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2026-02-03
병오년(丙午年) 새해 1월에는 수은주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잦았다. 그때마다 좀처럼 물러날 기색이 없었던 동장군의 기세도 지난 주말부터 느슨해지더니 드문 눈까지 내렸다. 그래서인가, 일상의 출근길에 만난 나목의 빈 가지에선 싹을 틔우느라 꿈틀대는 연두색..
2026-01-20
매서운 추위가 절정에 다다르는 1월이다. 뉴스에서는 연일 "오늘 아침은 영하 12도로, 올겨울 들어 가장 춥겠습니다."와 같은 강추위 소식이 들려온다. 이러한 추위는 누군가에겐 잠시 옷깃을 여미게 할 뿐이지만, 야외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일하는 노동자, 노후 주택에 거..
2026-01-13
그림 전시는 보통 봄이나 가을에 많이 하게 된다. 봄이나 가을은 나들이 하기 좋아 관람객도 편하게 올 수 있고 전시장 환경도 쾌적해서 관람하기 좋기 때문이다. 전시회를 하려면 액자를 맞추고, 도록을 제작하고, 팜프렛을 찍어서 발송하고, 전시장에 걸 플랭카드도 만들고,..
2026-01-06
한동안 세상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코로나 19의 첫 명칭은 '우한 폐렴'이었다. '홍콩 A형 독감'과 같이 처음 발견된 장소를 유행병의 이름으로 붙이던 과거의 관례에 따른 것이지만 '스페인 독감'과 같이 파장이 큰 전염병의 이름이 명명되면 그 국가 혹은 도시..
2025-12-30
을사년이 가고 병오년이 오고 있다. 120년 전 을사늑약, 광복 80주년, 한일문화재협정 60년 등 역사적 사건에 더해 대통령 탄핵과 새 정부 시작 등 굵직한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담은 푸른 뱀의 해가 석양으로 지고 있다. 올해 무수한 일 중에서 대전과 충남의 통합 결..
2025-12-23
세월 참 빠르다. 변동불거(變動不居)의 을사년(乙巳年)도 며칠 있으면 안녕이다. 엊그저께 저녁에는 동지 팥죽을 먹고, 오늘 아침에는 크리스마스이브 뉴스를 접한다. 삶 그 자체인 세월이 빚어내는 빛과 소리 그리고 풋풋한 내음이 주위에 가득하다. 이렇듯 계절의 변화는 우리..
2025-12-16
한해를 마무리하는 겨울로 접어드니 그렇게 무성하던 나뭇잎들이 길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나무는 여름에만 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추운 겨울에도 천천히 자라고 있고, 오랫동안 생존에 필요한 휴식을 취하며 다음 해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또..
2025-12-09
연말은 시간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는 철학적인 절기이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한해 동안의 일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어떤 일은 먼 옛날 일 같은데 일년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고, 또 바로 엊그제 일 같은데 벌써 일년이나 되었네 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에 대한..
2025-12-04
매혹적인 분홍빛 자태의 벚꽃이 봄의 전령사라면, 겨울을 상징하는 것은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는 눈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겨울에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아름다운 풍경과 행복한 시간을 선물하고, 마음 한편에 소중히 간직해 둔 아련한 추억을 꺼내 보게 해 줍니다. 그리고 눈..
2025-12-02
조선 말기 민초들의 삶은 힘들었다. 서민들은 꿈이 없었고, 꿈이 없기에 게으르고 더러웠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매우 드물었던 여성 여행가이자 기행문 작가로 명성을 얻은 이사벨라 비숍은 1894년부터 3년 간 4차례 조선을 방문한다. 이 기간 동안 조선과 중국을 오가면서..
2025-11-25
지난 11월 15일 바티칸 교황청은 캐나다 원주민 유물 62점을 반환했다. 반환에 대해 교황청은 '대화와 존중, 형제애의 구체적인 표시'라고 설명했다. 이 유물은 1925년 캐나다에서 수집되어 바티칸 박물관에 보관된 것으로 수집과정에서 원주민에 대한 탄압이 있었다는 점..
2025-11-18
"한 사람이 서 있네, 그 옆에 한 사람이 다가서네, 이윽고 11이 되네/ 서로가 기댈 수 있고 의탁이 되네, 직립의 뿌리를 깊게 내린 채/ 나란히 나란히 걸어가시네/(중략)/ 삭풍이 후려쳐도 평형감각 잃지 않을 온전한 11자로 자리매김하고 싶네" (반기룡: 11월이..
