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위기의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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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위기의 대전

강병수 충남대 교수(대전학연구회장)

  • 승인 2018-09-17 08:09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강병수
강병수 충남대 교수(대전학연구회장)
대전에 위기가 오고 있다. 인구는 급격하게 줄고 실업률은 전국 상위이지만 성장 동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 동안 도대체 어떤 일이 대전에서 일어나고 있었는가?

대전은 일제 강점기 때 경부선과 호남선 철도가 교차하면서 성장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경부고속도로가 국토의 동일 선상에서 건설되면서 급성장하였다.

대전의 성장은 경부·호남선 철도 건설, 경부·호남고속도로 건설, 대덕연구단지 건설, 대전엑스포 93', 정부대전청사의 이전이 주요한 계기였다. 특히 대전은 내륙 도시이지만 국토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경부선이 교차하는 잇점으로 외국과의 교역은 불리하지만 국내의 인적·물적 교류의 요충지였다. 그러나 고속철도 건설에서 호남선이 대전을 비켜가면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나라 교통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잃었다. 경부선상 도시들 가운데 하나의 도시가 된 것이다.

경부·호남고속철도가 완성되면서 교통의 편리성으로 인해 대전에서 열리던 회의가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줄면서 숙박, 음식, 소매업 등 서비스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교통의 편리성을 제외하면 그 동안 대전의 인구증가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보다도 대덕연구단지의 건설이었다. 연구단지가 완성되면서 대전시는 '과학기술도시'를 표방하고 혼신의 힘을 다하였다. 그러나 지역에 대기업이나 주도기업이 없는 관계로 연구소들과 지역산업이 잘 매치가 되지 않으면서 국책연구소들은 다른 지역에 분소를 내고, 대기업 연구소들은 대부분 철수하기 시작했다. 연구단지로 인한 희망은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연구단지를 과신하고 테크노밸리에 입주의사를 밝혔던 대기업을 청주로 밀어냈던 과거사가 참으로 뼈아프게 다가온다, 청주는 그 덕택에 도시 쇠퇴를 극복하고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세종시가 행정수도가 되면 우리나라의 중앙집권적인 민관협력관계로 볼 때 대기업 본사 기능의 상당 부분이 대전으로 옮겨 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세종시가 행정수도가 되기에는 너무나 먼 미래가 되었고, 세종시와 대전시의 상생 또한 여러 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대전에서 세종으로 7만 명이라는 인구 대이동이 있었고, 지금도 매월 1,000여명 정도가 대전에서 세종시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간다고 한다. 세종시에서는 다른 광역시·도가 모두 협력해서 하고 있는 혁신도시 지방인재 쿼터를 대전시·충청남도와 협력하지 않겠다는 속내까지 드러내고 있다. 주위지역과의 상생 노력이 대전발전의 샘이 될지 늪이 될 지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대전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호남선 고속철도가 결정될 때처럼 위기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마냥 기다리면 대전지역경제는 돌아올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경제는 기업이, 인력양성과 기술개발은 대학과 연구소가 선수가 되고 뛸 수 있도록 지방정부는 선도기관이 아니라 지원기관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구조로 가야한다. 지역사회가 잠시 방심하는 사이에 닥친 이 위기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위기를 깊이 인식하고 대전의 미래에 대한 진정한 성찰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병수 충남대 교수(대전학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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