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상] 대전 브랜드가 된 이응노미술관

  • 오피니언
  • 아침세상

[아침세상] 대전 브랜드가 된 이응노미술관

  • 승인 2017-04-16 10:30
  • 신문게재 2017-04-17 22면
  • 이지호 고암미술문화재단 대표이지호 고암미술문화재단 대표
▲ 이지호 고암미술문화재단 대표
▲ 이지호 고암미술문화재단 대표
도시에 문화시설이 들어섰다고 문화가 태어나고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응노미술관 옆 북문광장은 평일과 주말 구분없이 늘 사람들로 붐비는 장소였습니다. 특히 축구경기 등 국가적인 행사가 있을 때는 수십만의 시민들이 한꺼번에 모일 수 있는 광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명실상부한 대전의 대표적인 광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 이 광장 중앙에 길고 높은 거대한 무빙셀터가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광장에 오는 시민들에게 비를 막아주고, 그늘을 만들어 다양한 행사와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건립취지에 맞지 않게 시간이 갈수록 행사와 공연의 횟수는 점점 줄어가고 사람들의 발길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사람 중심의 광장이 건물 중심의 광장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결국, 건립계획 초기에 시설의 활용도를 조금만 더 신중하게 고민했더라면, 아니 공공의 목적을 위하여 넓게 만들어 놓은 광장의 뜻을 조금만 더 이해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합니다.

반면, 철근의 거대한 무빙셀터 옆에서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 백색의 아담한 1층 건물인 이응노미술관이 둔산대공원 내 시립미술관과 예술의 전당 그리고 수목원을 뒤로하고 하고 있습니다. 주변 다른 건축물들과는 달리 59억의 소박한 예산으로 2007년 건립된 미술관입니다. 이미 건립된 기존 건물의 크기와 높이를 넘어서지 않고, 주변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배려와 겸허의 미학을 담고 싶어 했던 유족의 뜻을 받아 건축가 로랑 보드엥이 구현한 문화시설입니다. 건립 초기에는 규모가 작아서 다소 약한 듯 보였습니다만, 시간이 갈수록 미술관의 명성은 작은 규모와는 달리 대전을 넘어 세계로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서울 리움미술관과 함께 이응노미술관은 미슐랭이 추천하는 별 2개 미술관으로 건축이 아름다운 미술관이자 동시에 1300여 점의 이응노 대표작을 소장하고 있는 부자 미술관입니다.

최근에는 대전이 이응노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도시로 알려지면서 저명한 미술사가 및 평론가 등 전문가들의 방문과 그림을 보러오는 일반 외지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과학도시인 대전시의 모습이 점차 예술적 감성도시로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지난 12일 동아시아의 주요 연구자들의 이응노미술관 국제세미나 참석과 6월 7일 파리에서 시작되는 파리시립 세루누치미술관의 이응노 회고전 개최 등, 동양의 전통을 현대화한 이응노 예술에 대한 연구와 전시가 국내외에서 크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작은 규모로 시작한 미술관이 기증받은 우수한 콘텐츠, 즉 예술성이 뛰어난 소장품을 베이스로 전시내용과 미술관서비스의 질은 높인 결과입니다.

다시 한 번, 도심에 문화시설을 세운다고 문화가 형성되고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립니다. 시설의 위치와 규모도 중요합니다. 다만 시설 이전에 콘텐츠가 있어야 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것입니다. 즉 콘텐츠에 부합하는 시설이 제대로 그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유럽을 넘나들며 제작된 이응노의 예술작품은 미술관 건립 이전에 이미 국제적인 문화 콘텐츠로서의 조건을 갖추었습니다. 이응노미술관은 아담한 규모로 시작한 미술관이지만, 우수한 콘텐츠 덕분에 모든 행사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전문가들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문화는 하드웨어의 규모가 성공의 변수는 될 수 없습니다. 시설은 조건일 뿐입니다. 한편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이응노미술관은 초기와는 달리 현재 규모로는 콘텐츠의 용량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술관 운영 측면에서는 전시와 교육 공간의 부족을 현재 직원들이 사무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2층을 전시공간으로 확대할 수 있습니다. 미술관은 콘텐츠에 대한 수요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변화해야 하는 문화시설입니다.

사람들은 평소 미술 감상을 즐기지 않아도 암스테르담에 갈 기회가 생기면 고호미술관만큼은 방문하고 싶어 합니다. 이응노미술관 때문에 대전을 방문하고 싶다는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마치 브랜드란 어떤 상품을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이름이나 기호라고 한다면, 이응노미술관의 존재가 바로 대전이 다른 도시와 구별되는 이유입니다. 대표 문화브랜드를 기대한다면 이응노미술관처럼 먼저 우수한 콘텐츠를 찾아내고 그것을 발전시키고 그리고 확대해 나가는 과정과 절차가 중요합니다.

이지호 고암미술문화재단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롯데백화점 대전점, 성심당 리뉴얼... 백화점 중 최대 규모 베이커리로
  3.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4.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변동중, 음악으로 함께 어울리는 행복한 예술교육
  5. {현장취재]김기황 원장, 한국효문화진흥원 2025 동계효문화포럼 개최
  1.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2. 농식품부 '농촌재능나눔 대상' 16명 시상
  3. 작은 유치원 함께하니, 배움이 더 커졌어요
  4. 충남경찰, 21대 대선 당시 선거사범 158명 적발… 직전 대선보다 119명↑
  5. 서머나침례교회, 관저종합사회복지관에 연말 맞아 이웃사랑 후원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을 세종시가 아닌 대구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도한 데다, 11월에 혁신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황운하 의원(비례)이 ‘대법원 세종 이전법’을 발의한 터라 논의 과정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러 이견으로 대법원 지방 이전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혁신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차규근 의원(비례)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권칠승 의원과 함께 대법원을 대구로 이전하고 대법원의 부속기관도 대법원 소재지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10일 소상공인 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 서구 월평동 '선사유적지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