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의 지역프리즘]충남연구원의 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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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의 지역프리즘]충남연구원의 개명

  • 승인 2015-06-24 11:35
  • 신문게재 2015-06-25 18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충남발전연구원이 '충남연구원'으로 개명했다. 강현수 원장의 설명을 짧게 옮기면 “성장 중심의 이미지를 갖는 '발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이름이다. '발전'을 내포적으로 접근하면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감이다. '개발'은 개척하여 유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발전이나 개발이나 용어 자체로 흠잡을 데는 없다.

언어철학에 외연적인 접근법이 있다. 사전식 풀이 아닌 구체화한 개체를 통해 규정하는 것이다. 50년 전과 현재의 천안시 사진을 비교하며 개발이나 발전을 설명한다면 이 방법이 되겠다. 전기 생산과 관련된 연구소라는 일부의 오인에도 부산발전연구원, 울산발전연구원, 강원발전연구원 등 '발전'이 아직은 다수다. 서울연구원, 대구경북연구원이 충남과 같은 용례다. '개발'을 쓰는 경기개발연구원도 개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충북발전연구원은 충북경제연구소로 시작해 충북개발연구원을 거쳐 4년 전 지금 이름으로 고쳤다.

좀 고전적으로 파고들면, 개발(exploit)이 발전(develop)을 얻는 수단이고 발전은 개발의 (착한) 결과다. 개발은 발전의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일 수는 없다. 그러나 '발전이 개발보다 좋다'거나 '개발이 발전보다 나쁘다'는 명제가 꼭 성립하지는 않는다. 양적인 발전, 질적인 개발이 있는 법이다. 이런 중의법을 모르지 않을 연구원의 개명에서 건설이나 토건 등 하드웨어적 성장을 넘겠다는 의욕이 읽힌다. 그냥 놔두면 훼손될 대상을 지키는 '보존'이나 현재 상태로 있게 하는 '보전'도 물론 강화돼야 한다.

쓰다 보니 중도일보 사시(社是)인 '지역(사회) 개발'을 짚고 가야 할 일이 생겼다. 1951년 신문 창간 무렵 아메리카에서 따끈따끈하게 창안된 '개발주의'의 지구화인 근대화론은 당시로서는 선구적인 수용이었다. 정부주도형의 '발전국가' 체계가 불가피했고 근대화=개발=발전의 주류발전론이 대세였던 한 시대를 함께했다. 그러면 시대정신을 좇아 사시를 '지역발전', 아니면 다른 걸로 대체할 것인가. 결론부터 내밀면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개발'의 뜻에 산업이나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도 있다. '개발하다'는 2차 대전 후 '발전하다'의 의미가 자꾸 덧칠된다. 정치적 목적이 가미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취임사가 분기점이다. 디벨로프는 '발전하다, 개발하다, … (상황이) 전개되다, (전선을) 확대하다, (버릇이) 생기다, (기술을) 익히다, (전략을) 세우다' 등으로 무한 증식을 거듭한다. 싫은 예지만, '메르스에 걸리다'를 'developed MERS'로 쓰면 된다. 발전과 개발은 유의관계도, 동의관계도 된다.

구분이 이처럼 무의미하거나 유의미성의 기준이 모호해지는 가운데 대전발전연구원도 새 작명을 고려중이라 한다. 한정 기술을 '정책'으로 바꾼 '대전정책연구원'은 어떨까. 간판보다는 자립성의 향상, 내발성의 확립, 생태적 건강성의 증진 등 지역발전 전략이 더 중요할 것이다. 모든 '연구원'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광주발전연구원과 전남발전연구원의 경우는 어제(24일) 통합 연구원 창립총회를 열었다. 뚱딴지같은 이야기인가 하겠지만, 대전발전연구원과 충남연구원이 합쳐 대전충남연구원이 됐다고 가정하면 얼마나 획기적인 일인지 알 것이다. 난산을 거듭한 세종발전연구원도 독립기관은 뒤로 미루고 인근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연구원으로 가면 어떨지, 힌트를 얻게 된다. 성장과 발달을 멈추면 곧 정체다. 이름표에서 '발전'을 뗀 충남연구원이지만 충남 발전을 위한 싱크탱크 역할은 후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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