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을 보면, 어떻게 그리 웅대하고 기기묘묘한 상상을 하였을까? 새겨볼수록 기상천외한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이성주의에 길들여진 현대인이 오히려 상상하기 어렵다. 정보가 누적될수록 고정 관념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상상의 차단이요, 이성에 국한된 제한적 상상이다.
설화적 상상뿐이 아니다. 중세에는 신 중심의 상상력이 발휘된다. 문예 부흥기에는 인간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인본주의적 상상력이 중심을 이룬다. 근대에는 상상력을 이성의 일부 또는 이성과 감성의 다리로서 창조능력, 곧 예술의 중심개념으로 보았다. 19 ~ 20세기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으로 과학과 기술적 상상력이 부상하며, 예술과의 결합 또는 동일시되었다. 영혼의 언어, 무의식의 표현으로 보기도 하며, 꿈, 신화, 상징 등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통로로 해석되기도 한다. 21세기 들어 상상력은 예술의 창조성을 넘어 기술, 디자인, 사회적 혁신의 핵심 가치로 확장된다. 개인의 환상이나 몽상이 아닌 인류 전체의 창조적 사고방식으로 각광받는다. 때때로 소홀했을 뿐, 역사는 곧 상상력의 진화사이기도 한 것이다.
수집한 몇몇 조언으로 상상력에 대한 이해를 구해보자. 이상민이 옮긴 <네빌 고다드의 부활>인용이다. "상상력은 인간 안에 있는 신이며, 모든 현실을 창조하는 힘이다." "가장 현명한 삶은 상상력을 활용하는 삶이다." "믿는 것과 존재하는 것은 하나이다." "상상력이 본질인 인간은, 뇌에 종속되어 살고 있는 존재가 아닌 그것의 주인이다." "창조의 메커니즘은 잠재의식의 깊은 곳에 숨겨져 있다. 잠재의식은 이성을 초월해 있고, 논리적 추론과도 동떨어져 있다. 잠재의식은 하나의 느낌을 잠재의식 내부에 존재하는 사실로서 인식하고 그것에 형체를 부여한다."
박원호 교수의 <상상력의 재발견>에서 발췌했다. "상상력의 주된 기능은 우리의 현실에서 논리나 지식으로 인식할 수 없는 실체에 대하여 (그것이 우리 자신이든, 세상이든, 신이든) 상상적으로 투사하는 것이다." "이성 중심의 노력이 인간 중심이라면 상상력은 이제 그 주도권을 진리 내지는 성령에게 양도할 것을 요청한다." "상상력에 대한 연구는 주객의 분리보다는 일치를, 이성보다는 감정에 더욱 치중하며 나아가 유기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적 심성에 기초한 교수 방법의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믿는다."
임정택 교수는 <상상 한계를 거부하는 발칙한 도전>에서 합리성과 이성주의 형성에 기여한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성적 사유마저 그야말로 상상의 사유라며 "상상력과 테크놀로지는 인류의 오랜 문명사를 통해서 주도권을 다투어 왔다. 그 둘은 분명 역사의 수레바퀴일진대, 과학기술과 이성이 지배적이었던 시대에는 테크놀로지가 앞바퀴라고 생각했고, 감성이 지배적이었던 시대에는 상상력이 앞바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 개의 바퀴가 만들어 내고 있는 동력은 결국 하나의 에너지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상상력은 가히 무한대의 우주공간에 버금가는,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우주가 아닐까? 그래서 호모이마기난스의 상상력은 영원한 것이리라."
문득, 늘 상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의식하지 않다보니, 내재한 상상력을 잘 끌어내지 않았을 뿐이다. 상상하면서도 그에 대한 적극적 표현이나 구현할 의지가 없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좋은 상상은 일을 쉽게 또는 부드럽고 풍요롭게 한다. 나아가 창의적으로 처리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시대적 상상력, 건축, 디자인,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연극, 영화, 만화 등 예술의 장르별 상상력, 우리의 삶과 사회에 투영된 제반 상상력 중에 주목할 만한 것을 살펴봄으로서 상상의 인간이 되는 통로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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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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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