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통합이 아니라는 논리는 일차적으로 문·이과별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는 데서 비롯된다.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운용 방식 때문만은 아니다. 이과는 기하나 미적분을 반영하는 식의 편중 역시 통합과 걸맞지 않다. 이 같은 엇박자는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 시장이 움틀 소지까지 만든다. 수학·과학 선택과목을 대학에서 별도 지정하는 방식은 시작도 하기 전에 통합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문·이과 구분도 엄밀히 볼 때 일제강점기의 잔재다. 보다 중한 개편 사유는 인적 자원이 절대 부족하던 시절 만든 체제가 창의·융복합 인재 육성에 걸맞지 않아서다. 계열에 무관하고 시대적 과제에 부합하는 인재를 과목구조만 살짝 손질해 양성하지는 못한다. 대학입시의 근간을 흔드는 제도인데 비해 준비조차 부실하다. 학교 현장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도 문·이과 구분을 왜 없애려 했는지 근원으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다.
원칙적으로 실제 내용 면에서 문·이과 구분이 사라져야 한다. 이대로 진행되면 이공계는 과학계를 고사시킨다고 주장하고 인문계는 자연과학에 인문학이 종속된다고 의심하게 된다. 잘못하면 둘의 단점만 결합하는 수가 있다. 통합이 잘만 되면 여기에 연연한 필요는 없다. 이름과 실상이 일치하는 통합형 교육의 완성 의지가 있으면 상위권 대학이 쥐고 흔드는 세부 계획, 특히 수능 방식부터 고쳐야 한다. 문·이과 통합을 선언하고 통합이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한다면 분명히 정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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