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소통의 지혜 '나한문슬(羅漢?蝨)'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소통의 지혜 '나한문슬(羅漢?蝨)'

  • 승인 2020-10-30 18:0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기린이 사자를 뒷발로 차고 짓밟는 장면이 TV에 나온다. 놀라 멈추어 서서 지켜본 일이 있다. 사자가 새끼 기린을 건드린 모양이다. 분노한 어미 기린이 사자 무리를 공격한다. 자신을 돌보지 않으며 위험을 감수하는 모성애가 경이롭다. 곱게 생기고 순하디순한 눈을 가진 기린이 사자를 공격하다니, 관심이 치솟아 수십 개의 동물 영상을 본다. 기린뿐 아니라 초식동물이 다른 동물을 먼저 공격하는 모습은 보기가 쉽지 않다. 공격받을 때, 위험을 느낄 때 등 공격보다 방어 차원인 경우가 많다.

최고 맹수로 알던 호랑이나 사자도 새끼를 잃는다. 자신조차 스스로 건사하지 못하기도 한다. 절대 강자는 없다. 승패 결과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놀랍게도 전투력 순위 다섯 손가락 안에 육식동물은 없다. 코끼리, 코뿔소, 하마, 기린, 야생 소 순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덩치를 키웠을까? 하나같이 덩치가 크다. 사자, 하이에나, 들개 등은 숫자 싸움을 벌인다. 협동 공격, 서로 역할 분담도 한다. 사회성으로 우위를 점한다.

사람은 한없이 나약하다. 여타 영장류와 다르지 않게 손발 사용이 자유롭고, 지능이 뛰어나며 민첩한 장점이 있긴 하다. 혼자는 살지 못한다. 게다가 잡식성이다. 다른 동물과 싸워 이겨야 한다. 가지고 있는 상대적 장점과 사회성 덕분에 오늘이 있다.

대인관계가 좋은 사람을 사회성이 좋다고 하며, 그런 사람을 마당발이라 하기도 한다. 강점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무한정 사람을 사귈 수는 없다. 한 명이 맺을 수 있는 최대 인간관계는 몇 명이나 될까? 옥스퍼드 대학 로빈 던바(인류학자, 디지털 전문가) 교수가 세계 여러 부족을 조사했더니, 부족 평균 주민 수가 153 명이었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한 사람이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 인원을 150명이라 주장한다.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 한다. 진정한 관계 형성의 최대 한계라며, 그 이상이 되면 나누는 것이 낫다고 한다. 전투를 위한 최적 인원 역시 150명, 집단을 관리하는데 가장 적합한 것도 150명, SNS를 통해 맺을 수 있는 친구 역시 150명 남짓이라 주장한다. 정확한 기억의 한계 수치라고도 한다. 이중 진정한 친구는 삼사 명에 불과 하다는 것이다.

관계에서 중요한 하나가 심신의 접촉이다. 그것도 주고받기요, 쌍방향이다. 계산적이지 않은 듯 점잔 빼도, 서로 회계(會計)한다. 누구나 손해 보기 싫어한다. 어떤 언행이 일방적으로 지속 되면, 결국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단절된다. 따라서 크든 작든 어떤 표시를 한다. 공감 표시, 반응이 클수록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SNS에서 '좋아요' 눌러 주거나 댓글 달아주기도 다르지 않다고 한다.

원숭이 이 잡아주기도 지혜로운 관계유지 방법의 하나라 한다. 실제 이 잡기도 하지만, 그저 흉내만 내는 관계유지 행동이기도 하단다. 사람도 이 잡기를 했다. 양지녘에 앉아, 웃통 벗어부치고 이 잡는 광경이 다반사였다. 이가 얼마나 번성하고 일상화되었던지, 구석구석 빈틈없이 모두라는 의미로 '이잡듯' 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는 숙주인 포유동물 털에 기생하며 피를 빨아먹고 산다. 사람에게 기생하는 것으로 몸이, 머릿니, 사면발이 3종이 있다. 다른 질병을 매개하기도 하고 가려움증으로 다른 질병을 유발하거나 감염시키기도 한다. 고문헌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출현이 꽤 오래되었으나 번식력이 강한 탓인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과밀하고 위생이 불량한 환경에서 만연되는 경향이 있다. 지금은 환경도 많이 개선되고, 퇴치 방법의 발달로 간단하게 구제할 수 있다.

dfdff
이인문 作 '나한문슬(羅漢?蝨)', 18세기, 종이에 담채, 41.5×30.8cm, 간송미술관
그림은 이인문(李寅文, 1745 ~ 1821?, 도화서 화원)의 <나한문슬(羅漢?蝨)>이다. 특이한 소재를 다루었다. 나한은 불제자 중에 번뇌 끊고 지혜 얻어, 하늘과 중생으로부터 공양받는 성자를 의미한다. 아라한(阿羅漢)의 준말이다. 문슬은 '이 잡기' 이다. 계곡물이 시원스레 흐르는 언덕 위, 늙은 소나무가 빼곡한 송림 속 바위에 걸터앉은 나한이 이 잡고 있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이인문 화첩 『한중청상첩(閒中淸賞帖)』 열네 폭 중 하나이다.

