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꿈 너머 꿈'을 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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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꿈 너머 꿈'을 꾸자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승인 2021-04-06 16:11
  • 신문게재 2021-04-07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호택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대학 시절 통계학 수업에서 교수님이 통계의 중요성과 그 한계에 대해 예로 들었던 말씀을 기억하고 있다. 1960년대에 연세대학교는 고교 내신 성적만으로 입학을 허가하는 획기적인 신입생 선발을 시도했다고 한다. 고교별로 대학 입학 당시와 재학 중의 성적, 그리고 졸업 후 진로 등을 통계내서 어느 고교 내신 몇 등은 연세대 어느 과에 입학할 자격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시도하기 힘든 대단히 혁명적인 발상이었지만 그 시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어느 대도시의 명문 고교 출신 학생들이 입학 성적은 대단히 우수한데 입학 후 공부보다 노는데 빠지다 보니 재학 중, 그리고 졸업 후 평판이 떨어지게 되어 그 학교 출신은 최상위라도 연세대 입학이 힘들어지는 결과를 보인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최고 명문 고교의 최고 등급 학생마저 입학이 힘들다면 현실에 적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에 금산에서 서울대학에 무려 4명이나 합격하는 경사가 있었다. 최근 몇 년 간은 부진했지만 10여년 전 농어촌 특례입학제가 시행되면서부터 해마다 한두명씩의 서울대 합격생을 냈던 역사도 있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들도 최근 몇 년 간 눈에 띠게 늘어났다. 선배들이 학업과 대학 생활에서 모범적인 활동을 보였기에 조금씩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통계가 축적된 것은 아닌가 싶다. 금산교육지원청과 금산군은 지역의 인재를 키우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고,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을 비롯한 많은 어른들이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10여년 간 경험이 축적되다 보니 서울의 유명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 중 다시 고향 금산으로 돌아와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경우를 보기는 힘들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금산에서 많은 노력을 들여 서울로 올려 보냈지만, 이들이 돌아와 일 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 주기가 힘들다 보니 정작 지역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금산도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지역 주민들은 당장은 사람이 많이 살고 있으니 언젠가 사는 사람이 없어질 것이라는 대단히 무서운 얘기가 실감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어느 날 갑자기 쓰나미와 같이 위기는 갑자기 찾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의 인재'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고 지역의 명예를 위해 중요한 일이겠지만 많이 배워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소멸 위험의 고장을 발전시킬 인재가 더 시급하고 필요한 일이 아닐까?



나에게 자식의 진로를 상담하는 분이 가끔 있다. 나는 그 분에게 제일 먼저 이렇게 질문한다. "아드님이 어디에서 살게 하고 싶으세요?' 서울에서 살고 싶으면 서울의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렇지만 금산이나 가까운 곳에 살 계획이라면 가까운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이 편하다. 선후배도 많고 서로 이끌어주고 정보 제공해주는 든든한 배경이 되어줄 것이다. 너무나 똑똑한 친구들이 많은 서울대에서 주눅 들 학생이라면 지역 대학에서 자신감 있고 인정받는 학생으로 공부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지역에서 학생들의 학업증진과 더 나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지원해주는 방향이 무조건 'SKY대학 몇 명 합격!'이라는 홍보만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 아이들의 진로와 지역의 발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뒤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청운의 꿈을 품고 서울로 진출해서 힘차게 출발한 신입생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렇지만 단순히 '명문대학 입학'만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대학 진학 후에는 어떤 과목을 전공하고 그 후에는 어떤 성취를 해서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또 어떻게 자기 성찰을 이루겠다는 멀리 보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거기에 덧붙여서 내가 이렇게 성취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부모님과 고향에는 어떻게 빚을 갚을까 하는 마음까지 가져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고도원씨가 주장하는 '꿈 너머 꿈'을 꾸자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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