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14. 청출어람(靑出於藍)

  • 문화
  •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14. 청출어람(靑出於藍)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19-12-0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불우하게 태어나 고생을 지지리 하면서 살았다. 그러다보니 솔직히 S대의 가치와 품격을 몰랐다. 그러다가 점차 나이를 먹으면서 S대 출신들의 약진(躍進)이 두드러짐을 보았다.

S대를 나온 인사들이 여기저기서 역시 발군의 실력을 뽐내며 요직을 점령하는 모습에서 새삼 S대의 위상까지를 숭상(崇尙)하게 되었다. 더불어 발칙하게 '나도 내 아이를 S대에 보낼 수 있을까?!'를 도모하게 되었다.

그것은 어쩌면 절대적 명제였다. 중학교조차 못 간 무지렁이라고 무시당하며 살아온 이 세상에 대한 반격이기도 했다. 물론 그러한 염원을 아이들이 아닌, 나 자신이 이룰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핑계가 아니라 공부도 때가 있는 법이다. 나로선 어차피 '버린 인생'이라지만 아이들만큼은 꼭 S대를 나왔음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대놓고 S대 얘길 한 적은 없다.

예나 지금이나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는 말은 절대 안 한다. 이는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부담을 느끼면 거북하다. 거북은 불평을 낳고 불평은 짜증으로 이어진다. 짜증은 또한 포기의 징검다리다.

여하튼 자신의 아들과 딸이 S대에 입성하길 바라는 건 대한민국 모든 부모의 기대임은 당연지사다. 이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인지상정까지를 드러내는 어떤 본심일 터다.

한데 그러자면 그에 합당한 자리(場)를 마련해줘야 한다. 최소한 학원을 보내든가, 누구처럼 개인교사를 붙이든가 하는 따위의. 그렇지만 쥐뿔도 없는 나부랭이에게 그럴 여력이 있을 리 만무였다.

그렇다고 쉽사리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비록 S대는 어려울지언정 최소한 'in 서울 대학'에 진입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름 가정교육에 충실했다. 그중의 하나가 습관화된 사랑과 칭찬이었다.

"우리 아들은 항상 잘 해!" "내 딸이지만 너무 예뻐!" 병행하여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함께 도서관을 다녔다. 아들이 고3일 적엔 물 마시듯 즐겼던 술마저 수능을 보는 날까지 여덟 달 가까이 끊었다.

딸이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3년간 등하굣길을 따라 나섰다. 격려와 배려를 양수겸장의 분수로 뿌렸음은 물론이다. 노력과 정성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결과론이겠지만 딸에 이어 아들 또한 S대 출신이다 보니 어딜 가도 자식 자랑 얘기만 나오면 내가 '항상 1등'이다.

혹자는 돈이 많다고 자랑한다. 또한 아파트를 샀는데 시세가 올라 단박 부자 반열에 올랐다고 흥분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다. 따지고 보면 실은 내가 그들보다 더 '부자'인 때문이다.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 진정한 부자인 때문이다. 외국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지금도 자녀가 성공하는 걸 최상의 삶의 가치로 간주한다. 따라서 아무리 어려운 처지일망정 자녀가 미루나무처럼 우뚝하면 누구도 무시하지 않는다.

반면 돈은 많더라도 자식들이 하나같이 개백정처럼 말과 행동까지 막된 사람이라면 단박 자식농사를 허투루 지었다며 욕먹는다. 그만큼 자식농사는 중요하다. 아무리 힘든 세파(世波)라지만 가족이 있음에 우리는 거뜬히 살아나간다.

가족은 살아갈, 살아내야 할 이유인 때문이다. 비록 지난 과거의 내 슬픔과 아픔은 둑까지 터져서 강물이 되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제 아빠와 엄마를 쏙 빼닮은 손주를 보는 기쁨은 이루 형용할 수조차 없는 행복의 절정이다.

