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빚투' 꼭 해야겠니?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빚투' 꼭 해야겠니?

원영미 디지털룸2팀 차장

  • 승인 2021-01-12 20:58
  • 수정 2021-05-09 16:36
  • 신문게재 2021-01-13 18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GettyImages-jv12001968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20년을 보내는 마지막 날, 점심을 먹기 위해 후배들과 한 식당에 들렀다. 우리 옆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은 손님들은 주식 얘기가 한창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60~70대 정도로 지긋해 보이는 남자분 둘은 "얼마를 투자했다", "작년 초만 해도 얼마였는데 지금 두 배가 올랐네" 등 식사 내내 주식 이야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때는 커피숍에만 가도 다들 부동산 이야기만 하더니 이제는 화제가 주식으로 넘어간 모양이다. 이처럼 너나 할 것 없이 주식열병을 앓고 있는 듯 그 열기가 어느 때보다 '핫' 하다. 이에 힘입어 새해 시작부터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렸다.

나는 지금까지 주식은 절대로 손대선 안 되는 영역으로만 생각했었다. 친구 중 하나가 일명 '테마주'라는 것을 사서 크게 2장을 날리고 수년째 그 빚을 갚고 있다. 한 10년 전쯤인가 다른 친구의 동생은 주식에 손을 댔다가 큰 것 몇 장을 날렸다. '인생 공부' 비싸게 한 동생 탓에 당시 친구 집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심난했던 기억이 있다. 주변에서 그런 모습들을 봐왔던 나로선 '아, 주식 잘못하면 인생이 힘들어지는구나'라는 인식이 컸다. 살면서 절대로 나는 주식은 하지 말아야지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남들 다한다는 주식을 안 하는 사람이 되레 바보가 되는 것 같다. 나만 빼고 다 돈을 번 것은 아닌지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갭 투자도 못하면 '루저('실패자'라는 뜻)'라더니, 이제는 유행인 '주식도 안 하는 사람'이 그렇다. 누구는 차를 바꿨네, 수익률이 '따블'이 됐네 하며 너도나도 주식을 하고 있다. 청년부터 노인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빚투 족'도 급증하는 추세다. 시중은행 금리가 싸다 보니 사람들은 연금보험이나 적금을 깨는 것은 물론 마이너스 통장까지 끌어 써가며 주식에 돈을 넣고 있다. 투자를 해 놓고도 원금이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정신과 상담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갈 곳을 잃은 자금이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려들면서 거품이 심각해졌고, 조만간 그 '버블'이 터져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끝이 다가오고 있다"며 "투자에 신중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고 한다. 투자하려는 주식에 대해 충분히 공부할 것, 반드시 '여유 자금'으로 하라는 것이다. 투자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인생역전을 꿈꾸며 감당도 하지 못할 빚을 내 주식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하다. 무슨 일이든 신중해서 나쁠 것은 없다. 불확실 할 수록 돌다리도 두들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3.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4.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5.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1.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2.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3. 충남개발공사 '고객만족경영시스템' 국제표준 인증 획득
  4.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5. [춘하추동]한 해를 보내며

헤드라인 뉴스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전남을 시작해 충청권을 가로질러 수도권으로 향하는 초고압 송전망이 농경지와 주택가, 학교 일원을 경유해 건설될 것으로 예상돼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에 또다시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를 신설하고 입주 기업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려 지방에 대규모 송전선로를 건설할 때 환경권과 생활권 침해 피해는 지역에 돌아온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17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앞으로 대전을 관통해 건설될 예정인 '신계룡-북천안 345㎸ 송전선로 시설 계획을 규탄하는 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정부는 2022년부터 2036년까지 송변전설..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이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로 거듭난다. 대전시와 한남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KT, 비케이비에너지(주), ㈜엠아르오디펜스는 17일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기관과 AI 전문기업을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점센터는 한남대 캠퍼스 부지 7457㎡ 규모에 2028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