2025-11-11
삶이 부유해지고 핵가족 시대가 되다 보니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일이 없어졌어요. 제가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엄마, 그리고 우리 형제자매들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곤 했지요. 그때, 먹던 밥을 흘리거나 남기게 되면 어른들로부터 호되..
2025-11-04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오래전에 읽은 법정 스님의 수필 한 구절이 생각난다. 나들이 하기에 너무 좋은 청명하고 서늘한 가을날에 궁상맞게 방구석에 앉아 책을 끼고 있다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는 것, 책은 모름지기 너무 무덥거나 추워서 바깥 출입하기 어려운..
2025-10-28
시인 김수영은 "풀이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라고 노래했다. 이는 거센 바람 앞에서 꺾이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자연의 회복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린 기후위기의 바람은 더 이상 자연의 생명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인류의 무분..
2025-10-21
지금 '수혈(輸血)'의 중요성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100년 전까지 수혈은 의료계의 큰 화두였다. ABO로 대변되는 혈액형에 대한 연구는 이미 진행 되었고, 혈액형이 맞지 않는 대상 간의 수혈은 치명적이지만 맞는 사람들 간에는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알..
2025-10-14
최근 유네스코는 도난 등 불법적인 수단에 의해 반출된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가상 현실 공간을 만들고 이들 문화제를 추적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문화유산의 원상회복 흐름이 갈수록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1998년 나치 약탈미술품 반환을 위한 워싱턴회의..
2025-09-30
일상(日常)은 우리 삶의 장소이자, 시간이며, 통로이다. 인간은 일상으로부터 누구도 벗어날 수 없고, 누구에게나 비슷하게 반복되고, 드러난 것이 없으면서 덧없이 지나간다. 그렇지만 우린 가끔 "오늘 나는 어제와 무엇이 다른 일상을 살고 있는가?"를 궁금해 하며 삶을 들..
2025-09-23
하나님께서는 아담과 하와를 흙으로 빚어 가정을 이루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가인과 아벨, 셋을 낳아 가족을 이루게 하셨습니다. 저는 아담의 세 아들이 효자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담의 가족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는지도 잘 알 수 없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2025-09-16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늘 하는 것 중의 하나는 옷장을 정리하는 일이다. 지난 계절에 입었던 옷들을 세탁하거나 손질해서 넣어두고 새 계절에 입을 옷들을 꺼내서 입기 편한 자리로 옮겨 놓는다. 그러면서 늘 하는 생각은 "무슨 옷들이 이렇게 많지?" 하는 것과 "그런데도 입..
2025-09-09
'색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계절' 하면 어느 계절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아무래도 파란 하늘 아래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이지 싶다. 시대를 풍미한 화가들도 가을의 색채는 놓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여러 화가가 가을을 주제로 한 작품을 남겼는데, 클로드 모네는 센강을..
2025-09-02
아이들과 대화에서 '케데헌'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나만 왕따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K-pop Demon Hunters(케이팝 데몬헌터스)'의 약자라는 설명을 듣고도 말귀를 알아듣지 못했다. 그리고 이곳 저곳에서 케데헌 열풍이 엄청나다는 것을 듣고 보게 된다. K-..
2025-08-26
올해 9월, 프랑스 정부는 아프리카 등 식민지 시대에 약탈한 문화유산의 반환을 위한 법안을 제정한다. 반환 대상은 1815년에서 1972년 사이에 절도, 약탈, 강제 이송 등 불법적 행위로 획득한 것을 대상으로 한다. 법에서는 불법성이 입증된 것은 물론 아직 입증되지..
2025-08-20
예전 같으면 뉴스 헤드라인이 될 더위도 이제는 익숙하게 지나치는 여름이 되었다. 그만큼 여름철 무더위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 더위 못지않게 주의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태풍이다. 기상청에서 집계한 태풍 발생 통계에 따르면,..
2025-08-19
한낮의 더위는 한결같이 맹렬하나 작은 더위와 큰 더위를 지난 잔서(殘暑)는 밤이 되면 풀벌레 소리에 묻힌다, 무성한 초록 잎새의 열렬과 무언가 열심히 이루어내려는 바람의 한풀 수그러듬, 피로를 견디게 해준 맛난 과즙으로 꾸려진 밤낮들의 옅어짐. 서서히 멀어져 가는 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