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31강 수석침류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31강 수석침류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8-11 20:2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31강 수석침류(漱石枕流) : 돌로 양치질을 하고, 흐르는 물을 베게로 삼는다.

본 고사성어는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그럴 듯하게 꾸며대며 억지를 부릴 때 사용되는 용어로, 오기(傲氣)가 있고, 남에게 지기 싫어서 자기의 의견을 끝까지 고집하거나 억지 쓰기를 잘하는 사람을 비유 할 때 견강부회(牽强附會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다 붙여 자기의 주장을 조건에 맞도록 함)나 아전인수(我田引水), 궤변(詭辯) 등과 함께 주로 사용되고 있다.



진(晉)나라 초 풍익(馮翊) 태수를 지낸 손자형(孫子荊, 손초(孫楚)는 문재(文才/글을 짓는 재주나 솜씨)도 뛰어났고 임기응변(臨機應變)에도 대단히 능한 사람이었다.

이 고사는 손초(孫楚)가 벼슬길에 나가기 전, 젊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에는 노장사상(老莊思想/노자, 장자사상)이 성해서 속세(俗世)를 피해 숨을만한 곳을 구하는 경향이 강했고, 세속적인 도덕(道德), 명문(名聞)을 경시하며 노장사상을 논하거나 연구하는 것을 중시하는 시대였다. 이것을 청담(淸談)이라고 불렀고, 그 중심에는 죽림칠현(竹林七賢)이 있었으며, 이러한 세태가 당시의 사대부(士大夫)간에 유행처럼 번졌다.

그 중 손초(孫楚)도 죽림칠현(竹林七賢)처럼 속세를 떠나 산림에 은거하기로 작정하고 어느 날, 친구인 왕제(王濟)에게 흉금을 털어놓았다. 이때 손초는 "돌을 베개 삼아 눕고, 흐르는 물로 양치질하는 생활을 하고 싶다(枕流漱石/침류수석)"라고 해야 하는데, 잠간 헛갈려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겠다(漱石枕流/수석침류)"라고 반대로 잘못 말했다. 마치 '여름에 해수욕하고, 겨울에는 스키를 즐긴다'를 '여름에 스키타고, 겨울에 해수욕을 즐긴다'라는 식으로 말을 바꾸어 말함으로 실수를 하였다.

그 말을 들은 왕제가 웃으며 말의 실수를 지적하자 자존심이 강한데다 문재(文才)까지 뛰어난 손초는 서슴없이 이렇게 강변했다.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겠다는 것은 옛날 은사(隱士)인 허유(許由/요임금 시대사람)와 같이 쓸데없는 말을 들었을 때 귀를 씻기 위해서이고, 돌로 양치질한다는 것은 이를 닦기 위해서라네.'

손초는 나중에 풍익(馮翊)이라는 지방의 태수(太守) 벼슬까지 하게 되는데 그는 뛰어난 문재(文才)이면서도 이 고사로 인하여 후세에 고집과 억지를 부리는 대장부(大丈夫)답지 못한 사람으로 인식되곤 한다.

인류 최고 스승인 공자는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서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아야 한다.(過則勿憚改/과즉물탄개)" 라고 가르치고 있다.

과거에는 고집스럽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을 고집불통이라 하고, 가까이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 사람은 소통(疏通)에 방해가 되고, 심하면 조직에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초래하여 그 조직을 와해시키는 역할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즈음은 그런 사람을 자기주장이 확실한 사람이라 칭하고, 또는 박식하고 중심이 있는 사람으로 평하는 시대가 되었다.

'수석침류(漱石枕流)'의 경우는 세 가지로 생각 할 수 있다.

첫째, 나이가 들어 늙어 갈수록 더해지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자기의 젊고 유능한 시절의 자기도취(自己陶醉)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 시대와 환경은 급속도로 변하는데 사람의 생각은 반대로 과거에 집착하게 되고, '내가 과거에는 이런 사람이었는데…' 라는 자존심이 점점 극대화되는 것이 그 이유이다.

