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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
하지만 우리는 절망하기보다 이러한 환경을 조금씩 바꿔 가야 한다. 정책의 합의를 만들고 지역의 삶을 개선하는 정치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갖추고 변화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정치인들이 필요하다.
새로운 변화와 혁신적인 정치를 논할 때 꼭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청년정치가 필요하다는 담론이다. 청년정치란 무엇일까? 젊은 사람들이 정치를 하면 정치가 달라질까? 청년들은 패기와 참신함으로 무장하고 있으니 더 나은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청년 정치의 본질은 세 가지 중요한 가치에 기반해야 함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청년 정치는 '세대정치'다. 유사한 정치적, 사회적 경험을 통해 형성된 세대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른바 '청년에 의한 정치(by)'다.
청년 세대는 인구 구성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정치적 대표성은 매우 낮다. 이는 일부 정치적 무관심이나 비참여에서 비롯되기도 하는데, 이를 극복하고 청년의 삶과 지역 정치의 현실을 연결할 정치인이 필요하다.
둘째, 청년 정치는 '평등정치'다. 청년이 겪는 어려움은 단순히 한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보편적 문제이기도 하다. 비정규직의 확산, 주거 불안정, 취업난과 고용의 질적 저하가 대표적이다. '청년을 위한 정치(for)'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청년은 사회적 독립으로 나아가는 이행기적 특성을 보이기에, 이러한 문제를 더욱 직접적으로 체감한다. 주거와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청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자산과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곧 평등한 출발선을 보장하는 문제이자 청년 정치의 책임이다.
마지막으로 청년 정치는 '미래정치'다. 청년은 단지 '젊은 나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를 직시하고 문제를 몸으로 체감하는 감수성을 지닌 세대다. 마치 탄광 속의 위험을 사람보다 먼저 알아차린다는 카나리아처럼 다가올 위기를 감지하고 경고의 신호를 보내는 세대다. 청년의 감수성을 담은 '청년의 정치(of)'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AI로 인한 자동화 실업과 플랫폼 노동, 인구 감소와 연금 문제, 정신건강과 사회적 고립 등 우리가 마주할 미래의 문제에서 가장 먼저 밀려나고 소외당할 이들은 청년 세대다. 그러기에 미래의 감수성을 가진 청년성(性)의 정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청년정치가 실현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정책 생산과 연구가 필요하다. 이제까지 실행됐던 청년 정책을 분석하고, 청년 당사자들의 의견 반영과 참여를 통해 실용적이고 실현할 수 있는 정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싱크탱크가 필요하다.
다음은, 청년의 지역정치 참여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다.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을 단순히 투표에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정당 조직, 청년정책네트워크 등은 구체적인 의사결정과 거버넌스 참여가 아닌 한정된 예산을 배분하고 정해진 기준안에서 프로젝트를 집행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 청년의 정치적 진출이다. 청년이 정치권에 진출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일상적인 커뮤니티와 학습 등의 활동을 지원하면서 청년 정치인을 양성할 수 있는 정당의 체계적인 시스템과 공천 과정 개혁이 필요하다.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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