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대학은 창의와 특허란 나침반을 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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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대학은 창의와 특허란 나침반을 들라"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민주평통 대통령자문위원

  • 승인 2025-06-24 14:15
  • 신문게재 2025-06-25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민병찬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인공지능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일자리를 재편하고, 연구 패러다임을 뒤흔들며, 교육의 기본 구조를 재정의하고 있다. 대화형 AI, 생성형 AI, 초지능형 리서치 도구가 상용화되는 지금, 인간 고유의 사고력이나 문제해결력마저 대체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학문 현장을 휘감고 있다. 기술 사상가 레이 커즈와일이 예고한 '특이점'은 더 이상 SF적 환상이 아니다. 이제 대학은 선택의 기로 앞에 서 있다. 과거의 '지식 전달소'에 머물 것이냐, 아니면 미래를 설계하는 '창조적 실험실'로 거듭날 것이냐.

특히 기후위기, 기술실업, 양극화, 고령화,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산업 전환이라는 복합적 위기 앞에서 대학이 품어야 할 비전은 단순한 취업률 지표를 넘어선다.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문제를 발굴하고 기술로 지속가능한 해법을 제시하는 실천적 교육이 절실하다. 이러한 전환은 이론과 연구에 머물지 않고 특허를 통해 사회와 연결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지금도 많은 대학 연구실에서는 기후 환경 대응 기술, 인체 안전 기술, 바이오 및 농업 기반 신기술 등에서 다양한 특허가 창출되고 있다. 학생들이 아이디어의 주체가 되어, 교수와 함께 출원과 기술이전을 경험하는 일련의 과정은 지식의 실용성과 공공성을 함께 체득하는 강력한 교육이 된다. 대학은 이런 경험을 제도화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세계는 이미 다른 항로를 택하고 있다. MIT, 스탠퍼드, 옥스퍼드, 일본 UEC, Tokyo대학 같은 글로벌 대학들은 오래전부터 교수-학생 공동 창업을 제도화하고, 특허의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위한 전문 조직을 운영하며, AI와 특허 리터러시(특허 정보를 조사하고, 출원하고, 기술이전 등)를 융합한 창의교육을 진행 중이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는 적응형 학습과 AI 분석을 결합한 맞춤형 특허 교육과정을 도입해 학생 아이디어를 빠르게 지식재산으로 전환하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반면 한국 대학은 여전히 학과 중심의 행정, 정형화된 커리큘럼, 졸업장 중심 평가에 갇혀 있다. 이대로라면 특이점의 물결은 '기회의 문'이 아니라 '파국의 경고'가 될 수 있다.

이제 대학은 냉정하게 자신의 좌표를 재설정해야 한다. 첫째, 특허를 '결과물'이 아닌 '과정 중심 교육 도구'로 인식해야 한다. 캡스톤디자인이나 창의설계 과제를 특허와 연계하고, 문제정의-시장분석-지식재산 전략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학습화해야 한다. 둘째, 교수는 단순한 강의자가 아닌 '기술 촉진자'로 재정의돼야 한다. 연구실의 아이디어가 특허화되고 기술이전으로 이어지는 루트는 학생들에게 현실적 미래모델이 될 수 있다. 셋째, 대학 내 창의교육은 AI와 협업하는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 AI를 단순히 활용하는 것을 넘어, 창의 도구로 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예컨대 AI가 논문 주제를 추천하고 실험을 설계하며, 출원 전략을 모색하는 과정에 학생이 참여한다면, 그 자체가 교육이자 연구가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목적이다. 우리는 학생을 단순히 문제를 푸는 존재로 길러낼 것인가, 아니면 문제를 정의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명하는 존재로 키울 것인가. 특허는 후자에 가깝다. 이제 특허는 '특정인의 기술적 성과'가 아니라, '대학이 사회에 던지는 질문의 방식'이어야 한다. 기술과 시장, 인간과 사회를 잇는 매개체로서 특허를 다시 바라봐야 한다.

교육부는 특허 실적을 단순 수치로 평가하지 말고, 특허 기반 창의교육의 질적 지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대학 당국은 연구와 창업, 학과 간 연계를 강화하는 조직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 교수는 논문이 아닌 특허로도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을 요구해야 하며, 학생은 더 이상 수동적 수강자가 아니라 도전적 발명가로 자라야 한다.

기술이 인간을 뛰어넘는 그 순간,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창의'다. 창의는 자유롭게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는 공간에서 나온다. 그 공간이 바로 대학이어야 한다. 대학이 기술의 수신자가 아니라, 방향타를 쥔 항해자가 되려면 지금 당장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 그 항로의 키워드는 '특허'이자 '창의'이며, 출발점은 교육이다.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민주평통 대통령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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