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 못난 소나무

[공감 톡] 못난 소나무

  • 승인 2017-09-01 00:03
  • 김소영(태민)김소영(태민)
추석을 앞두고 찾은 시어머니 묘 한 곁에 작은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어디에선가 날라 온 소나무 씨앗이 이렇게 자리 잡고 잘 자라고 있는 것이다.

대견한 소나무를 보고 있자니 문득 언젠가 들었던 ‘못난 소나무’ 이야기가 생각났다.

옛 어른들은 ‘못난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토질이 좋고 비바람을 덜 받아 곧고 수려하게 자란 소나무는 사람들이 재목으로 쓰기 위해 베어가 버리고, 괴이하고 특이한 소나무 또한 분재용으로 송두리째 뽑아가 버린다.

그러나 같은 땅이라도 척박한 곳에 뿌리를 내린 못난 소나무는 모진 고생을 하며 자라고, 크게 자란다해도 동량(棟梁)이 되지 못하니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못난 소나무는 산에 남아 산을 지키며 씨를 뿌려 자손을 번성케 하고 모진 재해에도 산이 훼손되지 않도록 산을 보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못난 소나무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서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건만 우린 잘나고 멋진 소나무에만 관심 있어 한다.

『명심보감』에 ‘천불생무록지인 지부장무명지초(天不生無祿之人 地不長無名之草)’라 하였다. ‘하늘은 녹(능력)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키우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즉,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나무와 풀들도 나름대로의 쓰임새가 있고, 다른 것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개성과 아름다움이 있어 어떤 한 종(種)이라도 무시할 수 없다. 풀들도 이렇게 제각각 개성과 존재의 가치가 있는데 하물며 사람은 더더욱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각자의 사명과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불교의 나라 태국는 태어날 때부터 빈부격차가 매우 심해 평생 신분이 바뀌는 일이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오히려 자신이 겪는 부귀빈천을 전생의 인과에 따르는 일로 태연하게 받아들이고 현세에 남에게 베풀며 덕이 되게 살면 다음 생에 좋은 조건에 태어날 수 있다고 믿으며 좌절하지 않고 현생을 부지런히 살아간다고 한다.

이런 그들의 삶을 태국만의 독특한 문화 ‘탐분’에서 엿볼 수 있다. 탐분은 ‘선을 쌓다’, ‘자비심을 베풀다’, ‘공덕을 쌓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남들과 나누는 걸 기본적 정서로 하여 가진 것 이상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세계인들은 태국의 수도 방콕을 ‘천사의 도시’라고 부른다.

우리는 나보다 못한 이들을 우습게 알고 비난하고 깍아 내려서도 안 되지만 또한 남과 비교하여 자신을 지나치게 폄하하거나 자학해서도 안 된다. 자신의 성품과 그릇에 맞게 바르게 노력하여 행복한 인생 지도를 그려 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도 태국인들처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현세의 삶에서 나눔의 행복을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더 이상 세상은 각박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잣대로 타인의 행과 불행을 판단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잘난 소나무인지, 못난 소나무인지 모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존재의 가치를 찾아 이 사회에 제 몫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더 이상 못난 소나무가 아니라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교육지원청, 사랑의열매 천안시나눔봉사단과 '더불어 사는 세상' 위한 업무협약 체결
  2. 대전대 펜싱팀, 대통령배 전국펜싱선수권대회 에뻬 단체전 3위
  3. 폐교 예정 대전 성천초 주민 편의 복합시설 추진 협약
  4. 충남대-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중국서 그린바이오 인재 교육
  5. 한밭대 RISE 사업단, 플라즈마 표면처리 국제자격증 합격자 4명 배출
  1. 전북은행 대학생 서포터즈 5기 해단식 진행
  2. 대전건설건축자재협회 'AI 전문가 초청강연' 개최
  3. 건양사이버대 총학생회, 수해 지역 이웃돕기 성금 기부
  4. 한온시스템, 2025년 하반기 채용 연계형 인턴모집
  5. [기고]대형복합화력 증설 멈추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주력을

헤드라인 뉴스


투석환자 교통편의 제도정비 시급…지자체 무관심에 환자안전 사각

투석환자 교통편의 제도정비 시급…지자체 무관심에 환자안전 사각

<속보>20일 대전 한 병원에서 만난 조한영(49·가명)씨는 이틀에 한 번씩 인공신장실을 찾아 혈액 투석을 8년간 이어왔다. 월·수·금 오전 7시 병원에 도착해 4시간동안 투석을 받고 나면 체중은 많게는 3㎏까지 빠지고 어지럼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당뇨 합병증으로 콩팥이 먼저 나빠졌고, 오른쪽 눈은 실명했으며, 발에도 질환이 생겨 깁스처럼 발 전체를 감싸고 목발을 짚어서야 겨우 걸음을 뗀다. 투석은 생명을 지키는 일인데 집과 병원을 오가는 병원의 교통편의 제공마저 앞으로 중단되면 혼자서 투석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그는 심각하게..

[날씨] 12호 태풍 `링링` 영향…폭염·열대야 강화
[날씨] 12호 태풍 '링링' 영향…폭염·열대야 강화

주말인 23~24일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강화됨에 따라 무더위가 이어질 가운데 내륙 곳곳에 국지적 소나기가 내릴 전망이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12호 태풍 '링링'이 동북 동진 중이다.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일본 남동쪽 해상 가장자리를 따라 규슈를 통과할 예정이다. 이번 주말(23~24일)은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결합해 한반도 고기압이 두터워지며 지금보다 온도가 1~2도 더 올라 폭염이 다소 강화된다. 또한, 내륙 중심에 5~40㎜의 국지적 소나기가 내리겠다. 특히 대전·세종·충남 전 지역에 폭염특보 발효에..

충남도 `호우 피해 지원금 현실화` 요구… 정부 "추가 지급 결정"
충남도 '호우 피해 지원금 현실화' 요구… 정부 "추가 지급 결정"

충남도가 지난달 기록적인 폭우에 따른 지원금을 정부에 지속 건의한 결과, 정부가 추가지원을 결정했다. 21일 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폭우 피해 지원대책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피해 지원금 현실화를 건의하겠다는 입장 발표를 시작으로, 정부부처의 현장점검 등에서 '호우 피해 지원금 현실화'를 요청해 왔다. 김태흠 지사도 1일 열린 대통령 주재 제1차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분야별 지원금 현실화를 공식 건의한 바 있다. 당시 김 지사는 농업 분야와 관련해 정부의 지원기준인 복구비(대파대) 50%를 100%로 상향하고 농업시설 복구비도 기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드론테러를 막아라’ ‘드론테러를 막아라’

  • 폭염에도 가을은 온다 폭염에도 가을은 온다

  • 2025 을지훈련 시작…주먹밥과 고구마로 전쟁음식 체험 2025 을지훈련 시작…주먹밥과 고구마로 전쟁음식 체험

  •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안 부결…시의회 거센 후폭풍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안 부결…시의회 거센 후폭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