이인문은 단원 김홍도와 동갑내기다. 둘은 기량이나 격조에서 쌍벽을 이루었다. 독창성에서 단원에 뒤진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이인문은 다방면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였으나, 특히 송림 그림에서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다.

당시는 글짓기, 글쓰기, 그림 그리기가 전문화되고 분업화되어가고 있었다. 그림 주문이 쇄도하고 매매가 활성화된 탓이리라. 글씨 전담 서예가가 탄생한 것이다. 이인문 화첩의 화평이나 시는 모두 유한지(兪漢芝, 1760 ~ 1834, 조선 문신, 서예가)와 홍의영(洪義榮, 1750 ~ 1815, 조선 문신, 서예가)이 썼다.

그림 좌하에 홍의영이 쓴 화제가 있다. '짙은 눈썹과 흰머리 아무 집착도 없다네(?眉皓首無住著)' 두보(杜甫, 712 ~ 770, 중국 당나라 시인)가 읊은 「희위언위쌍송도가(戱韋偃爲雙松圖歌)」 중간쯤에 나오는 구절이다. 시 전체를 형상화하기보다, 무소유(無所有) 속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소요유(逍遙遊)에 시구(詩句) 하나 차용하여 얹은 듯하다. 자연과의 소통에서 나아가 하나 된 모습, 한없이 편안하며 청량(淸凉)하기 이를 데 없다. 사람과 사람도 그러하면 얼마나 좋으랴.

양동길/시인, 수필가

202009250100205640007814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70세 이상 버스 교통비 지원, 조례 제정 추진
  2. 대전교도소·대전의사회 협력,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3. '대학생이 제안한 위성을 우주로'…항우연 경연대회 7개 팀 선정
  4. 32사단, 대둔산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 착수
  5. 대전 금연구역 5만여 곳에 지도원 35명… 단속 한계에 정책 실효성 의문
  1. 90년 역사 품은 테미오래,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2. 대전 서구 '구청장 직통문자' 100일…민원 999건 접수
  3. [세상보기] 각자도생의 시대
  4. [사이언스칼럼] 발전소를 더 지어도 풀리지 않는 전력망의 기술 과제
  5. 탈석탄 충남, 신재생 전환 이익 절반은 역외로

헤드라인 뉴스


서산공항 운명 가를 타당성 재조사, 서산시 경제·정책성 확보 총력

서산공항 운명 가를 타당성 재조사, 서산시 경제·정책성 확보 총력

충남 서산시가 서산공항 건설사업의 타당성 재조사에 본격 대응하며 사업 정상 추진을 위한 경제성과 정책성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산시는 서산공항 건설사업의 총사업비 증액에 따라 진행되는 타당성 재조사에서 공항 건설의 필요성과 지역 발전 효과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충남도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이번 재조사는 서산공항 건설사업비가 기존 484억 원에서 899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추진됐다. 국토교통부는 8월 기획예산처에 타당성 재조사를 요청했으며, 기획예산처는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

금강유역 물관리·소방 역량 결집… 재난 대응망 강화
금강유역 물관리·소방 역량 결집… 재난 대응망 강화

기후위기 시대 복합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물관리와 소방 전문기관이 손을 맞잡았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금강유역본부(본부장 이종식)는 23일 전북 전주시 본부에서 전북소방본부(본부장 진형민)와 위기대응 공동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최근 집중호우와 태풍, 대형화재 등 재난 양상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양 기관이 보유한 전문성과 기반시설을 연계해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재난 발생 시 물관리 전문기관의 시설과 자원을 소방 대응체계에 적극 활용하는 데 있다. 우선 시설물의 안정적인..

20년째 제자리 성남중 설립…대전 동구의회 대책 촉구
20년째 제자리 성남중 설립…대전 동구의회 대책 촉구

대전 동구 성남동에 중학교 학교용지가 계획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학교 설립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학생들의 통학권 보장과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중학교 설립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23일 대전 동구의회에 따르면, 이지현 의원은 제296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성남동 지역 학생들의 통학 여건 개선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성남중 설립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 이번 건의안은 2004년 성남동 구성지구에 중학교 학교용지가 계획된 이후 20년 넘게 학교 설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속되고 있는 주민들의 교육환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