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보이지 않는 싱크홀'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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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보이지 않는 싱크홀'을 찾자

김태열 수필가

  • 승인 2025-06-16 10:42
  • 신문게재 2025-06-17 19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풍경소리 김태열 수필가
김태열 수필가
우리는 사고가 일어난 다음에야 비로소 깨닫는다. 일상의 견고한 기초가 모래 위에 지어진 것은 아닌지를. 서울 도심에서 오토바이가, 어느 날은 승용차가 도로를 달리다가 땅속으로 사라졌다. '싱크홀' 때문이라 한다. 주로 대도시 지하공간 난개발로 인한 공사장 주변에서, 또는 하수관로 손상으로 지하수위가 급변하여 도로 토양층이 꺼지는 현상이다. 공사 관계자는 예상되는 싱크홀 가능성을 주기적으로 탐사하고 지반침하 예상 위험도를 만들어 알려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선에서 멀쩡한 도로를 달리다가 이런 불행한 일을 당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새삼 보이는 것 너머에 대해서 모르는 게 참 많음을 절감한다. 싱크홀은 비단 도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곳곳에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전문가의 눈으로도 파악하기 힘든 싱크홀이 널려 있다. 그러니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로 사고가 일어난다.

해마다 봄의 시작과 함께 대형산불은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경북 의성과 지리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여태껏 경험한 것과 조금 달랐다. 태풍과도 같은 강풍이 불어 산불이 1~2km를 날아다녔다. 개인은 산불 경보가 내려졌는데도 조심하지 않았다. 대처 방법에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어 큰 인명 손실과 재산, 문화재 피해를 안겼다. 작년 우기에는 비가 너무 퍼부어 '폭포수'라는 말도 생겼다. 이런 기상현상의 이면에는 기후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점점 생존을 위협할 이상기후라는 뒷면에 놓인 싱크홀에 우리는 얼마만큼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어떻든 일어나는 재난과 사고에는 인간의 잘못이 놓여 있고 우리는 실수를 조금이라도 줄여나가야 한다. 그동안 끊이지 않는 대형 사고를 겪어오면서 자문해보자. 우리의 안전 의식과 안전 문화는 얼마나 깊이 달라졌는지를. 모든 일은 나부터 변해야 한다. 무엇보다 복합적인 사고의 예방과 대응조치는 구호나 감정이 아닌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분석과 창의력에 근거해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과학기술의 영역이 아니겠는가.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듯 들려온 SKT의 유심 해킹사고도 정확한 원인 규명과 대책은 언제 될지 모른다. 백도어 악성코드(Backdoor Malware)를 심어 정보를 빼가는 해킹이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진화하는 해킹은 빙산의 숨은 부분처럼 숨어서 대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생활, 금융정보 등 개인들의 일상이 스마트폰의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유심 해킹은 '국민적' 싱크홀이라 할 수 있다. 유심칩 교체와 유심 보호 서비스를 제공해 급한 불은 껐어도 개인의 불안감은 심하다. 지금은 모든 것이 초연결되는 세상이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수많은 정보의 너울 속에서 개인의 지식은 제한적이고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갈수록 보이는 것 너머 본질에 더 모르게 된다.

하지만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처럼 인류는 지금껏 새로운 변화의 도전에 맞서 잘 응전해 왔다. 지속 가능한 문명이 되기 위해서 정말 필요한 일은 사고의 원인이 서로 얽혀 증폭되는 결과로 되지 않도록 각자의 영역에서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감시와 예측, 추적 시스템을 통해 '보이지 않는 싱크홀'을 찾아야 한다.

무안 항공기 착륙사고에서 보듯 일이 터지면 비로소 현상 뒤에 사고를 일으키는 여러 요인이 숨어 있고 그것들이 모여서 그런 결과로 되었음을 알게 된다. 최근에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업체인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반납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맏형격으로 돌파와 뚝심의 대명사인 그 시공사도 정치적으로 정한 공사 기간을 도저히 맞출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일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싱크홀이 있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입는다. 이제라도 무조건적 목적달성보다는 투명한 추진과정을 더 중요시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안일과 맹목, 영합과 편향에서 비롯되는 무지의 늪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싱크홀' 찾기의 새로운 출발이리라. /김태열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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