하기초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드론 플래시몹' 행사를 열고 부모님께 사랑과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행사는 대전하기초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전교생과 직원 400여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학급별로 맞춘 색색의 단체 티셔츠를 입고 운동장에 질서정연하게 모여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글자를 만들어냈다. 사전 연습을 거쳐 정밀하게 구성된 플래시몹은 드론을 활용한 항공 촬영을 통해 감동을 생생히 담아냈다. 촬영된 영상은 어버이날 오전 학부모들에게 공유됐고, 학부모들은 영상 속 운동장을 가득 메운 자녀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6월3일, 꼭 투표하세요’ ‘6월3일, 꼭 투표하세요’

  • 제51회 양성서도회원전 12일까지 전시 제51회 양성서도회원전 12일까지 전시

  • ‘어버이 은혜 감사합니다’ ‘어버이 은혜 감사합니다’

  • 성심당과 함께 선거빵 출시…‘함께 투표해요’ 성심당과 함께 선거빵 출시…‘함께 투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