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어스칼럼]일본 9년 만에 슈퍼컴퓨터 1위 탈환, 그 의미와 전망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어스칼럼]일본 9년 만에 슈퍼컴퓨터 1위 탈환, 그 의미와 전망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 승인 2020-08-06 16:24
  • 신문게재 2020-08-07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황순욱이미지-small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열렸던 지난 6월의 국제슈퍼컴퓨팅학회(ISC)에서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와 후지쯔가 공동 개발한 '후가쿠' 시스템이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1위 자리에 등극했다. 지난 2년간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의 '서밋' 시스템을 정상의 자리에서 끌어 내린 것이다. 사실 전통적 슈퍼컴퓨터 강국인 일본이 이번에 슈퍼컴퓨터 왕좌를 차지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2002년 6월 '어스 시뮬레이터', 2011년 6월 '케이'로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인 'TOP500'에서 1위를 차지했으니 일본은 지난 20여년 동안 9년마다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1위에 오른 셈이다.

최근 수년간 미국과 중국이 슈퍼컴퓨터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일본이 '케이' 설치 무렵부터 거의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1.2조 원이라는 막대한 국가 예산을 투입해 슈퍼컴퓨터 왕좌 자리를 탈환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향후 슈퍼컴퓨터 기술 개발 관점에서도 몇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우선 저전력 모바일 프로세서로 알려진 ARM 아기텍처에 고성능 병렬계산을 위한 512비트 벡터 연산 기능을 추가한 'A64FX' 프로세서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서 세계 1위의 슈퍼컴퓨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슈퍼컴퓨터의 프로세서로 주로 사용되는 인텔 x86, IBM 파워와 엔비디어 가속기 대신에 순전히 ARM 기반 프로세서만 사용해 지난 2년간 부동의 슈퍼컴퓨터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서밋'보다 무려 2.8배나 빠른 성능을 낸다는 점이다. 참고로 현재 TOP500 순위에 ARM 프로세서를 사용한 슈퍼컴퓨터가 총 4대가 등재돼 있는데 그 중 3대가 A64FX 기반의 슈퍼컴퓨터다.

또 후가쿠는 전통적인 64비트 부동소수점 계산 성능과 인공지능 계산 성능을 동시에 나타내는 HPL-AI(High-Performance Linpack and Artificial Intelligence) 벤치마크 성능에서도 1.42 엑사플롭스(초당 100경번 연산)로서 서밋보다 무려 3.2배나 더 빠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첨단 AI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도 후가쿠가 얼마나 유용한 도구로 쓰일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번 후가쿠 시스템 등장을 계기로 저전력과 고성능의 A64FX 프로세서를 채용한 슈퍼컴퓨터가 주류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참고로 인텔 제온파이 프로세서를 이용해 KISTI 슈퍼컴 5호기 누리온을 제작했던 미국의 크레이 사에서도 A64FX 기반의 크레이 CS500 슈퍼컴퓨터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다음 슈퍼컴퓨터 TOP500 순위가 발표되는 올해 11월과 내년 6월에 A64FX 기반의 슈퍼컴퓨터가 톱500에 과연 몇 대나 올라올지 한번 지켜보는 것도 재밌겠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번 후가쿠 시스템의 등장이 세간의 이목을 반짝 끈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지, 아니면 지난 30여년 이상 거의 독주해 온 인텔 x86 기반의 슈퍼컴퓨터 생태계와 경쟁하고 서로 보완하는 ARM 기반 슈퍼컴퓨터 생태계 탄생의 서막을 알리는 중요한 사건이 될지 지켜볼 만하다. 일단 지난 6월 후가쿠의 화려한 데뷔로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도 2023년까지 ARM 아키텍처에 기반한 슈퍼컴퓨터용 프로세서 시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는 '슈퍼컴퓨터 개발 선도 사업'에 착수했다. 우리도 시기적절하게 ARM 기반 슈퍼컴퓨터 생태계 경쟁을 위한 첫걸음은 내디딘 셈이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A대기업서 질소가스 누출로 3명 부상
  2. 천안김안과 천안역본점, 운동선수 등을 위한 '새빛' 선사
  3.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4. ‘몸짱을 위해’
  5. 내년 최저임금 1만320원 지역 노사 엇갈린 반응… 노동계 "실망·우려" vs 경영계 "절충·수용"
  1. 대전상의-대전조달청, 공공조달제도 설명회 성료
  2. 성추행 유죄받은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 촉구에 의회 "판단 후 결정"
  3. "시설 아동에 안전하고 쾌적한 체육시설 제공"
  4. 김민숙, 뇌병변장애인 맞춤 지원정책 모색… "정책 실현 적극 뒷받침"
  5. 회덕농협-NH누리봉사단, 포도농가 일손 돕기 나서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국론분열을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권 초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 매크로 경제 불확실성 속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해 국민 통합이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되려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론화 절차 없이 해수부 탈(脫) 세종만 서두를 뿐 특별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구체적 로드맵 발표는 없어 충청 지역민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10일 이전 청사로 부산시 동구 소재 IM빌딩과 협성타워 두 곳을 임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두 건물 모두..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2012년 세종시 출범 전·후 '행정구역은 세종시, 소유권은 충남도'에 있는 애매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7월 폐원한 금강수목원. 그동안 중앙정부와 세종시, 충남도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한 탓이다. 국·시비 매칭 방식으로 중부권 최대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었으나 그 기회를 모두 놓쳤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인접한 입지의 금남면인 만큼, 금강수목원 주변을 신도시로 편입해 '행복도시 특별회계'로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무소속 김종민 국회의원(산자중기위, 세종 갑)은 7..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전국 부동산신탁사 부실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토지신탁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뒷돈을 받은 부동산신탁회사 법인의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형사4부는 모 부동산신탁 대전지점 차장 A(38)씨와 대전지점장 B(44)씨 그리고 대전지점 과장 C(3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시행사 대표 D(60)씨를 특경법위반(증재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 부동산 신탁사 대전지점 차장으로 지내던 2020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시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몸짱을 위해’ ‘몸짱을 위해’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