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허설현장을가다] 마당극패 우금치 망자들의 아픔 어루만질 '적벽대전'

  • 문화
  • 문화 일반

[리허설현장을가다] 마당극패 우금치 망자들의 아픔 어루만질 '적벽대전'

23~24일 옛충남도청서 야외극으로 공연
한국전쟁과 골령골 등 역사적 비극 주제
11월에는 극장버전으로 사흘간 공연 예정
"대전 알리는 지속가능한 공연 됐으면"

  • 승인 2020-10-22 15:26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KakaoTalk_20201022_112200297
KakaoTalk_20201022_112214591
서천꽃밭으로 가기 위해 몸을 가볍게 만드는 망자들의 모습.
흙더미에 파묻혔던 망자들이 춤을 춘다. '가자, 서천 꽃밭으로. 가볍게, 가볍게, 분노를 떨치고, 증오를 버리고, 가볍게, 가볍게, 둥실둥실~'

23~24일 이틀간 옛 충남도청에서 선보일 '적벽대전'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 중이던 우금치의 리허설을 함께했다.



타이틀 적벽대전은 수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붉을 '적(赤)', 푸를 '벽(碧)'은 남과 북, 음과 양, 좌우, 진보와 보수, 여자와 남자로 구분되는 대립과 이념적 갈등을 의미한다. '대전'은 말 그대로 큰 전쟁을 뜻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대전이라는 지명의 의미로도 쓰인다.

성장순 우금치 극장장은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기도 하고 산내 골령골에서 유해발굴 중이다. 적벽대전은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대전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다룬다. 대전 방문의 해를 맞아 슬프고 아프지만, 대전을 알릴 수 있는 공연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리허설은 이름 없는 무명의 망자들이 흙더미에서 나와 서천 꽃밭으로 올라가기 위해 몸을 가볍게 만드는 장면부터 시작됐다. 근심과 걱정, 옛 기억을 품고 있으면 결코 몸이 가벼워지지 않기에 이들은 의식적인 행위를 통해 분노도 증오도 털어버리기 위해 애를 썼다.

망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 기억은 4.3사건, 보도연맹과 여순반란, 한국전쟁과 대전형무소, 골령골 학살이다. 이념과 권력자들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영혼들이 이승을 떠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적벽대전 공연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탈과 흙이다. 망자들이 나오는 대목은 과거 회상신으로 배우들이 탈을 쓰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흙을 칠한 채 등장한다. 망자들은 이름이 없기에 배우들의 얼굴을 노출하기보다는 '탈'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무명에 포커스를 맞췄다.

또 옛 충남도청 건물에 4대의 프로젝터를 상영해 웅장함을 더할 예정이다.

성장순 극장장은 "연습을 하면서 배우들도 슬프다. 중간중간 대사 하나하나가 울컥하게 한다. 오래전부터 골령골 추모제에 참여했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며 "대전형무소와 골령골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이런 역사로 인해 대전은 어떤 도시였는지 알 필요가 있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우금치 단원들은 독립운동, 대전 탄생 배경, 골령골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강연을 듣는 것은 몰입을 위한 과정, 일종의 담금질인 셈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지난해 단재 신채호 선생을 주연으로 했던 '하시하지' 공연만큼 관객석을 많이 준비하지 못했다. 이틀 공연 각각 150석 내외로 관객을 맞이한다. 공연 첫날에는 유튜브 생중계 관람이 가능하다. 대신 11월 19일부터 사흘간 우금치 공연장에서 극장버전 적벽대전을 만날 수 있다.

'적벽대전'은 정보문화산업진흥원 공모 '지역문화콘텐츠개발사업'이다. 올해 첫 지역으로 이관된 이 사업은 향후 공연의 지속가능성과 극장 상주 인원 등을 평가해 우금치의 적벽대전이 선정했다.

성장순 극장장은 "대전에서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대전에서 공연된다. 대전에 가면 적벽대전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지속가능한 공연으로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적벽대전'은 류기형 예술감독이 집필과 연출을 맡았고, 대전시립무용단 육혜수 수석단원이 안무를 맡았다.
이해미 기자 ham7239@

KakaoTalk_20201022_112242584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한우리·산호·개나리, 수정타운아파트 등 통합 재건축 준비 본격
  2. 대전충남통합市 명칭논란 재점화…"지역 정체·상징성 부족"
  3. 대전 유성 엑스포아파트 지구지정 입안제안 신청 '사업 본격화'
  4. <속보>갑천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현장에 잔디 식재 정황…고발에도 공사 강행
  5. 대전교육청 종합청렴도 2등급→ 3등급 하락… 충남교육청 4등급
  1. 이재석 신임 금융감독원 대전세종충남지원장 부임
  2. 주택산업연구원 "내년 집값 서울·수도권 상승 유지 및 지방 상승 전환"
  3.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 김치와 쇠고기, 떡 나눔 봉사 실시
  4.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둔곡초중, 좋은 관계와 습관을 실천하는 인재 육성
  5. 대전·충남 행정통합 속도...차기 교육감 선출은 어떻게 하나 '설왕설래'

헤드라인 뉴스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주도해온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만났다. 양 시도지사는 회동 목적에 대해 최근 순수하게 마련한 대전·충남행정통합 특별법안이 축소될 우려가 있어 법안의 순수한 취지가 유지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가장 이슈가 된 대전·충남광역시장 출마에 대해선 김 지사는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불출마 할 수도 있다 라고 한 부분에 대해선 지금도 생각은 같다"라고 말했다. 이장우 시장은 24일 충남도청을 방문, 김태흠 지사를 접견했다. 이 시장은 "김태흠..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4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해 "충남 대전 통합은 여러 가지 행정 절차가 이미 진행되어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면 빠르면 한 달 안에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서울특별시 못지 않은 특별시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통령실에서 대전 충남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통합단체장을 뽑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여당 차원에서 속도전을 다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백마강을 휘감아 도는 물길 위로 백제대교가 놓여 있다. 그 아래, 수북정과 자온대가 강변을 내려다본다. 자온대는 머리만 살짝 내민 바위 형상이 마치 엿보는 듯하다 하여 '규암(窺岩)'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 바위 아래 자리 잡은 규암나루는 조선 후기부터 전라도와 서울을 잇는 금강 수운의 중심지였다. 강경장, 홍산장, 은산장 등 인근 장터의 물자들이 규암 나루를 통해 서울까지 올라갔고, 나루터 주변에는 수많은 상점과 상인들이 오고 가는 번화가였다. 그러나 1968년 백제대교가 개통하며 마을의 운명이 바뀌었다. 생활권이 부여읍으로 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