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국회 개헌특위 보고서는 이 규정을 조문시안 제29조 표현의 자유, 제30조 집회·결사의 자유로 분리했다. 특위 조문시안 제29조 1항은 '모든 사람은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권리를 가지며 이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금지된다'고 규정했다. 같은 조 2항은 '언론매체의 자유와 다원성, 다양성은 존중된다'고 초안했다. 3항에서는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 피해자로 하여금 배상 또는 정정 등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 현행 헌법 조항에 정정 등을 청구하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특위 조문시안 제30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가지고 이에 대한 허가는 금지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신설된 정보기본권 조문의 대폭 개정이 필요한 것처럼)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개헌특위 조문시안은 크게 손질해야 한다. 방법은 현행 헌법 제21조의 네 개 항 중에서 3항과 4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더 바람직한 것은 현행 제21조의 1항과 2항의 골격을 유지하고 조문시안에서 제안한 언론매체의 다원성과 다양성 보장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국가는 언론의 다원성과 다양성이 보장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하면 될 것이다. 나아가 더 좋은 것은 언론의 다원성, 다양성 외에 '언론의 지역성' 보장 노력까지 국가의 의무로 정하는 것이다. 지역 언론에 대한 국가 지원정책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식의 불필요한 논쟁을 불식하는 일이다. 건강한 지역 언론이 전달하는 정보를 섭취하는 것은 민주시민으로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요구다.
특위 조문시안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족쇄로 평가받은 현행 제21조의 3항을 삭제한 성과가 있다. 신문 등 미디어에 대한 시설 기준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조항은 1963년 시행한 5차 개정 헌법에 도입되었다. 이를 삭제하더라도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법률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 현행 헌법 제21조 4항 역시 같은 맥락의 비판이 가능하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할 때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은 5차 개정 헌법에 처음 도입되었다. 당시 헌법은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도 공중도덕과 사회윤리를 위해 영화와 연예를 검열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언론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를 할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 헌법 규정은 언론 활동을 위축시키려고 한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인 셈이다. 현재 우리의 민법과 언론중재법 등 체계를 활용해 언론 피해로 인한 인격권의 구제를 도모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항목을 제거하는 것이 시대정신에 더 부합하는 일임에도 특위 보고서는 손해배상 외에 정정보도 등의 책임까지 헌법에다 담자는 제안을 했다.
단순하면서 강력하게 설명할 수 있을 때 좋은 이론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한다.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천명하고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금지한다고 정하면 좋을 것이다. 나아가 국가는 언론의 다원성과 다양성, 지역성을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문언까지 추가한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헌법 개정의 방향과 내용은 그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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