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극지연구소 이원상 빙하환경연구본부장. |
최근 약 10여 년 간 감소한 남극 빙하 양의 30%는 강설량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남극 빙하량 감소가 전적으로 해양 온난화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바다 온도가 높아져 빙하의 이동이 빨라지고, 바다로 유출되는 빙하 양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극지연구소는 덜 내린 눈이 새로운 원인으로 제시했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남극 빙하 양의 변동은 크게, 눈이 내려 쌓이는 양과 빙하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양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눈이 많이 내리거나 빙하의 이동이 멈추면 남극 얼음은 점점 두꺼워지지만, 내리는 눈의 양이 줄거나 빙하 이동이 빨라지면 남극 얼음은 점차 얇아진다.
극지연구소와 서울대와 미국 텍사스 대학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중력관측위성 GRACE에서 받은 자료와 남극 대기 관측 결과를 종합해 무엇이 남극 빙하의 양을 변화시키는지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남극빙하는 지난 25년 (1992~2017)간 매년 평균 1천100억 톤이 사라졌으며, 같은 기간 지구의 해수면은 약 7.6mm 올랐다. 사라지는 속도는 최근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는데, 2007년 이후 남극빙하의 연평균 감소량은 1천940억 톤으로 그 이전 470억 톤보다 4배 이상 빨랐다.
2007년을 기점으로 남극 빙하의 손실량이 연평균 1천470억 톤 (1천940억 - 470억 톤) 늘어난 것인데 연구팀은 이 가운데 약 400억 톤은 새로 쌓이는 눈의 양이 줄어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강설량 감소의 원인으로 남극 진동 (Antarctic Oscillation)이 강해진 점을 꼽았다. 남극 진동이 중위도에서 날아오는 수분의 유입을 막아 눈이 충분히 생성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극 진동은 남극을 둘러싸는 기압대의 크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현상으로 바람의 세기나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남극의 강설량은 남극 진동이 강해지면 줄어들고, 기온이 오르면 증가한다. 두 요인 중 무엇이 더 우세한지 명확하지 않았으나, 이번 연구로 최근의 남극 강설량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남극 진동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해양수산부 연구과제 '서남극 스웨이트 빙하 돌발붕괴의 기작규명 및 해수면 상승 영향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Scientific Report)지 (제1저자 김병훈 극지연구소 연구원)에 게재됐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빙하환경연구본부장은 "지구의 해수면 상승은 연안 침수 등 사회·경제적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해수면 상승과 직결된 남극 빙하의 움직임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연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극지연구소는 극지의 정치·경제적 중요성 증대에 따른 국가 극지활동의 확대와 국제 수준의 극지연구 전문기관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목적으로 2004년 한국해양연구원(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부설 기관으로 설립된 극지연구 전문기관이다.
1987년 3월 한국해양연구소의 극지연구실로 창설된 뒤 1990년 6월 극지연구센터로 확대 개편되었고, 2006년 6월 극지연구본부로 개칭되었다. 2003년 9월 1일 극지연구소로 승격된 뒤 2004년 4월 16일 한국해양연구원(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로 독립하였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미개발, 비오염 지역으로 남아 있는 극지의 환경변화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미래자원 확보 및 과학영토를 확장하여 국가의 이익에 기여하고,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하여 1988년 2월 17일 남극 세종과학기지를 준공한 데 이어 2002년 4월 29일 북극 다산과학기지를 건설하였으며, 2009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건조하였다. 2014년에는 남극 제2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를 남극 대륙에 건설하여 운영 중이다.
세종=오주영 기자 ojy8355@
![]() |
![]()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