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오염수 해양 배출 움직임은 갑작스럽지 않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원전 오염수 처리를 서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임 아베 정부 때부터 치밀하게 준비돼 온 사안이다. 올 초 일본 외무성에서 23개국 대사 초청 설명회를 가졌을 당시 스가는 관방장관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오염수 방출이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한다. 예측 자료가 부족할수록 해류 등을 통한 악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정해진 순서라 하더라도 27일 일본 내각의 최종 결정을 압박해야 한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해양 생태계에도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비하면 국제사회의 공조는 잠잠하다. 희석을 거쳐도 체내 세포 손상이나 변형을 일으킬지 모를 방사성 물질은 남는다. 늘어나는 오염수를 감당할 공간이 없고 처리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 일본의 방류 사유는 더 어처구니없다. 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동해로 유입될 경로가 어렵지 않게 예측된다. 중요한 것은 오염도가 낮더라도 방사능이 들어 있는 오염수라는 사실이다. 과학적인 수치 운운할 만큼 한가롭지 않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원전 오염수 방출을 매만진 지 딱 2년이 됐다. 이처럼 해양 배출을 주도면밀하게 준비하는 사이, 우리의 대처는 뚜렷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경북 동해안 지역과 부산시 등 지자체가 이해 당사국과의 소통을 정부에 요청하고 나섰다. 동해안의 문제만이 아니다. 원론적인 의견 표명을 거두고 단호한 입장을 일본에 전해야 할 것이다. 9년 전의 방사능 유출 사고를 오염수 방출로 마감하려는 일본의 방식을 막아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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