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다문화 기고] 잇다카페 이야기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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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다문화 기고] 잇다카페 이야기 - 4

조세은 인천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 승인 2018-06-26 09:31
  • 박태구 기자박태구 기자
조세은인천남구다문환가족지원센터장
조세은 인천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저는 이 파도를 건너가고 싶어요."놀라운 대답이었다.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양아씨가 이어 말했다.

"어떻게 할지 몰라요. 그래도 해보고 싶어요." 머쓱한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떨구었다. 무엇인가 알 수 없는 힘을 느꼈다. 그리고 간절한 메시지가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힘을 내기로 했다. 그리고, 주변에 적당한 월세가 있는지 알아봤다. 권리금, 보증금, 월세 정말 함께 알면서 결국 창업은 돈 때문에 아무것도 안되겠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 때, 뇌리를 스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별관을 무상 임대한 주인이었다. 몇 차례 요청 끝에 만나게 되었다.



"혹시 저희가 식당을 할 만한 곳이 있을까요? 아니, 혹시 남는 공간이 있으시면 저희가 아주 싸게 들어갈 수 있을까요?" 당황스러운 듯 보였지만 이내 건물주인은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마침, 건너편 창고를 사업자등록이 가능한 곳으로 변경하려고 해요. 3달 정도 기다릴 수 있다면 거기 한 칸 정도 싸게 드릴께요."

그 창고라는 곳은 별관에서 10걸음 내에 있는 10평 남짓의 허름하고 어두운 공간이었다. 아무렴 어떠하랴. 우리는 뛸 듯 기뻐하며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바닥을 깔고, 가스를 연결하고 생각보다 식당개업은 돈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결혼이민자가 큰 돈 구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 이었다. 그래도 각자 돈을 빌려봤다. 약 500만원을 빌리게 되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스스로 가게를 꾸미고, 하나하나 살림살이를 장만할 각오로 개업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발 한발 나아갔다. 그런데, 손님이 올 리가 없었다. 그 골목에는 하루에 10명이 지나갈까 말까 한 구석탱이다. 손님이 오지 않아 허탕을 친 날도 있고, 손님이 온다 해도 서빙이나 시간이 늦어져 항의를 받기 일쑤였다. 돈을 좀 벌렸다라고 생각한 달은 냉방기를 구입하거나, 온수기를 구입하면서 살림을 늘렸다. 그러다보니 한 달 내내 열심히 일해도 2명이서 5만원 10만원 나누어갖는 것도 예사였다. 비가 오면, 날이 더우면, 날이 추우면 매일 아침이 걱정이었다. 식당 주변 이웃들의 질시의 시선도 문제였다. 아침에 오면 가게 앞에 쓰레기가 몰려있고, 손님이 들어가고 나오는데도 옆 가게 점원이 보란 듯이 옆에서 담배를 피워댔다.

2018년 5월이 되었다. 개업한지 만 3년이 된 것이다. 그 사이 우리는 무척 많은 어려움을 마주했고, 그것을 이겨내며 성장했다. 그 결과, 지금 우리는 이웃에게 칭찬받는 학익동 유명 쌀국수 맛 집이 되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점심장사만 해도, 3명이서 월 100만원씩은 너끈히 나누어 갖는다. 돈을 더 벌기 위해 저녁장사도 생각해 봤지만 처음의 우리끼리의 약속을 생각하며 계획을 접었다. 돈에 집작하지 말고, 아이를 키우고, 내가 나 답게 살도록 시간을 만들며, 동네사람들과 어울어지는 창업장!. 식재료는 마진이 덜 남더라도, 동네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5분 거리 시장 야채가게와 정육점을 이용한다. 이렇게 3년을 사니, 동네사람들은 부지런하고 예의 바르다며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한다. 명절이 되면 정육점 사장님이 고기를 선물해주고, 혹여 쌀국수집에서 외부로 행사를 가게 되면 트럭도 빌려주신다.

창업을 실천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더 어려운 것은 유지를 위해 견디는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우리의 4년 이야기는 밤새 풀어도 모자라겠지만 처음의 큰 파도를 넘어 다시 산을 넘어 가는 꿋꿋한 3명의 사장님들이 다문화사회의 아름다운 씨앗사람이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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