둘째는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고집과 억지가 강하다. 그것은 내가 다른 사람보다 아는 것이 많다고 자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나 남을 가르치는 위치일수록 그 강도는 더해간다. 그들은 자기가 전공한 학문이외의 것도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억지를 부리는 경우가 많다.

셋째는 사회적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억지와 고집은 하늘을 찌른다. 세상만사가 자기를 위해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국가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정책분야도 자기 의도대로 해야 맞는 것으로 억지를 부린다. 더 웃기는 일은 자기가 억지를 부린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도 인정하려고 하지 않고 왕고집(王固執)이 된다는 점이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서 군주의 모습에 대한 교훈을 되새겨본다.

'太上 下知有之 其次親而譽之 其次畏之 其次侮之'(태상 하지유지 기차친이예지 기차외지 기차모지)

곧 최상의 군주는, 백성들이 다만 임금이 있다는 것을 알 뿐인 군주이다.(조용히 군주 역할에만 충실한 군주). 그 다음은 백성들이 다정함을 느끼고 칭송하는 군주이며, 그 다음은 백성들이 두려워하는 정치를 하는 군주이고, 그 다음은 백성들이 업신여기는 군주이다.

역대 대통령 분들은 이 가운데 어느 부류에 속한 군주였을까? 자기는 자기가 최상의 군주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백성들은 그분에 대한 모두를 알고 있다. 그러므로 자신을 정중히 깨닫고 인정하는 지혜도 함께 가져야 할 것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img1.daumcdn.net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해시, 2026년 노인일자리 7275명 확대 모집
  2. 의정부시, 시민 김지민 씨 저소득층에 성금 100만 원 전달
  3.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대전서도 관심을" 일본 와카사철도 임원 찾아
  4. 전기차단·절연 없이 서두른 작업에 국정자원 화재…원장 등 10명 입건
  5. 30일 불꽃쇼 엑스포로 차량 전면통제
  1. <인사>대전시
  2. 대전을지대병원, 바른성장지원사업 연말 보고회 개최
  3. 충남대-대전시 등 10개 기관, ‘반려동물 산업 인재 양성 업무협약’
  4. 김태흠 충남지사, 천안아산 돔구장 건립 필요성·추진 의지 거듭 강조
  5. 대전시 제2기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헤드라인 뉴스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민간주도 우주시대 첫발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민간주도 우주시대 첫발

27일 오전 우주로 날아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하며 뉴스페이스 시대 개막을 알렸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오전 2시 40분 누리호 4차 발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발사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배 부총리는 "누리호 4차가 성공했다"며 "오전 1시 13분 고흥 나로우주센터서 발사된 누리호가 고도 601.3㎞ 궤도 속도 7.56㎞/s, 경사각 97.75도로 태양 동기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으며 탑재된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12기의 큐브 위성이 모두 성공적으로 분리돼 궤도에 안착했고 남극 세종기..

원/달러 환율에 발목…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2.50% 동결
원/달러 환율에 발목…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2.50% 동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1470원대를 넘나들며 1500원대를 위협하는 원·달러 환율의 불안정성이 금리 인하 결정의 발목을 잡았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금통위는 올해 2월과 5월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하며 지난해 10월부터 완화 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인하 결정을 멈추고 7·8·10·11월 네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이달 금리 동결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원·달러 환율이다...

이번엔 반려동물 간식… 바이오 효소 들어간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
이번엔 반려동물 간식… 바이오 효소 들어간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

대전시는 26일 시청 응접실에서 대전관광공사, ㈜인섹트바이오텍과 함께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를 위한 공동브랜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캐릭터 중심의 제품을 넘어 지역 재료·스토리·생산기반을 더 촘촘히 담아야 한다는 취지로 대전의 과학·바이오 정체성을 상품에 직접 반영하려는 시도다. 이번에 출시 준비 중인 '꿈돌이 닥터몽몽'은 인섹트바이오텍의 연구 포트폴리오로 알려진 자연 유래 단백질분해효소(아라자임) 등 바이오 효소 기술을 반려동물 간식 제조공정 단계에 적용해 기호성과 식감 등 기본 품질을 고도화한 것이 특징이다. 인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