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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충남대 총장 |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의 역할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계속 변화해왔다. 과거 대학은 지역사회와 보이지 않는 벽을 쌓고 그 역할도 제한적이었지만, 현재 대학은 그 지역 사회의 중심이며 나아가 혁신의 주체로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충남대학교는 한국전쟁이 진행 중이던 1952년 충청도민들의 '일두일미(一斗一米)정신으로 충남도립대학으로 설립되었으며 69년 동안 지역을 대표하는 거점국립대학교로 자리매김해 왔다. 미국이나 유럽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대학에 사람이 있고 기술이 있고, 문화가 있어서이다. 충남대학교는 교육과 연구만 하는 상아탑에서 한 단계 나아가 지역의 산업과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지역과 함께하는 대학이 될 것이다.
작년 2월 말 제19대 총장으로 취임한 직후 지역사회와의 연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연구산학부총장제 도입과 지역협력본부 설치 등 조직개편을 실시하였다. 충남대는 대덕연구개발특구 내에 위치한 유일의 종합대학으로서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지역사회의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와의 학-연-산 협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연구산학부총장을 중심으로 수행하고 있다. 성공적인 과학기술도시는 대학과 연구소가 인력공급과 기술개발을 공동으로 수행하면서 테크노폴리스 바퀴를 선도·견인한다. 지역사회를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도시로 발전시키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연구소-지역대학 협력 시스템과 같이 충남대학교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연구기관들과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인재양성과 공동연구·기술개발을 수행함으로써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충남대학교는 새롭게 신설된 지역협력본부를 중심으로 전문화된 인력과 연구·개발 인프라를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지역사회 성장의 자양분을 제공할 것이다.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RIS)사업'은 지자체 주도 사업으로 대학이 지역사회와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대학들이 핵심 분야와 연계해 교육체계를 개편하고 지역혁신기관과 협업을 통해 사업을 수행하면서 지역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사업이다. 지역의 열망을 담아 이 사업이 반드시 선정될 수 있도록 충남대학교는, 대전·세종·충남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대학, 공공기관 및 산업체들과 함께 RIS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과 대학 간의 상생발전을 위해서 지역의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지역의 대학들은 무엇보다도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지역에 위치한 대학에 진학하도록 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인재로 만들어 다시 지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대학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공유대학 플랫폼 구축도 우리 지역 대학들이 힘을 합하여 실행해야 할 과제이다.
지역사회 번영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것이 거점국립대학교로서 충남대학교의 역할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지역을 품고 지역을 향하여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주변을 향해 넓게 가지를 드리우는 품이 넉넉하고 뿌리가 깊은 거목으로 성장해야 하리라. 앞으로 주어진 지면을 통해 지역과 함께하는, 지역을 품는 대학으로서의 충남대학교의 포부와 계획을 소개하고자 한다.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없는 겨울 캠퍼스는 적막하기만 하다. 코로나19는 캠퍼스를 온기와 활력이 없는 무의미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봄이면 벚꽃을 즐기는 상춘객들의 발길이 캠퍼스 곳곳을 향하고, 가을이면 단풍이 드리워진 가로수 길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충남대학교가 지역 주민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안식처로서 다시 제 역할을 찾을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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