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2024-03-07
이 작품 <웡카>는 뮤지컬 영화입니다. 노래의 비중이 있지만 그래도 기본 축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노래와 이야기가 복합된 구성에서 노래는 정서적 집약과 긴장, 이야기는 사건의 전개와 함께 정서적 이완을 담당합니다. 대표적으로 서양의 오페라와 우리나라..
2024-02-15
주인공 할머니들이 커다란 달력 뒤편에 시를 씁니다. 그리움의 정서가 가득합니다. 달력으로 상징되는 시간과 세월을 이길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과 상관없이 흐르는 그 물리적 시간 이면에 사람 사이의 깊고 정겨운 이야기와 회한이 새겨집니다. 영화는 바로 팔십 줄에 이..
2024-02-01
'얼씨구나 절씨구야 돈 봐라 돈 봐라 / 잘난 사람도 못난 돈 못난 사람도 잘난 돈 / 맹상군의 수레바퀴처럼 둥글둥글 생긴 돈 / 생살지권을 가진 돈 / 부귀공명이 붙은 돈 /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 어디 갔다 이제 오느냐 얼씨구나 돈 봐라.' 판소리 '흥부가'에..
2024-01-11
작년 말부터 상영되는 '노량'이 계속 흥행 중입니다. '명량', '한산'에 이어지는 3부작 최종 작품입니다. 독립된 작품이면서 전편들에 대한 마무리를 기대하게 합니다. 그러나 세 작품은 많이 닮았으면서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넓은 바다에서 벌어지는 큰 싸움에 초인적인..
2023-12-28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대여섯 편의 영화를 꼽아 기억하는 것으로 올 한 해를 돌아볼까 합니다. 폴란드 영화 '당나귀 EO'는 시선 주체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동물의 눈으로 바라보는 인간들의 행태와 세상은 부조리하고 역겨운 것이었습니다. 영화는 그것을..
2023-12-14
이 영화는 느립니다. ‘서서히, 천천히’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만큼 흥미진진하거나 감정이 확 달아오르거나 하지 않습니다. 영호와 현진 두 사람 모두 나이를 먹고, 사랑하는 이 없이 지낸 지 오래입니다. 첫사랑과도 다르고, 낯선 곳에서 불시에 찾아온 매혹적 사랑도 아닙..
2023-11-30
정승화, 장태완, 정병주, 김오랑.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반대편에 있던 하나회 군인들이 이후 누린 영화와 권력, 호시절이 지나면서 이들 소수의 반혁명(?) 군인들은 그저 비극적 역사의 희생양 정도로 치부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놀라운..
2023-11-16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그의 작품은 일관되게 '돌아가기'를 보여줍니다. 시간상 과거로, 공간상 시골의 자연으로 갑니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은 원형을 찾아,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또한 현대 도시 문명에 대한..
2023-11-02
영화와 이야기는 과거의 재현이라는 점에서 기억과 결부됩니다. 생방송이나 연극과 달리 촬영과 편집을 거친 뒤의 일이므로 관객이 보는 영화의 장면들은 누군가의 기억을 통과한 것이 됩니다. 문제는 기억하는 일이 주관의 개입이나 왜곡, 조작의 가능성에 취약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2023-10-19
시점 쇼트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영화 작품은 가장 작은 구성단위인 쇼트의 배열로 이루어집니다. 쇼트가 모여 장면(scene)을 이루고, 장면은 시퀀스를 만들며, 최종적으로 시퀀스가 연결되어 하나의 작품이 됩니다. 그 쇼트의 배열에서 상황, 사물 혹은 사람을 보여주는 쇼..
2023-10-05
당연하게도 영화란 카메라로 찍은 것을 영사기로 스크린에 비추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모든 일은 카메라 뒤에서 계획됩니다. 카메라 앞의 일들도 촬영 전에 준비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작 촬영된 것들로 이루어진 영화 작품은 카메라 뒤의 일, 촬영 전의 것들을..
2023-09-21
이 영화는 스타일, 내러티브 등 외견상 사회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심히 들여다보면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적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결혼도 어려운 일인데 주인공 부부는 아이까지 낳으려 합니다. 재능은 있으나 조연이나 단역만 맡는 연극배우 남편과 임산부이지만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