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효인의 세상만사]템플스테이 후기 '자타일시 성불도'

  • 오피니언
  • 기자수첩

[임효인의 세상만사]템플스테이 후기 '자타일시 성불도'

  • 승인 2018-08-12 16:27
  • 신문게재 2018-08-13 21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갑사 무문관
갑사 템플스테이 체험자들이 머무는 무문관.
지난 주말 계룡산 갑사에 다녀왔다. 템플스테이를 하겠다는 후배가 있어 동행을 마음먹었다. 2박 3일만이라도 고즈넉한 숲 속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템플'은 그저 숲 속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머무는 조용한 공간이라고만 생각한 채였다. 사찰에서 주는 계량한복 비슷한 옷을 입어 보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한 생의 첫 템플스테이. 결론부터 말하면, 좋았다.

도시의 온도가 37도에 육박하면 산속도 덥긴 덥다. 한 번쯤 입어 보고 싶었던 템플스테이 체험복도 체온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대웅전에 마주서서 '어디서 온 누굽니다. 이런 이유로 이곳에 왔습니다'라는 내용의 인사를 한 뒤 사찰의 보물을 보러 나섰다. 갑사엔 국보 1점과 보물 5점이 있다. 2박 3일 동안 템플스테이를 담당한 팀장님을 따라 1시간가량 주변을 둘러봤다. 사실 너무 더워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팀장님, 죄송합니다.) 주변의 누군가가 여름에 템플스테이를 간다고 하면 나는 한 번은 만류할 거다. 특히 나처럼 벌레라면 치를 떠는 사람이거나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결론이 '좋았다'고 해서 모든 과정도 좋을 순 없다. 그래도 결론은 좋았다는 걸 다시 한 번 주지시키며 계속 나의 템플스테이 후기를 적어본다. 오후 5시 30분 기다렸던 첫 저녁 식사 시간. 참기름까지 달라고 하며 비빔밥 한 그릇을 해치웠다. 맛있었던 그 식단은 템플스테이 내내 비슷했다. 밥을 먹고 타종체험을 했다. 팀장님의 멋진 북 솜씨를 감상한 뒤 나도 종을 세 번 쳤다. 좋았던 시간은 다음이다. 저녁 예불. 한낮의 열기로 달궈진 대웅전에 올라 난생처음 예불을 드렸다. 지심귀명례 등의 글귀가 적힌 예불문이 앞에 있었지만 음의 높낮이나 가락을 몰라 가만히 있었다. 예불이 끝나고 팀장님이 예불문에 대해 설명했다. 그 마지막이 '자타일시 성불도'였다. 너와 내가 동시에 깨달음을 이룬다. 이것이 불교의 궁극적 목표라 했다. 불교에 불 자도 제대로 모르는 속세의 사람이 그 뜻을 한 번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설핏 마음에 와 닿았다.

다음날 오후 갑사 템플스테이의 절정인 '9곡 트레킹'을 나는 가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가만히 선풍기 바람을 쐬면서 책을 읽고 싶었다. 그날 저녁 공양간에 들어온 다른 체험자들의 옷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는 걸 보고 나는 더욱 그 선택을 확신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밥을 먹고 나서는 종을 친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타종으로 체험 이틀째를 마쳤다. 첫째 날 밤과는 달리 산사의 온도를 느끼며 숙면했다.



체험 마지막 날, 이른 아침 공양을 하고 대웅전에 앉아 108 염주 만들기를 했다. 행복을 바라는 사람 한 명을 생각하고 절, 염주 한 알 꿰기. 주변인과 마음이 가는 얼굴을 떠올리며 염주를 완성했다. 참 많은 것을 담았다. 나보다 먼저 템플스테이를 다녀온 친한 동생이 이 시간 울컥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떤 마음인지 공감할 수 있다. 다음 일정은 스님과의 차담이었지만 나는 출근 때문에 거기서 템플스테이를 마쳤다. 아쉬운 부분이다.

주절주절 지난 2박 3일을 떠올리며 기록했다. 돌이켜 생각건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려 했건만 어쩌다 내 주변 사람들을 더 많이 떠올렸다. TV가 없고 조용하고 생활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만은 아닐 거다. 단순히 자연과 더 가까운 곳에 가려고 했던 나는 그 속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템플의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라 그곳의 기운과 정신이 내게 와 닿은 것을 어렴풋 느낀다. '내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타인의 성장과 행복을 돕는 과정을 통해야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자타일시 성불도.' 좋은 시간이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방학 땐 교사 없이 오롯이…' 파업 나선 대전 유치원 방과후과정 전담사 처우 수면 위로
  2. 제1회 국제파크골프연합회장배 스크린파크골프대회 성료
  3. 국제라이온스협회 356-B지구 강도묵 전 총재 사랑의 밥차 급식 봉사
  4. 정부 유류세 인하조치 이달 말 종료 "기름 가득 채우세요"
  5. 대전사랑메세나·동안미소한의원, 연말연시 자선 영화제 성황리 개최
  1. 육상 꿈나무들 힘찬 도약 응원
  2. [독자칼럼]대전시 외국인정책에 대한 다섯 가지 제언
  3. '경기도 광역교통망 개선-철도망 중심’ 국회 토론회
  4. [2025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안전지식 체득하는 시간되길"
  5. 2025년 한국수어통역방송 품질 향상 종합 세미나

헤드라인 뉴스


국민의힘 대전-충남 통합 엇박자…동력저하 우려

국민의힘 대전-충남 통합 엇박자…동력저하 우려

대전 충남 통합이 내년 지방선거 승패를 결정짓는 여야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엇박자 행보가 우려되고 있다. 애초 통합론을 처음 들고나온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등은 이슈 선점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 초당적 협력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보수 야당 지도부는 찬성도 반대도 아닌 밋밋한 스탠스로 일관하면서 정부 여당 때리기에만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 "통일교 게이트를 덮으려는 이슈 전환용은 아닌지, 대통령이 관권선거에 시동을 거는 것은 아..

대전의 스타 류현진.오상욱, 꿈씨 패밀리를 만나다
대전의 스타 류현진.오상욱, 꿈씨 패밀리를 만나다

대전의 대표 스포츠 스타인 한화이글스 류현진 선수·펜싱 국가대표 오상욱 선수와 꿈씨패밀리의 콜라보 굿즈가 23일 출시된다. 22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7월 류현진 선수와 오상욱 선수의 소속사, 대전관광공사, 대전디자인진흥원과 함께 '류현진·오상욱×꿈씨패밀리 굿즈 공동브랜딩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대전디자인진흥원이 선수별 품목 디자인을 완성했고, 대전관광공사가 제작과 유통, 판매를 맡았다. "우주올림픽 준비 대작전! 꿈씨패밀리 지구 특훈 모험!"이라는 스토리텔링으로, 각 캐릭터는 선수 특유의 귀여움과 훈훈..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확정, 2026년 이렇게 조성한다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확정, 2026년 이렇게 조성한다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의 '모두가 만드는 미래'가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최종 당선작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강주엽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22일 오전 10시 30분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관련한 진행 상황과 결과를 공표했다. 이번 공모는 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직무대행 이상욱. 이하 LH)와 공동으로 추진했다. 당선작은 행복도시의 자연 경관을 우리 고유의 풍경인 '산수(山水)'로 해석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적 풍경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 특징은 △국가상징구역을 관통하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