나태주 시인은 [9월이]라는 시에서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대추는 대추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너는 내 가슴 속에 들어와 익는다'고 했다.

동탄과 서울서 사는 아들과 딸이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내 가슴 속에 들어와 마음까지 익혀주는 뜨거운 난로에 다름 아니다. 손주가 성장하면 아들과 딸 부부까지 손잡고 S대를 찾을 것이다. "너희들도 공부 열심히 해서 이 대학에 들어와야 한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홍경석-작가-최종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르포] "지하 파고, 흙더미 쌓인 트램 공사장"… 폭우 앞둔 대전 도심
  2. 허태정 대전시장 "무너진 시정 회복 시급…민생 최우선"
  3. 반도체, 장관인사 이어 차관도 충청 홀대…19개부처 달랑 2명
  4. "지우고, 살리고…" 수장 바뀐 대전 3개 자치구 전임 정책 대수술
  5. 허태정 시장 "시민의 삶의 무게를 시정의 나침반으로 삼겠다"
  1. [문예공론] 이순(耳順)에 서서 예순의 문턱에서 쓰는 자서(自序)
  2. 대전 갈마동 노후 주거지 국토부 정비 지원사업 최종 선정
  3. [오늘과내일] 책임과 회피
  4. 충남대, '메가 유니버시티' 재확인…"대학 혁신 구성원 협력 필요"
  5. [월요논단]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 훈련은 계속되어야 한다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재정난 후폭풍…자치구 현안사업 줄줄이 빨간불

대전시 재정난 후폭풍…자치구 현안사업 줄줄이 빨간불

대전시 재정난에 시비를 투입해야 하는 각 자치구 현안사업 역시 잇따라 빨간불이 켜졌다. 대전의료원, 대덕구 신청사 이전 등 주민 복지나 미래성장 동력과 직결된 굵직한 사업들이 건립 과정에서 예산 부족으로 난항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제3시립도서관, 제2시립미술관, 음악전용홀 등 민선 8기 대전시가 추진했던 대형 SOC 사업도 지연 또는 무산 위기에 처했다. 6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지난 1일 민선 9기 대전시와 5개 자치구가 출범하자마자 재정난에 직면하면서 내부적으로 심란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민선 9기는 국비 확보와 재정 운용,..

비싼 기름값, 더 빨리 오른 이유 있었네…검찰, 4대 정유사 26조원대 가격담합 파악
비싼 기름값, 더 빨리 오른 이유 있었네…검찰, 4대 정유사 26조원대 가격담합 파악

중동전쟁 직후 대전지역 기름값이 급등한 배경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가격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주유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타사와 유가 인상 시기와 규모를 교환하고, 중동전쟁 직후 유가를 대폭 인상한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와 가격 결정 부서 직원 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HD현대오일뱅크와 가격을 담합한 SK에너지 및 담당 직원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이른바 리니언시에 따라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기소 대상에서는 빠졌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

한화, 전반기 마지막 NC와 운명의 3연전 `5위 탈환 노린다`
한화, 전반기 마지막 NC와 운명의 3연전 '5위 탈환 노린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이 한화 이글스의 전반기 성적표를 좌우할 전망이다. 시즌 내내 5할 승률 안팎에서 순위 싸움을 이어온 한화는 NC 다이노스와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5위 탈환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추격을 허용한 채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을 수도 있는 갈림길에 섰다. 한화이글스는 7일부터 NC 다이노스와 홈 3연전에 나선다. 한화는 올 시즌 꾸준히 반등의 계기를 만들었지만 흐름을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연승으로 상승세를 탔던 흐름이 다시 꺾이는 일이 반복되면서 상위권 도약의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그럼에도 5위와의 승차가 크지 않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방학과 휴가철 앞두고 분주한 여권창구 방학과 휴가철 앞두고 분주한 여권창구

  • 올 여름엔 나도 ‘몸짱’ 올 여름엔 나도 ‘몸짱’

  • 장맛비 내리는 대전 장맛비 내리는 대전

  •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